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4, 5년 내에 매각하는 등 순환출자 구조를 단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삼성을 겨냥한 부정적인 여론의 핵심 요인으로 거론되던 은행업 진출과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정면 대응 성격의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 “금융사 경영 더 튼튼하게 다질 것”
삼성은 그동안 번번이 “은행을 인수할 실익도 없고 계획도 없다”고 밝혀 왔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이 은행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새 정부 들어 금산분리 완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이 같은 관측은 더 힘을 얻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등 정부 소유 은행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국내 산업자본의 힘을 빌리자면 자금력이 풍부한 삼성의 은행업 진출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이 이번에 은행업 진출에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 앞으로 정부 소유 은행들의 매각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은행업 진출 포기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투신운용 등 기존 비(非)은행 금융 5개사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이날 쇄신안에서 “금융사들의 경영을 더욱 튼튼하게 다져서 일류 기업으로 키우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삼성의 금융 계열사 5곳은 이미 해당 업계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제조회사의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 보험료 기준으로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삼성증권 역시 고객예탁자산 기준으로 1등이다. 삼성투신운용은 수탁액 기준 2위이고 삼성카드 역시 은행계 카드사를 제외하면 1위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를 수직계열화하는 ‘금융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생명이 삼성증권 지분 11%, 카드 27%, 화재 10%, 투신 5% 등 4개 금융사에 대한 지분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에버랜드 지분 매각”
삼성이 이날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힌 것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현행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카드는 현재 에버랜드의 지분 25.6%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6년 개정된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계열사인 삼성카드는 보유 중인 지분의 5%를 초과하는 20.6%를 5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는 이 회장 일가가 순환출자 구조를 이용해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며 공격해 왔다.
삼성은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이 늘어난 것은 금융감독원의 승인하에 삼성캐피탈과 합병하면서 불가피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이번에 아예 공격의 빌미를 없애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매각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은 “현재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20조 원 이상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문제도 있다”며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운 만큼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관련 법 개정 추이를 봐 가며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되, 당장은 자금력 때문에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삼성그룹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중심의 지배구조는 일단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와 친인척, 계열사들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 보유 지분이 60%를 웃돌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와 함께 사외이사들이 좀더 객관적 시각에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삼성과 직무상으로 연관 있는 인사들은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쇄신안에 포함시켰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