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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30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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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세력이 정권을 잡게 된 것은 이들이 일으킨 ‘나비 효과’의 덕을 본 측면이 크다.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을 쌓았지만 사회 진출을 봉쇄당한 이들에게 기득권층의 부패와 무능은 커 보였다.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동년배들에게도 같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가난한 시간강사로 나선 이들은 ‘돈 들여 실업자가 되는 길은 대학원 진학’이라는 자조를 쏟아냈다. ‘박사스럽다’는 신조어는 쓸데없는 일에 오래 공을 들인다는 뜻이다.
▷정치에 입문한 운동권 출신의 ‘벼락 입신(立身)’과 박사들의 ‘좌절’을 대비시켜 보면 세상사의 불확실성이 실감된다. 최근 몇 년간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 가운데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또박또박 정상적인 코스를 밟아온 박사들은 ‘중간 결산’을 해보며 공부의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할지 모른다.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보다 학생운동 하는 게 훨씬 나은 출세 공식’이라는 세간의 비아냥거림도 그들을 괴롭힐 터이다.
▷대학 구조조정으로 대학 절반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니 박사 취업난은 앞으로가 더 심각한 문제다. 박사들의 ‘실패’로 인해 우리 사회가 공부와 학문을 경시하는 쪽으로 나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오히려 고학력자의 취업난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지지 세력에 대한 배반이다. 정부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부채의식이라도 가져야 한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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