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 측면에서 살펴봐도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 앞으로 원화환율과 공공요금 등이 어떻게 되느냐가 변수이긴 하지만 정부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억제목표치(3%대)를 지키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상황에서만 보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물가상승) 조짐은 더욱 뚜렷해졌다.
▽심상찮은 물가상승〓4월 물가가 작년 같은 달보다 5.3%나 올라 전년 동기대비 기준으로 29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점이 눈길을 끈다. 올 들어 같은 기준으로 본 월별 물가상승률은 1∼3월에 계속해 4%대를 보이다가 마침내 5%를 넘어서면서 1∼4월중 평균 4.6%나 올랐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불과 4개월 사이에 2.5%나 오른 점도 심상치 않다.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농축수산물 등 ‘생활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아 피부로 느끼는 물가불안은 더 컸다. 4월 물가를 예상보다 큰 폭으로 끌어올린 ‘주범’은 농축수산물이었지만 할인판매기간이 끝난 남녀 구두 등 공업제품도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앞으로 안심할 수 있을까〓전년 동기대비 상승률면에서 보면 일단 다음달까지는 물가의 ‘고공 비행’이 불가피하다. 작년 5월 물가가 낮아 올 5월의 경우 4월보다 물가가 전혀 안 올라도 전년 동기대비로는 5.4%나 상승한다.
정부는 원화환율만 급등하지 않는다면 6월부터는 안정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오갑원(吳甲元) 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장은 “작년에는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에 올해는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데다 올 1∼4월중 물가를 끌어올렸던 농축수산물과 교육비 등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재경부측은 ‘원화환율이 달러당 1300원대보다 낮을 경우’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아직 연간 소비자물가 억제치 3%대를 지킬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애써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실낱같은 기대’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경제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원화환율이 달러당 13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적은 데다 2분기(4∼6월)에는 예산 조기집행방침에 따라 본격적으로 돈이 시중에 풀려나간다.
또 상반기에 물가급등 우려로 미뤄놓았던 택시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만약 정부가 하반기에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 물가에 주는 부담은 더 커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4%를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원화환율이 더 뛰면 5%대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저성장―고물가 우려〓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는 속에서 물가에도 비상이 걸리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은 한결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 경제가 올해 3.5%밖에 성장하지 못한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최근 내놓았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5∼6%대)을 감안하면 ‘4%대 초반 이하의 성장률’과 ‘4%대의 물가상승률’이 겹치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는 지적. 다만 미국의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2.0%(작년 동기대비)로 나타나면서 ‘해외변수’에 대한 불안감이 다소 줄어들고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다시 돌아갈 수도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일단 ‘청신호’로 꼽힌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