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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은 한국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협업을 통해 세계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겁니다.”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재클린 리앙가 프로그래머(사진)는 12일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13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제75회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된 ‘미키17’은 알려진 대로 연출과 각본이 봉 감독이다. 하지만 기획(브래드 피트), 제작(플랜B엔터테인먼트), 배급(워너브러더스), 주연(로버트 패틴슨) 등은 미국 할리우드가 맡아 국제적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리앙가는 “봉 감독의 선택은 단순히 흥행을 위한 게 아니라고 본다”며 “글로벌 영화 산업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가늠쇠”라고 했다. 베를린영화제는 전통적으로 프랑스 칸영화제,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세 영화제 중에서도 특히 예술성에 초점을 맞춰 감독이나 비평가들에겐 ‘꿈의 무대’로 불리기도 한다. 주목할 건 미키17이 베를린영화제에서 공개된다는 점이다. 경쟁 부문이 아닌 스페셜 갈라(대중 장르영화) 부문이지만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 감독이 베를린에서 먼저 작품을 공개하기로 하자 현지에서도 화제였다. 이에 영화제 측은 “봉 감독이 ‘기생충’에 이어 또다시 눈부신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영화제를 총괄하는 리앙가도 미키17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는 “시사회가 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린다”며 “특별한 저녁(extraordinary evening)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봉 감독은 언제나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시선을 제시해 왔어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가 창조한 세계를 탐험할 수 있을 겁니다. 미키17은 우리 영화제의 중요한 순간을 장식할 겁니다.”올해 베를린영화제엔 미키17 외에 모두 7편의 한국 영화가 소개된다. 60대 여성 킬러를 다룬 민규동 감독의 ‘파과’가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 홍상수 감독의 33번째 장편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가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영화를 소개하는 포럼 부문엔 ‘봄밤’과 ‘폭력의 감각’, 설치작품이나 퍼포먼스 영상을 소개하는 포럼 익스팬디드 부문엔 ‘창경’과 ‘광합성하는 죽음’이 선정됐다. 박찬욱 감독이 2011년 아이폰으로 촬영한 ‘파란만장’도 단편 특별 프로그램으로 다시 상영된다. 리앙가는 “한국 영화는 언제나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며 세계 영화계에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며 “한국 감독들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시선과 미학적 깊이는 영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우리 영화제의 정체성과도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세계적인 영화제의 프로그래머가 바라보는 한국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장르의 경계를 뛰어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편적인 정서로 확장하는 능력이에요. 또 언제나 경계를 확장하려는 도전을 멈추지 않죠. 올해도 한국 영화는 베를린영화제의 중심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겁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미키17’은 한국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세계적인 협업을 통해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겁니다.”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재클린 리앙가 프로그래머는 12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13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제75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공개되는 ‘미키 17’은 각본과 연출은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지만, 기획(브래드 피트)·제작(플랜B엔터테인먼트)·배급(워너브라더스)· 주연(로버트 패틴슨) 등은 미국 할리우드와의 협업에 주목한 것. 리앙가는 “봉 감독의 선택은 단순히 흥행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미키 17’은 글로벌 영화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했다.