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퇴직연금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빠르게 성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규모는 496조 원이다.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변화도 있었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이 줄어들고 확정기여(DC)형이 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DB형 적립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73.9%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서 지난해 말에는 46.1%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DC형 적립금 비중은 17.6%에서 27.6%로 크게 늘었다. DC형 적립금 비중이 늘어난 만큼 DC형에 처음 가입한 근로자도 많을 것이다.
DB형과 DC형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장은 퇴직급여 재원을 회사 바깥 금융회사에 맡겨 둔다. 이렇게 하면 회사 재정에 문제가 발생해도 근로자는 안전하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이때 금융회사에 맡겨 둔 퇴직급여를 누가 운용하느냐에 따라 DB형과 DC형이 나뉜다.
DB형은 회사가 퇴직급여 적립금을 직접 운용하고 성과에 책임도 진다. 근로자는 적립금 운용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퇴직할 때 미리 정한 규칙에 따라 산정한 퇴직급여를 받는다. 반면 DC형 가입자는 자기 퇴직급여 적립금을 스스로 운용한다. 운용 성과가 좋으면 퇴직급여를 더 받고, 나쁘면 덜 받는다. 따라서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적립금 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용자 부담금은 언제, 얼마나 받나
초보 DC형 가입자는 점검해야 할 것이 많다. 먼저 사용자 부담금부터 살펴보자.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자기 퇴직 계좌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1년 일하면 그해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의 퇴직 계좌에 부담금으로 입금해야 한다.
현행 법률은 사용자 부담금의 하한만 정하고 상한은 두고 있지 않다. 대다수 회사가 법정 하한에 맞춰 부담금을 내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근속 연수가 늘어나면 퇴직금 지급률이 높아지는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하던 회사나 임금 상승률이 높은 회사는 DC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면서 법정 하한보다 높게 부담금을 책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DC형 가입자는 사용자 부담금이 얼마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부담금 납부 주기와 일자도 확인해야 한다. 매달 부담금을 근로자 퇴직 계좌에 입금해 주는 회사도 있지만, 분기나 반기 또는 1년에 한 번 부담금을 내는 회사도 있다. 부담금 입금 날짜도 확인해 봐야 한다. 월급날에 맞춰 부담금을 입금하는 곳도 있지만, 다른 날짜에 입금하기도 한다. 부담금이 입금됐는지도 모르고 방치하면 수익률을 높일 수 없다.
●퇴직연금사업자는 어느 회사이고, 변경할 수 있는가
퇴직연금을 관리해 주는 금융회사가 어디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퇴직연금제도와 적립금을 관리하는 금융회사를 ‘연금 사업자’라고 한다. 현재 퇴직연금 사업을 하는 금융회사로는 증권, 은행, 보험사가 있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할 때 한 곳 이상의 금융회사를 연금 사업자로 선정해야 한다. 일부 규모가 큰 회사에서는 복수의 연금 사업자를 선정한 다음 근로자에게 최종 선택권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연금 사업자를 변경할 기회도 부여한다. 따라서 DC형 가입자는 선택할 수 있는 금융회사가 어느 회사이고, 언제 변경할 수 있는지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DC형 가입자는 원리금보장상품부터 실적배당 상품까지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금융회사마다 제공하는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에 연금 사업자를 선택할 때는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를 예로 들면, 증권사에서는 ETF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지만 일부 은행과 보험사에서는 ETF를 매매할 수는 있지만 실시간 거래는 할 수 없다.
●방치된 적립금은 없는가
DC형 가입자는 퇴직 계좌에 입금된 부담금을 어떤 금융상품에 투자할 것인지 지시해야 한다.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부담금은 현금으로 남아 있게 된다. 매번 부담금이 입금될 때마다 같은 금융상품을 매입하는 경우에는 자동 매수 신청을 해 두면 된다. 다만 ETF는 자동 매수가 안 되기 때문에 매번 직접 매입해야 한다.
디폴트옵션 상품도 정해야 한다. 디폴트옵션이란 DC형 가입자가 일정 기간 운용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 사전에 지정한 방법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위험도에 따라 안정형, 안정 투자형, 중립 투자형, 적극 투자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용자는 자기 투자 성향에 맞는 디폴트옵션 상품을 하나 선택하면 된다. 다만 디폴트옵션 상품을 지정한다고 해서 바로 적립금 운용 방법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최초 부담금이 납부되거나, 금융상품 만기가 도래하고 4주가 지났는데도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연금 사업자는 다음 날 가입자에게 2주 후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고 알린다. 가입자가 통보받고 2주가 지났는데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방치된 적립금은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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