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선한승]공무원 파업, 국민은 불안하다

  • 입력 2004년 11월 5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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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15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양대 노총의 비정규직법안 저지투쟁과 맞물려 연말 노-정관계가 한치 앞을 못 내다보게 됐다. 이번 전공노 파업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정부는 과거 파업 때마다 등장하는 엄포성 담화문 전술을 꺼내들었으나 그것이 먹혀들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공공부문 파업 여론 곱지 않아▼

전공노는 개정된 공무원조례에 따른 동절기 1시간 근무연장 방침에 대해 점심시간 근무중단이라는 ‘준법투쟁’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민원인의 불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총파업까지 이뤄지면 국민을 한층 불안하게 만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전공노는 이번 총파업을 감행하기 위해 파업기금 100억원을 모금하고 6일 지역별 파업결의대회를 시작으로 9일부터 10일까지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한 뒤 14일 전국노동자대회를 통해 ‘투쟁의 열기’를 고조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경찰은 파업찬반투표를 불법집단행동으로 간주하고 주동자를 전원 구속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 총선 때 공무원노조가 민주노동당 지지선언으로 선거법위반 사범을 낳은 데 이어 또다시 대량 구속사태가 예견되는 것이다. 노-정대립이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어렵지 않다.

전공노의 발표대로 총파업이 실제로 단행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만약 감행될 경우 노-정과 국민 모두에게 미칠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먼저 노동계는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했는데도 자신의 요구사항이 국회 입법과정에서 자연스레 반영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실력행사에 나선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일부 사업장의 민주노총 이탈과 더불어 또다시 여론의 혹독한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공무원노조의 파트너인 정부는 법외노조의 불법파업을 좌시할 수 없는 만큼 법치의 실현을 위해서도 강경방침을 고수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 등장 이후 첨예화된 사회갈등을 해소하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 방침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심각한 경제불황 속에서 상시 실업 위험에 노출돼 있는 민간 경제부문 종사자들에 비해 공공부문 종사자들은 그래도 따뜻한 편이다. 그런 사람들의 총파업을 곱게 바라볼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더구나 생계형 파업이 아닌 단체행동권 보장을 위한 권리투쟁이기에 여론의 질타가 더욱 매서울 것이다. 올해 3차에 걸친 민주노총의 집중투쟁이 여론의 악화로 결국 파업 자진철회라는 백기투항으로 끝났다. 그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럴 경우 노동계에 후폭풍이 몰아닥칠 것이고, 이는 노사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이번 총파업투쟁의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파업이 벌어지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 떠안게 된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 먼저 정부는 강경대응의 칼날만을 세우지 말고 노동계와 성의 있는 대화에 즉각 나서야 한다. 강경 일변도의 대책은 과거에 비해 근로손실일수가 줄어들고 산별교섭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등 올해에 일고 있는 노사관계 발전 무드를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다.

▼정부 국회, 설득 조정 나서야▼

국회는 여야 대치를 풀고 정상화해 즉각 현안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지금 노동계의 투쟁을 몰고 온 비정규직과 공무원 등의 현안은 모두 국회 입법 과정만 남겨두고 있다. 공이 이미 국회로 넘어간 상황이다. 해결의 열쇠를 쥔 당사자인 국회가 문을 닫아걸고 있으니 해법을 찾을 길이 없다. 국회의 조속한 정상화가 매우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야는 이번 노동계의 총파업에 조정자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 비상한 시기에 정부와 국회의 분발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선한승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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