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이언 브레머]벌써부터 올림픽 피로감 오나

  • 입력 2008년 4월 29일 02시 58분


지금까지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베이징 올림픽을 ‘녹색 올림픽’ ‘첨단기술 올림픽’ ‘인민의 올림픽’ 등으로 표현해 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를 비판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행사는 ‘소란 올림픽’으로 기억에 남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전 세계 기자들은 중국 정부의 개방과 관용이 사실상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있다. 주최국과 참가국 간 갈등이 불거질수록 미국 또는 유럽 주요국들과 중국 사이의 외교나 무역 갈등은 한층 심화될 수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중국이 현대적이며 역동적인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점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극심한 환경오염이나 반론을 용납하지 않는 정부의 편협함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주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많은 세계인이 중국의 고속성장을 잘 알지만 수질오염과 대기오염 상황은 제대로 알지 못해 왔다. 호수와 강의 70%가량이 심각하게 오염됐으며 5억 명에 이르는 인구가 깨끗한 식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대기오염이 심각해 일부 실외경기를 미뤄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 바 있다.

더구나 이번 행사를 통해 북한, 미얀마, 수단 등 독재정권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지와 중국 내부의 인권 탄압을 부각하려는 사람도 상당수다. 미국에선 불공정한 대중무역 현황과 중국산 제품의 위험성, 중국 정부의 군사력 확대 은폐 등의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반중 감정이 절정에 이른 것은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티베트 시위대 무력 진압 때문이다. 티베트 사태 이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하원의원 15명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요구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의 몇몇 국가 지도자는 이미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베이징 올림픽은 정치적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이미 높아진 상황이다. 정치 운동가들은 이 행사가 중국 지도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대중 시위의 기회가 되기를 열망한다.

중국 당국은 질서 유지를 위해 어떠한 방법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림픽은 큰 행사이기 때문에 어디서든지 시위와 진압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린피스, 휴먼라이츠워치, 국제사면위원회(AI), 파룬궁 등의 지지자들이 경찰 진압대의 대응을 낱낱이 기록하면서 외국 기자들과 거리에서 회견하는 것을 중국 정부는 용납할 준비가 돼 있을까.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티베트나 중국 도시에서 소요사태가 발발하면 중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진정시키려는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다르푸르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협력할 것”이라고 표명했지만 톈안먼 사태나 티베트 문제에 대해선 “당신 일이나 신경 쓰라”는 말로 일관했다.

올림픽 기간 중 시위 진압은 미국 내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부를 것이다. 미중 무역은 위기에 처해 있으며 올림픽에 대한 양국 간 공방전은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뜻을 가진 듯하지만 그동안 중국 인권 문제를 비난해 왔기 때문에 스스로 불편한 위치에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숱한 문제 때문에 중국 정부는 대중 앞에서 밝혀 온 것과 달리 벌써부터 파티가 모두 끝나고 손님들이 집으로 돌아갈 날만을 고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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