독일 베를린영화제는 프랑스 칸 영화제,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와 함께 3대 영화제로 꼽힌다. 특히 예술성에 중점을 둬 감독과 비평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꼽힌다.주목할 건 ‘미키 17’이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는 점. 비록 경쟁 부문이 아닌 스페셜 갈라(대중적인 장르영화) 부문이지만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프랑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 감독이 베를린에서 가장 먼저 작품을 공개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응답하듯 베를린영화제도 “‘기생충’ 작가이자 감독인 봉 감독이 다시 눈부신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며 힘을 싣고 있다.영화제를 총괄하는 리앙가도 미키 17 시사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리앙가는 “‘미키 17’ 시사회는 베를린국제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린다”며 “‘놀라운 저녁’(extraordinary evening)이 될 것”이라고 했다.“봉 감독은 언제나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시선을 제시해왔어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가 창조한 세계를 탐험할 수 있을 겁니다. ‘미키 17’이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특별한 순간을 장식할 것입니다.”‘미키 17’을 포함해 올해 베를린영화제엔 총 8편의 한국 영화가 영화제에 소개된다. 60대 여성 킬러를 다룬 민규동 감독의 ‘파과’가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 홍상수 감독의 33번째 장편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가 장편 경쟁 부문에 각각 초청됐다.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영화를 소개하는 포럼 부문엔 ‘봄밤’과 ‘폭력의 감각’, 설치작품이나 퍼포먼스 영상을 소개하는 포럼 익스팬디드 부문엔 ‘창경’과 ‘광합성하는 죽음’이 선정됐다. 박찬욱 감독이 2011년 아이폰으로 촬영한 ‘파란만장’은 단편 특별 프로그램으로 다시 상영된다.리앙가는 “한국 영화는 매번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며 세계 영화인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며 “한국 감독들이 창조하는 다채로운 시선과 미학적 깊이는 영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우리 영화제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세계적인 영화제의 프로그래머가 보는 한국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장르의 경계를 뛰어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편적인 정서로 확장하는 능력이에요. 또 언제나 경계를 확장하는 도전을 멈추지 않죠. 올해도 한국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의 중심에 자리할 겁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원작 웹툰의 ‘동진’을 표현하려고 안경도 여러 번 바꿨는데…. 똑똑한 캐릭터를 연기하긴 쉽지 않더라고요. 하하.”(박진영) 15일부터 방영되는 채널A 새 토일드라마 ‘마녀’에서 업계 최고의 데이터 마이너(Data miner·정보 수집·자료 분석가) 동진을 연기한 배우 박진영(31)은 짐짓 우스갯소리부터 했다. 11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시티 더 세인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누적 조회 수가 1억3000만 회를 넘은 동명의 강풀 원작 웹툰 주인공을 표현하려다 보니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반면 또 다른 주인공 ‘미정’ 역을 맡은 배우 노정의(24)는 원작 웹툰과의 ‘싱크로율’에 대해 ‘살짝’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정의는 “원작 웹툰을 보면서 드라마 속 제 모습을 계속해서 그려봤다”며 “외모뿐 아니라 ‘미정’만의 분위기와 말투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드라마 ‘마녀’는 자신을 좋아하는 남성들이 잇달아 다치거나 목숨을 잃자 세상과 단절한 미정과 그를 구하려는 동진의 이야기가 뼈대를 이루는 작품이다. 최근 큰 화제를 모은 ‘무빙’(2023년)과 ‘조명가게’(2024년)에 이어 또 한번 ‘강풀표 드라마’가 나왔다는 점에서 제작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배우들은 ‘마녀’에서 원작의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박진영은 이번 작품을 두고 “동진이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이 중심인 드라마라 수사물 같기도 하고 로맨스 같기도 한 오묘한 매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강 작가의 스토리텔링에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잘 알고 있다”며 “싱크로율을 높이려고 감독님과 꾸준히 상의하며 촬영했다”고 했다. 노정의가 연기할 때 주안점을 둔 대목은 ‘눈빛’이었다. 노정의는 “미정은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소녀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다른 캐릭터들과는 다르다”며 “미정이 느끼는 외로움을 더 극대화해 전달하기 위해서 눈빛 연기에 특히 집중했다”고 말했다.