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고시 서두르지 않는다”…23일 장관 회의서 시점논의

  • 입력 2008년 6월 22일 20시 01분


한미 양국이 '한국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에 따라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등에 합의했지만 곧바로 미국산(産)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고시(告示)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22일 당정 협의를 통해 "국민들이 진정할 때까지 고시를 유보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반영된 수입위생조건이 앞으로 고시, 발효되면 지난해 10월 5일 이후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은 곧바로 재개된다. 수입위생조건이 공포된 뒤 한달이 지나면 30개월 미만 미국산 뼈있는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고시 의뢰"에서 "국민이 진정할 때까지"로

정부는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한승수 총리 주재로 관계부처장관회의를 열어 추가협상 결과를 부칙에 반영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수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정안이 확정되더라도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곧바로 행정안전부에 이 안의 관보게재를 요청(고시 의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회의에서 고시 시점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당초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발표 직후 "최선을 다한 결과이므로 정부 고시를 늦출 수 없다. 농식품부 장관이 23일 고시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2일 당정협의가 끝난 뒤 농식품부는 "추가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한국QSA표시 없는 미국산 쇠고기 전량 반송

한국QSA에 따라 미국 도축장에서는 '치아 감별법'을 통해 30개월 이상 유무를 판별한다. 30개월 이상 소는 별도로 표시, 구분되며 한국 수출용 물량에서는 제외된다.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FSIS)은 해당 도축장이 '한국 수출용은 한국QSA에 따라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생산했다'는 점을 확인한 뒤 수출위생증명서 비고란에 이를 게재한다.

수출위생증명서가 없거나 비고란에 한국QSA 표시가 없는 쇠고기는 한국 측의 검역과정에서 전량 반송된다.

한국 측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이후 처음 6개월간 3%의 표본을 개봉해 검사한다. 현재 호주산과 뉴질랜드산은 1%의 표본만 개봉해 검사하고 있다. 6개월 간 검역에서 문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미국산 쇠고기의 표본 개봉검사 비율도 1%로 낮아진다.

●수입위생조건 공포 뒤 한달이면 시중 유통될 듯

수입위생조건이 공포되면 수도권 검역창고와 부산항 컨테이너야적장 등에 이미 들어와 있는 미국산 '30개월 미만 살코기' 5300t은 곧바로 검역이 재개돼 3∼4일 뒤면 시중에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추가협상 결과가 반영된 LA갈비 등 30개월 미만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서 유통되는 것은 수입위생조건 공포 이후에도 한달 정도 더 걸릴 것으로 수입,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 QSA 프로그램에 맞춰 미국의 축산업자들이 30개월 미만의 뼈 있는 수출용 쇠고기를 생산하려면 절차 마련 등 준비 기간만 2주 정도가 걸리고, 운송과 검역에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수입업계는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와 외식업체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당장 판매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입육협의회는 "한국QSA는 확실히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겠다는 조치"라며 "정부가 수입금지 품목에 포함시킨 30개월 미만 소의 머리뼈, 눈, 척수, 뇌 등에 대해서도 수입금지 자율결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미국산 쇠고기 소비에 대해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에 판매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는 국민들의 우려가 큰 상품이어서 유통업체로서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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