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도 살려야 하고 투기는 막아야 하고…부동산 정책 딜레마

  • 입력 2005년 2월 11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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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판교발(發) 집값 급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일부 강남 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부동산가격 안정화대책의 골격을 유지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으며 부동산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무리한 정부개입보다는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 “가격동향 점검 후 대책마련”=재정경제부는 10일 김광림(金光琳) 차관 주재로 1급 이상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기존의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을 완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재경부는 이날 회의에서 재경부, 건설교통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강남 재건축지역 아파트 가격동향을 점검하는 한편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 시 우선순위로 청약할 수 있는 통장의 불법거래에 대해서도 실태를 파악하기로 했다.

재경부 고위 당국자는 11일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과 관련해 불법통장이 얼마나 거래되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조사해 대처할 계획”이라며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실제로 오른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미 7일부터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실태파악에 나섰으며 실태파악이 마무리되는 대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딜레마=2003년 ‘10·29’ 대책 이후 부동산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정부는 재경부와 건교부를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연착륙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건설수주는 2003년에 비해 9.1% 하락했다. 공공부문을 제외한 민간부문은 17.6%나 감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02년 16만1000개, 2003년 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등 고용시장에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던 건설업은 지난해에는 신규 일자리 4000개를 만드는 데 그치는 등 내수침체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이 투기장화돼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장기간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도 경제운용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게 정부의 딜레마다.

판교도 중대형아파트 분양가가 높아지면 분당 등 주변 지역의 아파트 시세를 크게 높여 ‘판교 발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그렇다고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하면 당첨자의 이익만 높여줘 결과적으로 ‘판교 로토’를 부추길 수 있다.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단기 처방보다는 정부가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부동산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114의 김혜현(金惠賢) 정보분석부장은 “집값 불안의 근본적인 이유는 판교처럼 입지여건이 좋은 택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인기 지역 택지 개발 확대, 서울 등 대도시 내 용적률 상향조정, 그린벨트의 전향적 이용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張成洙) 연구실장은 정부의 점진적인 시장 개입 축소를 주문했다. 장 실장은 “지난해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사실상의 거래 중단 사태를 초래했다”며 “단기적인 시장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여러 규제 가운데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것들을 없애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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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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