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외 토픽감 된 대한민국의 비정상적 公試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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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6일 ‘한국인들이 꿈꾸는 직업? 공무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무원시험(공시) 합격률이 2.4%로 지난해 하버드대 지원자 합격률 4.59%보다 낮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의 경제성장이 느려져 젊은이들이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공 분야 일자리에 몰리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합격률을 단순 비교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버드대 입학보다 좁은 문이라고 강조함으로써 한국의 공시 과열을 꼬집은 것이다. 한국의 공시 열풍이 외신의 관심거리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7년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PRI는 그 원인을 “경기가 나빠도 정부는 계속 공무원을 채용하고, 공무원은 정년까지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이 ‘꿈의 직장’이 된 것은 경기침체 탓도 있지만 근무 강도에 비해 경제적 혜택이 크고 신분 보장이 확실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전체 공무원의 평균 연봉은 6264만 원으로 민간 부문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게다가 호봉제에 따라 매년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고, 민간기업과 달리 업무성과가 나빠도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시에 매달리는 것은 청년 입장에선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우수한 인재가 공공 부문에서 일하는 것을 무턱대고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공무원을 꿈꾸는 이유가 ‘공공에 봉사’하겠다는 신념의 발로라기보다 안정성과 비경쟁적 업무환경을 추구하는 심리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공무원이 된 뒤 기득권에 안주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현실이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꿈을 꾸고, 안정보다는 도전과 개척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건강한 나라다. 청년이 창업을 꿈꾸고 생산적인 민간 분야에 진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 조직이 우수 인재를 독식하면 인적자원 배분이 왜곡되고 민간경제의 활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공직 사회에도 경쟁과 보상 시스템을 제대로 도입해 공무원은 편하게 돈 버는 직업이라는 편견도 깨야 한다.
#공무원 시험#공시 합격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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