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엘리트 교육의 현장]<5>영국 럭비스쿨

입력 2003-12-16 16:27수정 2009-09-28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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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된 예배당을 배경으로 21세기 럭비스쿨 학생들이 럭비풋볼 경기를 하고 있다. 럭비풋볼은 180년전 이 학교에서 시작됐으며 학교이름이 바로 경기이름이 돼 전세계에 보급됐다.사진제공 럭비스쿨
영국의 초중고교는 의무교육. 13세부터 5년간, 그러니까 9학년부터 13학년까지가 우리나라 중고교에 해당하는 중등학교 과정이다. 11학년 때 중등교육 수료고사인 GCSE를 치르고 12, 13학년에 60% 정도가 대학진학을 위한 식스폼(Six form) 과정을, 40%가 직업교육과정을 밟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료가 없는 공립학교에 다니며 귀족집안의 자녀, 사회지도층 인사의 자녀, 부유층 자녀 등 7%가 사립학교에 다닌다.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는 철저한 엘리트교육으로 유명하다. 귀족교육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영국을 이끄는 힘은 명문 사립학교에서 나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명문 사립학교는 대부분 학교 내에 식스폼 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화, 토요일엔 전교생이 스포츠활동

인구 9만의 소도시 럭비 기차역에 내려 역 출구를 보면 ‘럭비풋볼의 고향’이란 푯말이 눈에 띈다. 럭비는 럭비스쿨 혹은 럭비풋볼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11월 11일 화요일 점심식사를 마친 남학생 대부분이 운동장에 모여 럭비경기에 열중했다. 운동장은 럭비구장 자체였다. 늦가을인데도 푸르름을 간직한 넓은 잔디밭에서 학생들은 어둠이 깔린 뒤까지 럭비공을 차지하기 위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1823년 이 학교 학생 윌리엄 엘리스가 이곳에서 열린 학년 대항 풋볼시합에서 흥분한 나머지 자신에게 굴러온 공을 잡아가지고 상대편을 향해 돌진한 때도 이맘때였다. 이때 상대편 학생들은 엘리스를 잡으려고 덤벼들었고 엘리스는 이들을 피해 상대편 진영으로 뛰어들었다. 결국 경기 규칙을 무시하게 된 이 사건이 손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현대 럭비의 효시가 된 것이다.

같은 시간 하키 경기장에서는 여학생들이 4∼6팀으로 나눠 하키경기를 하고 있었다. 일부 여학생들이 스포츠센터에서 스쿼시나 체조를 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하키경기에 참가했다. 이같이 화요일과 토요일에는 5교시 수업이 끝나면 오후에 전교생은 스포츠활동에 참여한다. 이 학교에서는 배드민턴 수영 사냥 골프 펜싱 조정 폴로 탁구 등 원하는 스포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정규 체육시간 외에 일주일에 3번 체육활동을 해야 한다. 계절 스포츠경기로 가을학기에 남학생은 럭비풋볼을, 여학생은 하키경기를 하고 봄학기엔 남학생이 하키를 여학생은 네트볼을 한다. 여름학기엔 여학생은 테니스와 체조를, 남학생은 테니스 크리켓 체조를 한다.

# "부시가 테러범 제압할수 있나" 토론

조너선 스미스 홍보부장은 “기숙사 생활과 스포츠경기를 통해 단결의식을 고취시키고 다양한 예술활동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을 발달시킨다”고 설명했다. 가을학기에 식스폼 과정에 입학한 한국인 여학생은 “학교에서도 음악 미술 연극 같은 예술활동과 스포츠활동을 맘껏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 학교 로어스쿨(1∼3학년생)은 영어 역사 지리 수학 생물 화학 물리 음악 미술 사진 디자인 등을 배운다. 외국어로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아라비아어 등 8개 중 하나를 선택하며 라틴어나 그리스어도 배울 수 있다. 3학년생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 같이 GCSE를 치른다. 이 학교의 올해 GCSE시험 성적을 보면 131명 중 평균 B등급(전체 6개 등급) 이상이 91.9%, 합격점인 C등급 이상이 99.0%였다. 전국 학교 평균은 B등급이 34.0%, C등급 이상이 58.0%였다.

로어스쿨을 마치면 어퍼스쿨(4, 5학년)에 진학하는데 어퍼스쿨은 식스폼 과정으로 2년간 대학진학을 위한 GCE A-Level 시험을 준비한다. 우리나라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A-Level 시험은 3, 4개의 과목을 선택해 보는데 입학하고자하는 대학의 전공학과에서 요구하는 과목을 택한다.

