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암 보험 다 들어놨는데 병원비가 수백만 원?”… 환자 두 번 울리는 뜻밖의 복병, ‘선별급여’

  • 동아일보

- 급여와 비급여 사이 아슬아슬한 회색지대…
- 산정특례 5% 혜택 비껴가는 ‘진짜’ 치료비 사각지대 대비법

“수술은 아주 잘 끝났습니다. 이제 항암 치료만 잘 받으시면 됩니다.” 주치의의 따뜻한 한마디에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던 50대 가장 A 씨. 하지만 안도감도 잠시, 다음 달 날아온 병원비 영수증을 보고 A 씨와 가족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가입해 둔 암 보험도 든든하고, 암 환자는 국가의 산정특례를 받아 병원비를 5%만 내면 된다고 굳게 믿었는데, 이번 청구서에 찍힌 환자 부담금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컸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해서 마음 놓고 좋은 치료제를 선택했는데, 이 정도로 비용이 많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보험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던 A 씨 가족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정답은 우리가 암 치료비에서 가장 빈번하게 놓치고 있는 거대한 빈칸, 바로 ‘선별급여’에 있다.

급여와 비급여의 아슬아슬한 중간지대, 낯선 이름 ‘선별급여’

급여, 비급여, 선별급여의 차이점 요약표.
급여, 비급여, 선별급여의 차이점 요약표.

의료비를 이야기할 때 많은 이들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부담이 작은 ‘급여’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의 단순한 이분법으로 접근하기 쉽다. 비급여 치료만 피하면 큰 지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안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의료비 구조에는 그 중간에 선별급여라는 회색지대가 숨어 있다. 선별급여란 환자의 건강 회복에 잠재적인 이득이 있고 사회적 요구도도 높지만, 아직 경제성에 대한 확실한 추가 검증이 필요한 신의료기술이나 고가의 약제 등에 대해 비용의 일부만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제도이다.

문제는 이름에 ‘급여’가 들어간다고 해서 결코 환자 부담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비급여처럼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급여처럼 본인 부담률이 낮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항목의 타당성에 따라 환자가 전체 치료비의 30%, 50%, 80%, 최대 90%까지 직접 부담해야 한다.

본인부담률 90%의 마법, 산정특례마저 비껴가는 아찔한 계산서
본인부담률에 따른 실제 환자 체감 비용 차트.
본인부담률에 따른 실제 환자 체감 비용 차트.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선별급여가 더 가혹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환자들의 가장 든든한 방패인 ‘산정특례’마저 무용지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암 치료비를 계산할 때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산정특례 제도를 떠올린다. 암은 중증질환이므로, 국가의 산정특례를 통해 본인부담률을 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제도는 암 환자의 치료비 시름을 덜어주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안전망이 맞다. 그러나 암 환자라고 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모든 치료의 본인부담률이 일괄적으로 5%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선별급여로 묶인 치료 항목은 별도의 본인부담률이 책정되며, 그 비율은 30∼90%까지 치솟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총치료비가 1000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본인부담률이 5%라면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50만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본인부담률이 50%라면 500만 원, 90%라면 900만 원으로 치솟는다. 졸지에 환자가 내야 할 돈은 900만 원으로 18배나 훌쩍 뛰어오른다. 똑같은 1000만 원짜리 치료라도 본인부담률에 따라 환자가 체감하는 경제적 압박은 완전히 달라진다.

시간은 금, 부작용은 반… 고도화되는 암 치료가 불러온 ‘비싼 청구서’

대표적인 예로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표적항암제 ‘페스코 피하주사’가 있다. 기존 정맥주사가 투여에 4시간 30분이나 걸렸던 반면, 피하주사는 단 20분 만에 치료가 끝난다. 치료 시간을 무려 90%나 단축해 환자 1명당 연간 약 113시간의 여유를 돌려주며 일상 복귀를 돕는 혁신적인 치료법이다.
과거와 달리 최근의 암 치료는 환자의 유전자 특성과 병기에 맞춘 표적항암, 면역항암 등 고도화된 맞춤형 치료로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다. 환자의 몸을 덜 상하게 하고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신약과 첨단 의료기기가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며 환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획기적인 신치료법이 등장했다고 해서 곧바로 본인부담률이 낮은 일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용 효과성 검증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상당수의 혁신 치료법이 선별급여로 우선 지정된다.

