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정보 여부 네이버-유튜브가 판단… 기준 불명확해 혼란 우려

  • 동아일보

[허위조작정보 규제법 시행]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오늘 시행
네이버-카카오, 신고 항목에 추가… 게시글 삭제-계정 정지 가능해져
사이버렉카 등 법원 판결뒤에도 허위조작 반복땐 최대 10억 과징금

7일부터 시행되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핵심 골자는 불법·허위조작정보로 피해를 본 사람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아울러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은 이와 관련된 자체 운영정책을 마련해 신고를 받고 처리하는 절차를 밟을 의무도 생긴다.

● 최대 5배 손배·반복 시 10억 과징금

앞으로 불법·허위조작정보로 피해를 본 사람은 정보 게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예컨대 구독자 10만 명을 보유한 이른바 ‘사이버 렉카’가 연예인에 대한 허위조작정보를 퍼뜨려 활동 중단 등 피해를 입혔다면 피해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유튜버는 물론이고 언론사 홈페이지 기사나 소셜미디어 채널 게시물도 요건을 충족하면 대상이 된다.

최대 5배의 가중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직전 3개월 동안 3개 이상 게시물을 올려 광고 수익을 얻은 이 가운데 구독자 10만 명 이상이나 월평균 조회수 10만 회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법원에서 불법·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반복 유통하면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도 부과될 수 있다.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 명 이상인 대규모 플랫폼엔 별도 의무가 부과된다. 플랫폼은 불법·허위조작정보 신고를 받으면 접수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후 자체 운영정책에 따라 삭제 또는 차단, 노출 제한, 계정 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조치 뒤엔 그 이유와 이의신청 절차를 신고자와 게시자에게 알려야 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비판, 정치적 주장 자체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카카오톡 같은 개인 간 비공개 대화도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허위조작정보를 직접 판정하지 않으며, 플랫폼이 각자 마련한 운영정책에 따라 판단하되 필요하면 민간 사실확인단체의 검증 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

● 네이버·카카오도 신고 항목 추가

이에 주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법 시행에 맞춰 운영정책을 개정하고 신고 항목을 추가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7일 법 시행을 앞두고 신고 항목에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불법정보 허위조작정보 신고입니다’란 항목을 추가했다. 신고 방법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블로그나 카페, 지식인 게시물이나 댓글에 마련된 ‘신고’ 메뉴를 이용하면 된다. 네이버 고객센터의 ‘불법정보 허위조작정보 신고 바로가기’에서 문제 게시물의 인터넷주소(URL), 신고 근거, 증빙 자료, 이름과 연락처를 제출할 수 있다. 네이버는 “명백한 허위 사안은 기존 심의 체계로 처리하되, 허위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심의를 거칠 방침”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30일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여 공공의 이익 또는 타인의 권리(인격권, 재산권 등)를 침해하는 행위’를 운영 정책상 금지 활동으로 추가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브런치스토리 등의 서비스가 대상이다. 7일부터 ‘불법 정보 및 허위조작정보’ 항목이 신고 항목으로 추가되며, 이용자는 게시물의 신고하기 기능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글로벌 플랫폼들도 기존 커뮤니티 규정과 신고 체계를 토대로 국내 제도에 대응할 방침이다.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허위조작정보 대응 원칙을 삭제, 축소, 알림으로 나눠 운영 중이다. 구글도 유튜브 등 자사 서비스에 적용할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허위·조작 개념 불분명”

법원 안팎에선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허위·조작 정보의 개념이 불분명해 오남용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법원의 언론 담당 재판부 부장판사는 “징벌적으로 배상액을 높인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고 구체적인 요건이 불명확해 해석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보기술(IT) 전문인 구태언 변호사는 “모든 국민이 훈련받은 전문가처럼 살 순 없다”며 “사실이라 해도 허위 정보로 고소당하면 수사를 받아야 하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보인권 분야 전문인 김보라미 변호사 역시 “허위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불법 정보에 이른바 ‘혐오 표현(직접적인 폭력·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등)’이 포함돼 규제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 담당 재판부 부장판사는 “과거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받지 않던 행위까지 규제 대상으로 포섭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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