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일에 몰두했건만, 그저 ‘감각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조수용 ‘일의 감각’ 중
손유주 마포문화재단 대외홍보부장문화예술계 홍보 일을 시작한 지 올해로 22년째다. 발레를 전공했던 학창 시절부터 예술 외에 다른 장르를 접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스스로를 항상 ‘우물 안 개구리’로 소개하곤 한다. 전공과 업무 분야가 일치해서 그런지 가끔 ‘감’이 좋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럴 때마다 과분한 평가에 부끄러워 늘 손이 오그라든다. 감사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스스로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일의 좋은 결과가 타고난 감 때문이었을까?’
홍보 업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 환경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매체도 신문과 방송, 잡지로 한정돼 있었고, 온라인 홍보의 개념은 아예 없었다. 새 작품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큰 가방에 보도자료를 잔뜩 넣고 언론사가 모인 서울 세종로 사거리를 종횡무진했다.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창작자와 예술가들을 대중에게 한 번이라도 더 알리려면 감보다는 두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는 열정이 더욱 중요한 요소였다. 홍보자료가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일부러 모두 퇴근한 텅 빈 사무실에 남아 글을 완성하기도 했다. 비록 적은 예산이었지만, 관객들에게 전해질 공연 프로그램북 등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밤낮으로 대형 서점가를 드나들기도 했다.
책 제목에 속아 하마터면 감각은 타고난 것이라 착각할 뻔했다. 저자에 따르면 감각이란 일하는 사람의 절실한 마음과 치열한 과정의 반복에서 싹트는 것이다. 타인의 니즈를 내 것처럼 소중히 대하고 서로의 불완전함을 마음속 깊이 공감할 때 비로소 흩어진 조각들은 하나의 작품으로 성장해 나간다. 세상은 감보다 노력의 값어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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