‘마녀’는 두 청춘 배우의 꿀조합으로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보이그룹 갓세븐(GOT7) 멤버인 박진영은 군 제대 후 복귀작이다. 아역 배우 출신인 노정의는 2021년 SBS 연기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극 중에서 두 사람은 다소 차분한 역할이지만, 이날 제작발표회에선 연신 함께 ‘손 하트’를 만들며 호흡을 자랑했다. 박진영이 아역 배우로 먼저 데뷔한 노정의에게 “답변은 선배님 먼저”라고 농담을 하자 노정의는 “오빠가 먼저 다가와 친해질 수 있었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두 배우가 작품에서 만난 건 드라마 ‘드림하이 2’(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박진영은 “이렇게 다시 만날 수도 있는 게 인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억울한 건 그때와 마음은 똑같은데 지금은 나이를 먹은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미정과 동진은 만날 듯 쉽게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설정이다 보니 촬영장에서 실제로 마주치는 일은 적었다고 한다. 박진영은 “촬영장에서 스쳐 지나가며 ‘고생해!’라고 말하곤 했다. 마치 운동회에서 (터치하는) 계주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노정의는 “직접 대화하는 장면은 많지 않아 촬영장에서 멀리서 지켜보며 눈으로 감정을 나눴다”고 했다. ‘마녀’를 연출한 김태균 감독은 두 배우를 두고 “연기를 참 잘했다”며 “앞으로 우리 시대를 이끌어 갈 새로운 배우들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원작 웹툰의 ‘동진’을 표현하려고 안경도 여럿 바꾸고 했는데…. 똑똑한 캐릭터를 연기하긴 쉽지 않더라고요. 하하.”(박진영)11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시티 더 세인트에서 열린 채널A 드라마 ‘마녀’ 제작발표회. 극 중 업계 최고 ‘데이터 마이너’ 주인공 동진 역을 맡은 배우 박진영(31)은 너스레를 떨면서 이렇게 말했다. 누적 조회 수 1억3000만 회 이상의 인기를 끈 동명의 강풀 원작 웹툰 속 주인공 모습을 되살려야 했던 부담감을 우스갯소리로 풀어냈다.이에 비해 ‘미정’ 역을 맡은 배우 노정의(24)는 원작 웹툰과의 ‘싱크로율’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정의는 “원작 웹툰을 보면서 드라마 속 제 모습을 계속 그려봤다”며 “외모뿐 아니라 ‘미정’만의 분위기와 말투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했다.15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방영되는 채널A 드라마 ‘마녀’는 자신을 좋아하는 남성들이 다치거나 숨지자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한 ‘미정’과 그를 구하려는 ‘동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무빙’(2023년), ‘조명가게’(2024년)에 이어 강풀 원작 웹툰을 영상화란 점에 주목 받았지만, ‘청춘 배우의 꿀조합’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보이그룹 갓세븐(GOT7) 멤버 박진영과 아역 배우 출신으로 2021년 SBS 연기대상 신인상을 받았던 노정의가 주인공을 맡았다.극 중 두 사람은 다소 차분한 역할이지만 이날 제작발표회에선 연신 함께 ‘손 하트’를 만들며 호흡을 자랑했다. 박진영이 아역 배우 출신인 노정의를 향해 “답변은 선배님 먼저”라 고 농담하고, 노정의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박진영을 언급하며 “오빠가 먼저 다가와 친해질 수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두 사람이 작품에서 만난 건 드라마 ‘드림하이 2’(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박진영은 “인연이라는 게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억울한 건 그때와 마음은 똑같은데 지금은 나이를 먹은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다만 두 남녀 배우는 극에서 만날 듯 만나지 못하는 인연이 되풀이되는 만큼 촬영장에서 마주치는 일은 적었다고 한다. 박진영은 “촬영장에서 스쳐 지나가며 ‘고생해!’라고 말하곤 했다. 마치 운동회에서 (터치하는) 계주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노정의는 “사실 직접 대화하는 장면은 많지 않았다. 촬영장에서 멀리서 지켜보며 눈으로 감정을 나눴다”고 했다.배우들이 연기에서 가장 신경 쓴 건 원작의 캐릭터를 구현하는 일이었다. 박진영은 “강풀 작가의 이야기에 얼마나 큰 힘이 있는지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잘 알고 있다. ‘싱크로율’을 높이려고 감독님과 꾸준히 상의하며 촬영했다”며 “동진이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여서 수사물 같기도 하고 로맨스 같기도 한 오묘한 매력의 드라마”라고 했다. 박진영은 군 제대 뒤 복귀작으로 주목받은 점에 대해 “제대 후 (작품을 공개하는 것에) 떨림이 컸다. 2년 전 촬영을 마쳤던 작품이고 제대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드라마”라고 했다.노정의가 연기할 때 주안점을 둔 건 ‘눈빛’이다. 노정의는 “미정은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소녀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다른 캐릭터들과는 다르다”며 “미정이 느끼는 외로움을 더 극대화해 전달하기 위해서 눈빛 연기에 특히 집중했다”고 했다.