현재 정치권에 패거리정치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가 미미하고 여건이 너무 열악해 패거리정치의 병폐를 청산하기 위한 첨병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신한국당내의 대표적인 「반(反)계보」그룹은 「시월회」(회장 劉容泰·유용태의원). 지난 9일 26명의 회원이 진해에서 1박2일의 모임을 가진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주자들에 대한 「줄서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 눈길을 끌었다. 소속의원들이 앞다퉈 대선주자들의 캠프를 기웃거리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의 다짐이 끝까지 지켜진다면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국민회의에도 열린정치포럼(간사 林采正·임채정의원)과 「내일을 준비하는 공부모임」(약칭 내일모임)이 있다. 21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열린정치포럼은 당내토론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내일모임은 「깨끗한 정치」를 위한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기 위해 申樂均(신낙균) 김한길의원 등 11명이 정기적으로 회합을 갖고 있다.
이들 앞에 가로놓여있는 최대의 장애물은 당내 분위기를 짓누르고 있는 파벌의식이다. 이때문에 힘의 한계를 느낀다. 국민회의쪽 두 모임의 경우 패거리정치 배제를 공개적으로 외칠 경우 金大中(김대중)총재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시월회의 경우도 다수 의원들은 계파청산이 아니라 「관망」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줄을 서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뿌리깊은 인식때문』이라는 것이 의원들의 토로다.
「이들 모임이 또다른 계파를 형성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이들이 앞으로 본격화될 여야의 대통령후보 경선국면에서 당내민주화촉진을 위해 어떤 활력소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