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원수의 땅이 최고 휴양지?”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8분


터키 안탈리아 선정에 “1915년 대학살 기억하라”

“많은 휴양지 가운데 왜 하필 터키냐.”

“정치는 정치고 여행은 여행이다.”

터키와 서부 국경을 접한 아르메니아에서 올여름 최고 휴양지로 터키의 안탈리아가 꼽히면서 나라 안팎에서 논란이 뜨겁다고 ‘유라시아네트’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논란의 뿌리는 1915년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사건이다. 당시 오스만제국의 이슬람계 터키인들은 아르메니아 기독교인들이 러시아에 동조할 것을 염려해 이들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메니아 측은 150만 명이 숨졌다고 추산했지만 터키 정부는 30만 명이 사망했으며 학살이 아닌 전쟁 도중에 종족 간 충돌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한다. 아르메니아는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뒤에도 ‘철천지원수’인 터키와는 외교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 들어 관계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의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중해 연안의 휴양도시 안탈리아가 뜨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싼 물가 때문이다. 여기다 친절한 서비스 정신도 한몫하고 있다. 1인당 450달러(약 55만 원)면 일주일 동안 터키의 안탈리아를 여행할 수 있지만 아르메니아 휴양지인 세반 호수 등을 찾으려면 1인당 700달러(약 86만 원)가 훌쩍 넘는다. 올여름 안탈리아를 찾을 아르메니아 여행객은 2만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르메니아 민족주의 정당인 ‘아르메니아혁명연맹(ARF)’의 학생연합은 예레반 거리에 붙은 안탈리아 선전포스터를 뗄 것을 시에 요청했다. 이들은 안탈리아 관광 반대운동에 나서면서 “안탈리아에서 쓰는 아르메니아인의 돈은 터키 군대를 살찌운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