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자산매각 등 3조 마련”… 채권단 “8000억 추가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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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 그룹 자구안 수용
두산重 유상증자… ㈜두산도 참여
오너 일가 배당 안받고 급여 반납… 두산밥캣-인프라코어 매각 가능성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를 위해 3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안을 확정했다. 채권단은 이를 수용해 8000억 원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27일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자산 매각과 비용 감축을 뼈대로 한 최종 자구안을 제출했다. 자구안에는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에 모회사이자 최대주주인 ㈜두산을 비롯한 대주주들이 참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두산그룹 오너 일가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배당과 상여금을 포기하고, 급여도 대폭 반납하기로 했다.

재계에서는 두산그룹이 3조 원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자산을 매각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그룹이 앞서 제출한 자구안에서는 전자·바이오 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두산솔루스와 그룹 내 신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 연료전지 회사 두산퓨얼셀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두 회사의 예상 매각가가 1조 원 남짓에 불과하기에 3조 원을 마련하려면 더 큰 계열사를 내놓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건설은 이미 경영이 부실해 매각 성사 가능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그룹 내 최고 알짜회사로 꼽히는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매각 대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하고 있는 두산밥캣의 지분은 51%로 시장 가치는 약 3조 원 이상이다. 하지만 이미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의 지분을 대부분 담보로 잡고 있어 담보가치를 빼고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최소 1조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두산그룹의 밥캣 지분 매각은 최후의 수단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산그룹이 밥캣 인수를 위해 5조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부었고 위기를 겪다 효자 계열사가 된 상황에서 쉽게 손을 놓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자구안에 기업명이 담겨 있지는 않지만 그룹 측에서 상황에 따라 모든 계열사 및 자산에 대한 경영권을 방어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했다.

채권단이 다음 달 초 8000억 원을 추가 지원하면 최근 지원한 1조6000억 원을 포함해 총 2조4000억 원을 두산에 수혈해주게 된다. 여기에 나머지 국내 은행 채권 1조2000억 원 중 일부를 갚기 위한 돈도 다음 달 두산중공업 실사 이후 추가 지원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채권단은 두산그룹에 대한 최종 유동성 지원 규모를 다음 달 초 마무리될 실사 이후 확정할 계획이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서형석 기자
#두산그룹#자구안#채권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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