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합당 4년새 네번째 비대위, 모든 권한 주고 수술대 올라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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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이 어제 현역 의원과 21대 총선 당선자 설문조사를 통해 비상대책위원장에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영입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김종인 비대위’안이 절반을 넘지 못한 데다 김 전 위원장의 ‘기간에 구애 없는 전권 부여’ 요구도 변수지만, 큰 방향은 비대위 체제로 굳힌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비대위는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20대 국회 4년 동안에만 4번째다. 통합당은 총선, 대선, 지방선거 등 선거에 참패할 때마다 비대위를 구성했으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없었다. 명망가 중심으로 위촉된 비대위원들은 사경에 이른 당을 과감하게 수술하는 대신 관리형에 그쳤다.

이번 비대위는 통합당이 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무엇보다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하고, 비대위 구성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20∼40대 젊은층과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은 오래전부터 당의 핵심 과제로 제기됐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한 치도 개선되지 않았다. 젊은 정치 지망생이 희망을 갖지 못하고 떠나는 정당이 무슨 수로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비대위를 비롯한 당 인적 구성을 젊은 세대와 합리적 중도세력으로 재편하는 것과 더불어 당의 노선과 정책 방향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88만 원 세대란 용어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성장하면 과실이 돌아온다는 케케묵은 ‘낙수론’, 국가의 복지 기능 확대 문제를 퍼주기 시각으로만 접근하는 행태는 기득권층의 대변자로만 인식될 뿐이다.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제성장은 당연히 최우선 목표지만 당장 하루하루가 살기 힘든 서민층에는 와 닿지 않는 그들만의 이야기일 수 있다.

보수의 품격과 유연성을 회복하는 것도 시급하다. 중도층 이탈로 선거에 참패하고 골수 지지층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통합당 내부는 우경화·특정 지역화가 심해졌다. 개표조작설까지 제기하는 극우 유튜버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강경 지지층만을 의식한 막말이 터져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통합당 일각에서는 비대위 역할을 전당대회 전까지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궤멸 수준의 위기에 처하고도 비대위를 사실상 관리형으로 운영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지금은 이런저런 조건을 달지 말고 유능한 의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수술대에 오를 때다.
#미래통합당#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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