연출자가 바라본 두 배우의 연기는 어땠을까. ‘마녀’를 연출한 김태균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배우들이 연기를 참 잘했어요. 앞으로 우리 시대를 이끌어 갈 새로운 배우들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을 겁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오토바이를 타고 전쟁이 벌어지는 시가지를 달린다. 전쟁통에 포탄이 쏟아지고, 건물들은 무너지기 직전. 급기야 강혁은 미사일을 맞고 내동댕이쳐지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병원에 도착해 수혈용 혈액과 항생제를 꺼내놓곤 거친 숨을 토해놓을 뿐이다. 지금껏 보기 어려웠던 ‘슈퍼 히어로 의사’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강혁이 영웅처럼 전장을 누비는 액션 장면을 앞세운다. 강혁이 한국의 중증외상팀에 부임하는 장면부터 시작한 원작 웹소설·웹툰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와 달리 강혁의 비상함을 더 강렬하게 드러내기 위해 호쾌한 액션 장면을 내세운 것이다. ‘중증외상센터’는 해외에 체류했던 강혁이 한국에 돌아와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부문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인기의 비결은 강혁의 ‘영웅적 면모’가 두드러진 연출이다. 원작 웹소설이 강혁이 수술에 뛰어나다는 점을 보여줘 천재성을 강조하긴 하지만, 드라마는 이를 더 극적으로 구성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만화 같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강혁의 모습 덕에 쫄깃한 긴장감이 넘친다. 예를 들어 강혁이 환자를 구하기 위해 헬기에서 하강하는 장면은 웹소설에도 있다. 웹소설에서 강혁은 천천히 하강 기구를 착용하고 섬세하게 조작해 구급대원에게 “로프 타고 내려가는 건 완전 정석”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해 드라마에서 강혁은 씩 웃은 뒤 “먼저 갑니다!”라면서 펄쩍 뛰어내린다. 구두를 신은 채 북한산의 절벽 위를 날아다니며 환자를 구할 정도로 판타지적 면모가 두드러진다. 드라마를 연출한 이도윤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중증외상센터에선 눈앞에서 사람이 목숨을 잃어가고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이들이 울부짖는다”며 “‘영웅’이 나타나 뚝딱뚝딱 환자를 살려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코미디를 강조한 것도 드라마의 특징. 외과 펠로 ‘양재원’(추영우)은 위험한 의료 현장에 파견될 때마다 강혁에게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고, 당황할 때마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시청자에게 폭소를 선사한다. 강혁의 유쾌함도 과장했다. 시종일관 까칠하던 강혁이 나르시시즘에 빠져 잘난 척하는 모습은 마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아이언맨 같다. 실수하고도 시치미를 떼는 등 강혁의 ‘허당’ 같은 면모도 시청자를 사로잡은 비결이다. 이 감독은 “실제 주지훈 배우는 ‘말빨’ 좋고 엄청나게 웃겨서 오히려 드라마 속 강혁보다도 더 ‘아이언맨’ 같은 인물”이라며 “잘난 체하는 모습과 유쾌함을 더해 (현실과) 괴리감이 적은 인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외상외과의 현실을 비추되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으려 하는 드라마에 비해 원작 웹소설엔 의료계의 현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 의사 출신인 이낙준 작가는 웹소설에서 “대한민국의 중증외상센터에 발전이 없었다는 사실은 굳이 떠들고 말고 할 문제도 아니었다”, “사명감을 가진 의사들이 외상외과에 가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등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웹소설은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을 모티브로 삼아 쓰였다. 이 작가는 서면 인터뷰에서 “이 병원장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나 책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세계 최고라 해도 좋을 만큼 의료 강국임에도 외상외과는 여전히 지원이 미비하다. 개인의 사명감에 지나치게 기댈 뿐 시스템적인 개선이 덜 돼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오토바이를 타고 전쟁이 벌어지는 시가지를 달린다. 전쟁통에 포탄이 쏟아지고, 건물들은 무너지기 직전. 급기야 강혁은 미사일을 맞고 내동댕이쳐지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병원에 도착해 수혈용 혈액과 항생제를 꺼내놓곤 거친 숨을 토해놓을 뿐이다. 지금껏 보기 어려웠던 ‘슈퍼 히어로 의사’다.지난달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강혁이 영웅처럼 전장을 누비는 액션 장면을 앞세운다. 강혁이 한국의 중증외상팀에 부임하는 장면부터 시작한 원작 웹소설·웹툰 ‘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와 달리 강혁의 비상함을 더 강렬하게 드러내기 위해 호쾌한 액션 장면을 내세운 것이다.