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D 보고서]『東아시아人 삶의질 20년 후퇴』

  • 입력 1998년 10월 20일 19시 27분


‘잃어버린 20년.’

사상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동아시아 상황을 세계은행(IBRD)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동아시아인의 삶의 질을 빠르게 향상시켜온 성장신화가 이 지역을 강타한 경제위기로 무너지면서 20년 전의 빈곤상황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

세계은행은 “70년대 중반 60%였던 동아시아의 극빈층 비율이 90년대 중반 20%로 떨어졌으나 이같은 사회적 진보는 ‘기록되지 않은 역사’가 되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경제위기 이전 3억5천여만명이었던 이 지역의 극빈층이 요즘 다시 10억명선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동아시아 경제위기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을 급속도로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며 “실업증가 소득감소 빈곤층확산 심리적상실감 등에 따른 범죄와 마약 매춘 등 병리현상이 급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기간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실업률은 사회불안을 가중하는 핵심 요인이다.

고실업의 ‘동서 역전현상’이 빚어지면서 중산층이 대거 몰락, 거대한 사회비판세력이 형성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실업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동아시아에서 올해에만 1천만명의 신규 실업자가 나와 사태가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문제가 심각한 태국 한국 인도네시아에서는 각각 범죄 파업 약탈 등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태국의 마약범죄는 통제불능상태에 이르러 태국경찰은 올 상반기에만 지난 한해분에 해당하는 히로뽕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을 사고 파는데 계층이 없고 주고객이 어른에서 어린이로 옮아가고 있다”며 “젊은 여자들도 몸을 파는 것보다 수지가 맞는 마약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위기로 전체인구의 절반인 1억여명이 빈곤선으로 추락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수하르토가 하야한 5월시위 이후에도 족자카르타 등 지방은 물론 수도 자카르타 근교에서 화교에 대한 약탈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화교와 지방유지들은 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거나 개인 경호원을 고용하고 있다.

또 올해 실업률이 15년만에 최악인 5%대로 치솟은 홍콩에서는 실업자 및 주식 부동산 투자자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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