이날 오전 어퍼스쿨 4학년 역사시간. 주제는 ‘테러조직-탈레반과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은 근본적으로 같은가’였다. 교사는 15명의 학생들과 토론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한 학생은 “IRA는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의 통일을 요구하는 국내조직인 데 반해 탈레반은 오사마 빈라덴과 알카에다와 연계된 국제적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IRA 역시 바스크분리주의운동단체인 ETA와 연계해 국제적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느냐”는 또 다른 학생의 반박이 뒤따랐다. 학생들은 이어 “미국이 테러 종식을 외치고 있지만 과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할 힘이 있는가”하는 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 학교의 전통이 바로 토론수업과 과목통합수업. 예를 들어 ‘교회사’ 과목에서는 종교뿐 아니라 역사와 언어교육을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지식습득과 함께 교양과 독립적인 사고력이 배양된다.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대입과목

이같이 과목별로 전문적인 지도를 받게 되므로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적극적이 되고 에세이 형식으로 치러지는 A-Level 시험이나 대학인터뷰 시험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매년 졸업생 150명 중 25명 정도가 ‘옥스브리지’(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합친 말)에 진학하고 대부분이 영국의 다른 명문대에 들어간다. 올해 A-Level 성적은 57.4%가 A등급(전체 5개 등급), 82.1%가 B등급 이상이었다. 전국 학교 평균은 A등급이 21.6%, B등급 이상이 44.5%였다.

이 학교 로어스쿨의 도서 목록을 보면 먼저 그 깊이와 범위에서 놀란다.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럴이나 ‘톰 브라운의 학교생활’의 토머스 휴스 같은 선배들의 작품이 많다는데서 다시 한번 놀란다. 특히 ‘톰 브라운의 학교생활’은 휴스가 이 학교에서 겪는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이다. 휴스의 분신인 톰 브라운은 열두살에 집을 떠나 럭비스쿨에 입학한다. 기숙사에서 학생들은 서로 시기하고 싸움하는 과정을 통해 협동심과 독립심을 기른다. 21세기 학생들은 문학작품을 읽으며 170년 전의 학교와 지금을 비교하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시인이자 사회비평가로 유명한 매슈 아널드 역시 이 학교에서 자랐다. 1828년 이 학교의 교장으로 부임한 토머스 아널드가 그의 아버지였다. 성직자이자 교육개혁가인 토머스 아널드는 14년간 탁월한 지도력으로 럭비스쿨을 이튼스쿨이나 해로스쿨과 어깨를 겨루는 사립명문학교로 만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27세의 나이로 숨진 시인 루퍼트 브룩 역시 이 학교 재학시절부터 시재를 인정받았고 ‘악마의 시’로 이슬람계를 격분시켰던 작가 살만 루시디 역시 이 학교 출신이다. 이 같은 영문학의 전통 때문에 이 학교에서 영어과목은 중요시된다. 실제로 영어과목은 여러 학문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기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럭비스쿨이 전통을 향유하는 데 머물러 있다고 보면 오산이다. 지식정보시대에 맞춰 21세기에 들어오자마자 모든 학생들을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시켰고 신입생들은 개인용 랩톱을 휴대하도록 했다.

그러나 사라 플레처 교감은 “시대가 변해도 명문 사립학교의 역할, 즉 학업성적이 뛰어날 뿐 아니라 미래의 사회지도자를 배출하는 역할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목요일 오후를 봉사활동에 할애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은 학생들을 이기심에서 벗어나도록 하며 대학입시에서도 이를 요구한다. 최근에는 외국인 학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학생들의 국제적 감각을 키워주는 데도 열심이다.

럭비(영국)=김진경기자 kjk9@donga.com

▼럭비스쿨은▼

1567년 잉글랜드 중부 워릭셔주(州) 럭비에 남자사립중등학교로 세워졌다. 1975년 처음으로 3명의 여학생을 입학시켰고 199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남녀공학이 됐다. 학생수는 782명. 교복이 있다. 로어스쿨(13세)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공통입학시험’에서 평균 55% 이상을 맞아야 하고 어퍼스쿨(16세)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GCSE에서 최소한 B등급이 3개 과목, C등급이 3개 과목 이상이어야 한다. 학비는 기숙사비를 포함해 1학기에 6870파운드, 1년에 2만520파운드. www.rugbyscho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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