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슈&뷰]코로나 시대, 숲이 도시로 찾아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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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산림청장
박종호 산림청장
매년 이맘때에만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바로 낙엽 밟기다. 발끝에 닿는 촉감과 ‘바스락’ 하는 소리는 괜스레 마음을 간질이고 가을의 쓸쓸한 정취를 가미시킨다. 사실 나무 입장에서 보면 낙엽은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생사를 오간 혁신의 산물이다. 그런데 최근의 사회 변화를 살펴보면 새로운 계절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비단 나무뿐만이 아닌 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올 한 해 우리 일상의 모습은 예년과 사뭇 달랐다. 많은 전문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급격한 디지털화, 비대면의 일상화로 인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사회가 전환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산림청도 디지털,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에 발맞춘 산림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산림 데이터 활용을 위해 디지털 산림경영 기반을 구축한다. 드론, 항공 라이다(LIDAR) 등을 활용해 전국 산림을 대상으로 개체목 단위 3차원 정밀 임목 정보를 수집한다. 우선 산림선도경영단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국유림 내 경제림육성단지와 공·사유림으로 점차 확대해 나간다. 또한 산림경영 자료를 공간데이터화(GIS)하여 빅데이터 기반을 구축한다.

아울러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기술 집약형 스마트 산림재해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올해는 산불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신(新)산불방지종합대책’으로 진화 시간과 피해 면적을 대폭 줄이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앞으로 산사태 분야에서도 산악기상 관측망 구축을 확대하는 등 과학적 대응 체계를 강화하여 스마트 기반 산림재해 대응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다.

디지털뿐만 아니라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도 면밀히 대비하고 있다. 이전에는 국민들이 숲을 찾도록 유도했다면, 이에 그치지 않고 숲이 직접 도시로 간다. 최근 숲이 이른바 ‘언택트 관광지’로 인기몰이를 하며 많은 국민이 숲이 주는 혜택을 체감하고 있다. 향후에는 더 많은 국민이 일상에서 소규모로 숲을 누릴 수 있도록 생활권 내 ‘도시숲’을 확충한다. 올해 6월에는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추진 동력을 마련했으며, 이후 7월에 발표된 한국판 뉴딜과 K포레스트 추진 계획에는 미세먼지 차단 숲, 생활밀착형 숲, 자녀안심 그린 숲 등 생활권 주변 녹색 공간 확충을 위한 과제들이 포함돼 있다.

아는 것과 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많은 공직자가 아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자기 합리화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때때로 아는 것은 잘하는 것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혁신은 기존에 아는 것을 넘어서는 과감한 변화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이 필요하다.

박종호 산림청장
#산림청#디지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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