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논란 ‘섬데이’, ‘내 남자에게’ 악보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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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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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측이 제시한 ‘섬데이’와 ‘내 남자에게’ 악보.
김신일 측이 제시한 ‘섬데이’와 ‘내 남자에게’ 악보.
KBS2 드라마 '드림하이'의 삽입곡 '섬데이'의 표절 여부를 놓고 작곡가 박진영과 김신일 씨가 합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이 문제는 법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김 씨는 이 곡을 쓴 박 씨의 소속사 JYP 엔터테인먼트에 10일 내용증명을 보내 "섬데이의 후렴구 여덟 마디가 가수 애쉬의 '내 남자에게'와 거의 흡사하다"며 "섬데이의 음반·음원 유통을 즉시 중지하고, 표절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15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내 남자에게'는 김 씨가 2005년 작곡한 노래다.

이에 박 씨는 14일과 15일 잇달아 보도 자료를 내 "(김 씨가 문제삼은 부분은) 대중음악에서 흔히 쓰이는 코드 진행과 멜로디"라며 "표절이라 주장하는 후렴구 4마디의 멜로디는 커크 프랭클린이 2002년 발표한 '호산나'와 더 유사하고 코드는 타미아의 2004년 곡 '오피셜리 미싱유'와 비슷하다"며 역공에 나섰다.

'내 남자에게'의 부분을 '섬데이'에 맞춰 반음을 내려 이조(離調)한 다음 악보를 비교하면 멜로디와 화성 진행이 매우 유사하다. 문제는 화성 진행이 유사한 것을 표절이라고 볼 수 있느냐의 문제. 음반 사전 심의제가 사라진 현재로선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멜로디가 네 마디 정도 겹치는 것을 표절로 보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음악인들은 "유사성만으로 표절 여부를 단정하기가 힘들어 표절 문제는 명쾌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JYP 측은 김 씨의 문제제기에 대한 대응으로 15일 "'내 남자에게'와 화성과 멜로디가 비슷한 곡이 많다"며 '호산나' 외에 마일리 사이러스의 '버터플라이 플라이 어웨이'(2009)와 제이 모스의 '가드 해픈즈'(2009)의 악보를 공개했다. JYP 정욱 대표는 "여러 곡이 비슷한 형태를 띠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일반적인 코드 배열로 음악적 '클리셰'(상투적 설정)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씨의 소속사 지피베이직은 15일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박진영 씨가 본인의 곡 섬데이와 비슷하다고 반론한 가드 해픈즈는 2009년 발표한 곡이다. 섬데이와 비슷하다고 발언했던 두 곡에 대해서는 본인이 그 외국 아티스트들하고 대화하는 게 순서이고 절차이지, 훨씬 이후에 작곡해 표절시비에 오른 박진영 씨가 발언을 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음반 관계자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작곡가 안영민 씨는 "거론된 음악들을 다 들어보지 못해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영화마다 폭파 신이 비슷한 것처럼 음악에서도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비슷하게 겹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곡을 쓴 뒤엔 동료 작곡가들과 함께 들어보고 검사하지만 멜로디가 같아도 뉘앙스가 다른 경우처럼 판단하기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는 것. 안 씨는 "원작자에게 곡을 먼저 들려주고 의견을 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스트레스가 많다"고 전했다. 한 음반 제작자는 "음반을 낼 때마다 여러 번 내부 검사를 하지만 같은 화성과 비슷한 멜로디로도 새로운 곡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표절 여부를 가리긴 어렵다. 가장 정확한 건 작곡가의 양심 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요계에선 표절 논쟁이 끊이지 않아왔다. 지난해엔 이효리의 네 번째 앨범을 작곡한 바누스(본명 이재영)가 13곡 중 6곡을 의도적으로 표절한 정황이 포착돼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표절 시비가 법원의 판결로 마무리되는 경우는 드물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실익이 거의 없는데다 이 과정에서 양쪽의 이미지가 모두 실추될 수 있어 표절 문제를 법정에까지 끌고 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

이 때문에 심의 기구를 다시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성원 음악평론가는 "이번 논쟁과 같은 일을 교통정리해줄 기관이 있어야 바누스처럼 '돈 되는' 음악을 베껴 장사를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표절한 곡을 발표해 이익을 올리면 나중에 논증 관계를 따져 정리가 되다 해도 길어야 2~3개월이면 수명을 다하는 대중가요의 특성상 '남는 장사'가 되는 역순환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작곡가도 "인터넷에서 '비슷하다'는 논란이 일면 며칠간 잠을 잘 수 없다. 심의 기관이 생겨 표절 여부를 가린 뒤 음반이 출시되면 작곡가 입장에선 차라리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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