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가 성적·소득과 무관하게 등산만 하면 주는 ‘등산장학금’을 신설했다. 권준하 회장의 5억 기부로 조성됐으며 연 7회 완주 시 70만 원을 받는다. 권 회장은 “학생들이 산행을 통해 건강과 호연지기를 기르길 바란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
성적이나 가정 형편에 상관없이 오직 ‘등산’만 열심히 하면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생겼다. 학생들의 체력과 건강도 챙기자는 기부자의 취지다.
12일 KAIST는 권준하 신익산화물터미널 회장(81)이 ‘미산(彌山) 등산장학금’ 조성을 위해 5억 원 규모의 펀드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미산’은 권 회장 선친의 호에서 따온 이름이다.
● 인증 앱으로 등산 코스 완주하면 장학금
이번 장학금은 선발 기준부터 파격적이다. 학점이나 연구 성과, 소득 분위 등 기존의 장학금 지급 기준을 일절 배제했다.
대신 학생들은 KAIST가 지정한 등산 인증 앱을 활용해 코스 완주를 인증하면 된다. 연간 7회 이상 등산을 완료한 학생에게는 70만 원, 4~6회 인증한 학생에게는 30만 원을 준다. 학교 측은 매년 약 150명의 학생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AIST 관계자는 “과학기술 분야 특성상 학업과 연구 강도가 높은 학생들이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통해 체력과 성취감을 동시에 기를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라며 “권 회장의 제안에 따라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누적 111억 원 이상 기부한 국내 대표 기부자
권준하 신익산화물터미널 회장(81)의 모습. 카이스트 제공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권 회장은 30년 이상 장기 간접 투자로 안정적 자산을 일궈온 투자·경영 전문가다. 서울대·숙명여대·원광대병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누적 111억 원 이상을 기부해 온 국내 대표 기부자다. 권 회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산 정상에 올라 발아래 세상을 바라보면 웬만한 고민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며 “학생들이 책상 앞에서 밤낮으로 공부만 하기보다, 등산을 통해 생각을 가다듬고 더 넓은 세상을 품을 수 있는 기상을 길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부를 하면서도 그는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세 가지는 펀드, 등산, 그리고 기부였다”고 강조했다.
KAIST 미산 등산장학금에 대한 설명. AI로 만들어졌다. 카이스트 제공
이번 장학금은 KAIST 최초의 ‘원금 보존형 펀드 기반’으로 운영된다. 원금(5억 원)을 건드리지 않고 운용 수익(연간 약 1억 원)만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금 고갈 걱정 없이 지속가능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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