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발명품대회 수상자들 日 탐방
과학기술관-기상과학관 등 방문… 전시작 만지며 아이디어 쏟아내
한국과 다른 건축 구조 본 여고생… “재해 대응 시스템 설계하고 싶다”
진동기능 의자 체험한 초등학생… “잠든 사람 깨우게 버스에 적용”
제46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들이 일본 JAXA 쓰쿠바 우주센터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조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ahyun@donga.com
지진이 나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 문틀이 뒤틀리기 때문이다. 갇힌 사람은 어떻게 탈출해야 할까. 한국 발명 영재들이 일본을 찾았다. 지진, 침수 같은 자연재해부터 일상 속 불편함까지 가는 곳마다 체험하고 느끼며 발명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와 국립중앙과학관이 공동 주관한 제46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 10명은 1∼4일 일본 도쿄에서 해외 과학문화탐방을 진행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쓰쿠바 우주센터, 과학기술관, 기상과학관, 국립과학박물관, 미술관 등을 둘러봤다. 1979년 제1회 대회부터 단독 후원 중인 hy(옛 한국야쿠르트)가 이번 탐방도 함께했다.
● 지진 잦은 일본서 다른 아이디어 나와
인천과학고 3학년 이정민 양은 ‘빗면의 원리’를 활용해 지진 시 자동으로 열리는 이중문을 개발해 대통령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지진이 많은 일본에 특허를 내라고 권했다.
그런데 막상 일본에 와보니 이 양의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나라는 콘크리트 건물이라 지진 시 문틀이 뒤틀리는 게 문제인데 일본은 애초에 목재 건축이 많고 설계 자체가 다르더라”고 설명했다. 이 양은 “일본에 적용하려면 아예 다른 구조를 고민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배수 시스템의 차이도 눈에 들어왔다. “한국 배수구는 구간별로 끊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길게 이어져 있고 물받이 공간도 커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양은 ‘재해 에너지로 재해를 극복한다’는 주제로 논문을 준비 중인데, 이번 탐방을 계기로 한일 재난대응 비교를 더하기로 했다. “장래에는 재해 대응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전투기에도 매직테이프 붙이면 안 될까요”
JAXA 쓰쿠바 우주센터에서 위성 단열재에 사용되는 매직 테이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도쿄=조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ahyun@donga.comJAXA 쓰쿠바 우주센터에서는 인공위성에 붙어 있는 ‘매직 테이프’가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인공위성이 태양을 받는 면은 100도 안팎, 그늘 면은 영하 100도까지 내려가는 극한 환경을 반복적으로 겪는다. 이 온도 차를 견디게 하는 핵심이 바로 외부 단열재다. 견학을 안내한 오시마 다쓰오(大嶋龍男) JAXA 쓰쿠바 우주센터 관계자는 “일본 인공위성은 단열재를 고정할 때 매직 테이프(우주용 벨크로)를 쓴다”고 설명했다.
신리초 5학년 맹준환 군은 “매직 테이프가 그 빠른 속도에서도 버티는 게 신기했다”며 “전투기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오시마 씨는 학생들이 발명대회 수상자라는 말을 듣고 “앞으로 우주를 개발할 수 있는 과학자들이 나올 수도 있겠다”며 격려했다.
과학기술관에서는 앉으면 의자가 내려가거나 진동하는 체험 전시가 있었다. 신창초 6학년 이하윤 양은 “버스 정류장에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잠든 사람이 목적지를 놓치지 않도록 깨워주는 것”이라고 아이디어를 냈다. 변호사가 꿈이라는 이 양은 “발명대회가 힘들긴 해도 마지막엔 보람차고 좋은 추억”이라며 앞으로도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창초 6학년 진현서 양은 탐방 중 발목을 삐끗하는 사고를 겪었는데 이 경험에서 오히려 아이디어를 얻었다. “인도 턱에서 발목이 접질리거나 자전거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턱 모서리에 버튼 같은 걸 달아서 밟으면 에어백이나 경사진 판이 나오게 하면 어떨까”라고 아이디어를 냈다.
목동중 1학년 임현서 군은 미술관에서 플래시 촬영이 금지된 것을 보고 “유리 안에 작품을 넣고 플래시를 막아주는 장치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 탐방이 첫 해외여행이자 부모님 없이 떠난 첫 여행이었다는 임 군은 “3박 4일 동안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 보고 만지며 아이디어 끄집어내
고잔고 2학년 박시연 양은 이번 탐방의 의미를 ‘경험’이라고 정리했다. 박 양은 “경험이 적으니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올랐는데 이번에 여러 발명품과 작품을 직접 보고 만지니까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는 능력이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기계공학에 관심이 많은 박 양은 지난 겨울방학에 3차원(3D) 프린터를 독학하며 적성을 찾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스케치해서 바로 만든다. 압박이 있지만 오히려 재미있다”며 “발명을 통해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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