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종구]가축 침출수로 인한 전염병 가능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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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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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
구제역 백신 2차 접종이 완료되었다. 최근 구제역 발생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구제역 자체보다는 매몰 조치 이후 안전성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침출수란 동물 사체가 부패할 때 나오는 액체 성분으로 유해한 화학물질이나 병원성 미생물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살균 및 정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침출수가 지하수에 흘러들어간 경우, 지하수를 쓰는 매몰지 주변 주민들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매몰 때 가축 내 존재하는 병원체는 소독제로 대부분 제거된다. 사체에는 가축 장 내에 존재하는 장관계 병원성 미생물과 매몰지에서 나오는 토양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으나, 매몰 때 뿌리는 생석회로 이러한 미생물은 대부분 사멸된다. 가축 매몰 시 사체는 일정 기간 자연 분해과정을 거치는데 고열이 발생하고 산성화하므로, 침출수 내에서 병원체가 증식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매몰지 검사 결과에서도 구제역 바이러스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

만에 하나 병원성 미생물이 살아남고, 이를 포함한 침출수가 유출되더라도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사람이 병에 걸리려면 대규모의 병원성 미생물에 노출돼야 한다. 하지만 침출수가 유출되더라도 오염된 토양 중의 병원성 미생물이 대규모로 늘지는 않는다.

병원성 미생물이 침출수를 영양분 삼아 대규모로 증식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들 미생물은 토양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원래 주인 격인 다른 미생물에 비해 경쟁력이 약해 상호 생존경쟁 과정에서 도태되기 쉽기 때문에 대규모로 늘어날 가능성은 무척 낮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에서도 각종 예방대책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우선 매몰지역 주변의 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또 보건소를 통해 물을 끓여 먹기, 손 씻기 등 안전한 식수 사용법을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특히 매몰지 주변 주민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수인성 감염병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사 같은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에도 원인을 즉시 파악할 수 있도록 보건소 보고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에서 내과 의료기관 2곳을 지정해 날짜별 설사환자 발생 현황을 살피도록 했다. 갑작스럽게 수인성 질환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신속하게 감지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상수도 이외 식수의 수질을 검사하고, 염소 소독을 하도록 관리자를 지정해 운영하는 등 예방대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구제역 침출수 영향은 지나치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보다 앞서 영국은 2001년 구제역 때문에 600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했다. 우리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양이다. 영국 정부에선 가축 매몰 이후 수인성 질병 발생 상황을 모니터링했지만, 특별한 질병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전염병 감시와 관리에 있어서는 선진국이다. 우리나라에는 전국 방방곡곡에 보건소 256곳이 있다.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전국 의료기관과 네트워크 감시체계를 갖추어 운영하고 있다. 질병에 대응할 역량도 충분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전염병관리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관계부처와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매몰지에서 유출된 침출수로 인한 오염으로 수인성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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