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朴, 나라 장래 함께 걱정하며 相生의 길 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3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 “설이 됐는데 당내 문제를 신년(설)까지 끌고 가는 것은 좋지 않다.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신년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못 만날 이유가 없다”며 박 전 대표와 적절한 때에 회동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는 당내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나더라도 세종시 문제에 관해 완전한 합의를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종시 수정안은 국가 장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 이 대통령과, 신뢰의 정치를 위해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박 전 대표 사이에 간극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서로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친박(친박근혜)계인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은 ‘강도론’ 논란에 대해 세종시 법안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일종의 ‘접촉사고’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정치공학에 몰두하는 사람보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밀어주고 싶다’는 요지로 말한 것은 박 전 대표가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고 생각할 소지가 있었다. 그렇지만 박 전 대표가 이를 ‘집안 강도론’으로 맞받은 것은 성급하고 적절치 못했다는 느낌을 준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법안으로 발의돼 국회로 넘어가면 한나라당은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같은 불신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어느 쪽으로 당론이 결정되더라도 여권이 분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결과는 국정 파탄으로 이어지고, 이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개인 혹은 한나라당 차원의 불행을 넘어 국가적 손실이 될 것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국정운영의 결과에 책임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충분한 논의 절차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고 그 결과에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작금의 분란상에 대해 누구보다 착잡한 심정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북핵 포기와 인도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경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못 만날 이유가 없음을 천명했다. 박 전 대표는 2002년 평양에 가서 김 위원장을 만나고 왔다. 미국의 부시 가문과 클린턴 가문은 과거의 정치적 경쟁 관계를 접고 미국의 미래, 미국의 책임을 함께 나누는 일에 손을 맞잡았다. 그것이 국가 장래를 함께 걱정해야 하는 정치지도자들의 정상적인 모습이다. 당내 갈등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지도자가 국가적으로 큰일을 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지금 또 하나의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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