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이 노동자와 같을 수 있나”

  • 입력 2004년 11월 9일 18시 25분


코멘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총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조합원투표에 들어가기 직전 부산지역 지부장이 “공무원이 어떻게 노동자와 같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사퇴했다. 그의 사퇴의 변(辯)은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의 심경을 한마디로 대변한다. 지속되는 경제 불황과 민생고(苦), 취업 한파 속에 고달픈 일상을 이어 가는 다수 국민은 법으로 정년과 신분이 보장되고, 퇴직 후 연금이 지급되는 ‘만년 철밥통’의 배부른 요구를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전공노의 부당한 요구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인터넷에는 “공무원들이 국민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느냐”는 호통, “지금 한국에는 공무원 시켜 주고 밤 10시까지 일하라고 하면 정말 열심히 할 사람들 많다”는 절규, “공무원 시험 준비생 25만명을 위해 하루빨리 자리를 비워 달라”는 호소, “파업하게 내버려 둔 뒤 법대로 처리하라”는 분노가 넘쳐 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에 힘입어 대검 공안부가 국가기강 확립 차원에서 전공노 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에 나섰고, 파업 찬반 투표도 사실상 무산됐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 노조는 출범 시기를 잘못 골랐고, 투쟁방식 또한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

우리 공무원들이 그동안 국가발전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는 점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단체행동권까지 허용해 줄 만큼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집단이라는 신뢰를 받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 또한 사실이다. 선진 외국에서도 공무원에게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노동3권을 완전하게 보장해 주는 경우는 드물다.

공무원의 제일가는 사명은 대(對)국민 봉사와 헌신이다. 공무원들이 국민의 공복(公僕)임에 앞서 노동자임을 내세우면서 본분을 외면한다면 그들에게 보장된 사회적 경제적 특권 또한 재고돼야 마땅하다. 공무원 노조는 분명하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