‘중증외상센터’는 해외에 체류했던 강혁이 한국에 돌아와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부문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인기의 비결은 강혁의 ‘영웅적 면모’가 두드러진 연출이다. 원작 웹소설이 강혁이 수술에 뛰어나다는 점을 보여줘 천재성을 강조하긴 하지만, 드라마는 이를 더 극적으로 구성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만화 같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강혁의 모습 덕에 쫄깃한 긴장감이 넘친다.예를 들어 강혁이 환자를 구하기 위해 헬기에서 하강하는 장면은 웹소설에도 있다. 웹소설에서 강혁은 천천히 하강 기구를 착용하고 섬세하게 조작해 구급대원에게 “로프 타고 내려가는 건 완전 정석”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해 드라마에서 강혁은 씩 웃은 뒤 “먼저 갑니다!”라면서 펄쩍 뛰어내린다. 구두를 신은 채 북한산의 절벽 위를 날아다니며 환자를 구할 정도로 판타지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드라마를 연출한 이도윤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중증외상센터에선 눈앞에서 사람이 목숨을 잃어가고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이들이 울부짖는다”며 “‘영웅’이 나타나 뚝딱뚝딱 환자를 살려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코미디를 강조한 것도 드라마의 특징. 외과 펠로우 ‘양재원’(추영우)은 위험한 의료 현장에 파견될 때마다 강혁에게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고, 당황할 때마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시청자에게 폭소를 선사한다.강혁의 유쾌함도 과장했다. 시종일관 까칠하던 강혁이 나르시시즘에 빠져 잘난 척하는 모습은 마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아이언맨 같다. 실수하고도 시치미를 떼는 등 강혁의 ‘허당’ 같은 면모도 시청자를 사로잡은 비결이다.이 감독은 “실제 주지훈 배우는 ‘말빨’ 좋고 엄청나게 웃겨서 오히려 드라마 속 강혁보다도 더 ‘아이언맨’ 같은 인물”이라며 “잘난 체하는 모습과 유쾌함을 더해 (현실과) 괴리감이 적은 인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외상외과의 현실을 비추되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으려 하는 드라마에 비해 원작 웹소설엔 의료계의 현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 의사 출신인 이낙준 작가는 웹소설에서 “대한민국의 중증외상센터에 발전이 없었다는 사실은 굳이 떠들고 말고 할 문제도 아니었다”, “사명감을 가진 의사들이 외상외과에 가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등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웹소설은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을 모티브로 삼아 쓰였다. 이 작가는 서면 인터뷰에서 “이 병원장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나 책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세계 최고라 해도 좋을 만큼 의료 강국임에도 외상외과는 여전히 지원이 미비하다. 개인의 사명감에 지나치게 기댈 뿐 시스템적인 개선이 덜 돼 있다”고 했다.● 감독 “생명 가치 강조하고 싶어…수술 장면은 ‘당의정’”웹소설은 드라마로 만들어지기 전 웹툰으로도 제작됐다. 웹툰에선 주로 블러 처리가 됐던 수술 장면을 드라마에선 직접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이에 대해 이도윤 감독은 “수술 장면이 불쾌감을 드릴 수도 있다는 것은 정말 공개 전까지 고민했던 지점”이라며 “연출자로서 이 부분을 상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첫 내부 장기 장면인 ‘카디악 탐폰’ 장면에서 혈액을 배제해 마치 인체 모형 교보재처럼 보이게 했다. 마치 카메라가 몸통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따로 더미를 여러 개 만들 만큼 노력을 기울였었습니다. 수술 장면들은 그래픽으로 마치 수술 도감 같은 이미지가 공중에 떠다니면서 시선을 빼앗게 했거든요. 이 모든 것들이 입에 쓴 약을 당의정으로 감싸 먹기 편한 알약으로 만드는 과정이었어요.”이 감독은 “수술 장면을 표현한 건 단순히 잔인한 수술 장면으로 나열해서 시선을 잡아끌기보단 강혁이 무슨 수술을 하고 있고 어떤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며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장기의 노출은 필수적”이라고 했다.이 감독은 가장 애착 가는 장면으로 등장인물들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꼽았다. 이 감독은 “식당에서 재원에게 너만의 이유를 찾으라고 하는 강혁의 모습이나 원장님께 도움을 요청하며 과거 이야기를 하는 강혁의 진중한 모습들이 사실 더 당기는 맛이 있는 지점”이라고 했다.“외국 로케이션 장면들을 찍으면서 연출자로서 굉장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수백 명의 엑스트라와 드론과 바디 캠을 포함해 7, 8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운용하고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던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장비들을 사용하면서 마치 제가 유명한 감독이라도 된 듯한 우쭐함을 느꼈었죠. 하하.”