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의 ‘뉴딜’ 제안, ‘립 서비스’ 안 돼야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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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어제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경제계의 제안을 통 크게 받아들이는 대신 기업들도 투자와 고용에 힘쓰는 ‘뉴딜(New Deal)’을 제안하러 왔다”며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등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기업인 대사면(赦免) 등 경제계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대한상의의 11개 건의사항에 대해 열린우리당 창당 이래 가장 친(親)기업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기업인들은 ‘립 서비스’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그의 제안 자체가 청와대나 정부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단독 제안이기 때문이다. 여당의 경제 살리기 의욕은 좋지만 경제계 요구를 ‘통 크게’ 받아 주려면 혼자 뛸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정부는 최근까지도 출총제 폐지나 수도권 규제 완화는 당분간 어렵다고 했다. 당정 간 이런 시각차를 지켜보는 기업인들은 지금 어느 쪽도 믿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다.

더욱이 김 의장은 ‘투자를 늘리면 규제를 완화해 줄게’라는 식으로 마치 재계와 거래라도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재계에 신입사원 채용 확대, 취약계층과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은 사활(死活)을 걸고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식의 나이브한 접근이 기업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지 궁금하다. ‘경제인 사면’과 ‘서민경제 활성화’를 맞바꾸겠다는 발상만 해도 명분과 현실성에서 문제가 있다.

여당이 경제계의 숙원을 풀어 준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여당이 왜 지금 이렇게 나오는지 의아해하고, 앞으로 상황이 바뀌면 또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못 미더워 한다. 따라서 여당이 경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어떤 경제체제를 지지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여당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김 의장의 제안은 기업인들에게 또 한 차례의 ‘사진 찍기용 정치 쇼’로 비치고 경제의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다. 그보다는 힘 빠진 경제에 대한 현실 파악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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