치료의 갈림길에서 생명을 두고 비용을 저울질하지 않도록
치료의 갈림길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 제미나이 제공
치료의 갈림길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 제미나이 제공
암 치료 비용은 단순히 영수증에 찍힌 숫자의 문제가 아닌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갈림길’에서 마주하는 가장 잔인한 현실이다.

의료진이 효과가 더 좋고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치료법을 권할 때, 환자와 가족은 “이 치료가 꼭 필요할까?”라는 의학적 질문 뒤에 필연적으로 “우리가 이 막대한 치료비를 끝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뼈아픈 딜레마를 마주하게 된다.

추후 재발이나 전이가 발견되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치료 플랜을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길고 험난한 여정 곳곳에 본인부담률이 80∼90%에 달하는 선별급여 치료가 포함되어 있다면, 환자 가족이 떠안아야 할 경제적 부담은 예상 범위를 아득히 벗어나게 된다.

막연한 진단비 위주 대비는 그만, 이제는 ‘치료 과정’의 빈칸을 채워야 할 때
결국 암 치료비 준비의 핵심은 “암 진단 시 목돈으로 얼마를 받는가”가 아닌 “실제 길어질 수 있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고비용 부담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로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또한 선별급여 제도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또 하나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이 항목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선별급여로 지정되어 높은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치료가 향후 재평가를 거쳐 일반 급여로 전환되거나 아예 비급여로 밀려날 수 있다. 반대로 지금은 선별급여 대상이 아닌 최신 치료법이 향후 새롭게 편입될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이는 곧 암을 둘러싼 치료 환경이 시시각각 역동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새로운 혁신 치료법이 도입되고, 특정 약제의 임상 효과 근거가 축적되며, 사회적 요구도와 비용 효과성에 대한 당국의 판단이 달라지면 보험 적용 방식 역시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치료의 이름만을 달달 외워두는 식의 단편적인 대비는 위험하다. 실제 내가 병원에 누워 치료를 받는 바로 그 시점에, 이 치료법이 선별급여에 해당하는지, 진료비 세부 내역서상 어떻게 코드가 찍혀 나오는지, 그리고 내가 든든하게 믿고 있던 보장이 해당 변동성을 어떻게 커버해 주는지 면밀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최근 보험업계도 이러한 선별급여의 사각지대에 주목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화생명이 최근 야심 차게 선보인 ‘선별급여 암 주요 치료 보장 특약’은 그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치료비의 보이지 않는 빈칸을 정확히 짚어냈다.

광범위하고 모호한 선별급여 전체를 다루는 대신에 실질적으로 암 환자의 생존과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는 ‘암의 직접 치료 목적에 해당하는 선별급여 암 수술, 선별급여 항암 약물치료, 선별급여 항암 방사선치료’ 등 핵심 항목만을 정밀 타격하여 든든한 보장의 울타리 안으로 포섭한 것이다. 치료의 매 순간, 비용 걱정 때문에 불필요한 불안에 시달리지 않도록 가장 현실적이고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한 셈이다.

암 보장의 비어 있던 퍼즐 조각을 맞추는 선별급여 특약.
암 보장의 비어 있던 퍼즐 조각을 맞추는 선별급여 특약.


“긴 병에 장사 없다?” 제대로 된 대비가 만든 든든한 희망
완치 후 웃으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환자와 가족. 제미나이 제공
완치 후 웃으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환자와 가족. 제미나이 제공

암 치료비는 ‘위암’ ‘대장암’이라는 병명 하나로 일목요연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담당 주치의의 치료 방식, 변화무쌍한 건강보험 적용 기준, 항목별 본인부담률의 차이, 누적되는 치료 횟수, 그리고 개인 보장의 수비 범위가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 내는 함수다. 이 예측 불가능한 복잡성이야말로 우리가 암 치료비를 사전에 집요하게 점검해야 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다.

현 시대에 암 치료비를 준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암에 걸렸을 때”를 대비하는 단편적인 행위로 끝날 수 없다. 암 진단 이후 내 몸이 어떤 험난한 치료의 과정을 거치게 될지, 그 여정마다 내 지갑을 노리는 환자 부담률이 얼마나 도사리고 있는지까지 통찰력 있게 꿰뚫어 보는 일이다.

미리 알고 준비한다면 두려웠던 암 투병의 과정도 오롯이 건강 회복에만 집중할 수 있는 희망찬 여정이 될 수 있다. 가족의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굳건히 지켜내기 위해 안심을 주는 건강보험이라는 울타리 안에도 교묘하게 숨어 있는 ‘선별급여’의 맹점을 미리 점검하고 내가 가진 보장의 빈칸을 확실하게 채워 두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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