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中 갈등의 근원인 북핵, 압박 없이 회유만으론 해결 못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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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어제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에 의견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중단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최근 상황은 한중 양국은 물론 북한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며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 시 주석은 “북-미가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게 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은 북한의 대미 협박으로 인한 긴장 국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한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직접적 대북 메시지를 자제해 왔으나 북한에 도발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중국에 우회적 소통을 요청했다. 시 주석도 “한중이 한반도 문제에서 입장과 이익이 일치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북핵 해결을 위한 대북 압박보다는 회유에 집중했다. 청와대는 두 정상이 최근 중국 러시아가 유엔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결의안에는 한국의 관심사인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의 제재를 면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싱가포르 합의의 동시적, 병행적 이행’을 강조했다. 한국도 한미 간 균열을 낳을 수 있는 제재 완화에 동조한다는 뜻이다.

외교에는 어르고 달래는 유화책만 있어선 안 된다. 분명한 경고와 위협을 통해 도발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도록 하고 때론 겁을 먹도록 만들어야 한다. 상대는 걸핏하면 협박을 일삼는 북한이다. 유화 일변도로는 북핵 해결은커녕 한중관계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돌이켜보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도 북핵 방어용 미군 무기의 배치에서 비롯돼 미중 신경전과 한중 갈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보여준 중국의 외교적 무례는 과연 중국에 중재자 역할을 맡길 수 있는지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한다. 중국 매체들은 문 대통령이 “홍콩 문제든 신장 문제든 모두 중국의 내정(內政)으로 여긴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시 주석의 발언이었고 문 대통령은 잘 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인 사안을 두고 한국이 중국을 두둔한 것처럼 왜곡하는 외교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나아가 시 주석은 “서로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배려해야 한다”며 사드 철수를 거듭 요구했다. “보호주의와 일방주의, 괴롭힘 행위가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협한다”며 한국의 동맹인 미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상대에 대한 배려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고압적 외교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중국이 진정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 같다.
#한중 갈등#북미 대화#북핵 협상#대북제재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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