‘중증외상센터’는 의학 드라마이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감동과 서사가 중요한 작품. 드라마를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묻자 이 감독은 ‘생명’을 꼽았다.“근래 ‘생명’의 가치가 많이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을 해요. 인간의 생명보다는 돈의 가치가 높아 보이는 이때, 그로 인해 희생될 생명이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한 명 한 명 모두 그 무엇보다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들이에요. 내가 아닌 남도 나처럼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작가 “판타지 활극 만족…과거 이야기 쓰고 있어”원작을 쓴 이낙준 작가는 드라마화 과정에서 직접 개입하진 않았다. 다만 드라마화되는 과정에서 원작의 톤을 잘 살린 것 같다고 했다.이 작가는 “의사가 헬기를 몰고, 레펠(현수 하강)을 하고, 심지어 사람을 어깨에 얹고 레펠을 하는 장면도 비현실적”이라며 “드라마 톤 자체를 원작에 맞게 메디컬을 곁들이기만 한 판타지 활극으로 가져감으로써 너무나 다 잘 살려주신 거 같다”고 했다.향후 ‘중증외상센터’ 세계관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갈 계획이 있냐는 질문엔 “지금 백강혁의 과거, 즉 프리퀄에 해당하는 소설을 쓰고 있다”고 했다.‘A.I. 닥터’를 연재하는 등 꾸준히 의학 웹소설을 선보이는 이유에 대해 “아직 작가로서의 역량이 많이 부족해 다른 장르보다 의학을 쓰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라며 “의학이라는 장르를 파다 보니 ‘어? 이런 소재도 있었어? 이것도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한가지 이유다. 언젠가는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드라마로 접하신 분들은 원작에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설정이나 이야기들이 많이 있으니 혹 관심이 가신다면 원작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제 소설보다 훨씬 재밌는 소설들이 웹소설의 세계에는 널려있습니다. 이 기회에 꼭 제 소설이 아니더라도 다른 소설들로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 보시면 어떠실까 싶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결혼식을 하려는데 마땅한 ‘신랑 들러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후보 명단을 쓰는데 대부분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이다. 학창시절 친구들도 거의 2년 이상 연락하지 않아 부탁하기 민망하다. 겉보기엔 성공한 인생 같은데, 들러리 설 친구 하나 없다니…. 아!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걸까. 뭔가 남성을 향한 조롱 같은 제목의 책이지만, 영국 남성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는 결혼식을 준비하다가 절친한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뿐만이 아니다. 영국 ‘모벰버 재단’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영국 남성 응답자 3명 중 1명은 “가까운 친구가 없다”고 답했다. 2019년 영국 BBC에 따르면 영국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은 4명 중 3명꼴로 남성이다. 외로움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성은 친구를 찾아 나서진 않는다. 모임에 안 가려고 아픈 척한다. 주말에 일해야 한다며 만남을 회피한다. 우연히 마주친 옛 친구에겐 “다음에 만나자”고 빈말만 한다. 외로움을 숨기려 고독을 즐기는 ‘척’한다. 사실 계속 사람들을 만났다고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 “여친도 있었고, 여친의 친구들과도 어울리고, 여친 가족 행사에도 갔다. 바빴다고!” 저자가 다양한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깨달은 외로움의 원인은 ‘위계적 질서’에 대한 집착이다. 남성은 지나치게 서로 부와 지위를 자랑하기 바쁘고 서열을 나눈다. 더군다나 남성 사회에서 친구끼리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면 ‘징징댄다’는 평가를 받기 일쑤다. “계집애” 같단 말에 소통을 포기하고 동굴로 숨는다. 답은 모두 알고 있다. 친구를 만들면 된다. 저자는 동네 합창 동호회에 들어가 사람들과 교류한다. 옛 친구에게 “너를 아끼고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어색함에 몸부림치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저자는 용기를 낸다.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나타나기.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먼저 나타나기. 우정은 이토록 단순한 것이었나?” 코미디언 특유의 금기를 넘나드는 입담이 매력적이다. 영국 남성의 시각이지만, 어느새 애정 표현에 서툴러진 한국 ‘아재’ 독자도 공감할 만하다. 기자 역시 책을 읽다가 왠지 서글퍼 서둘러 ‘밥’ 약속을 잡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3시간 34분 51초. 12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총 상영 시간이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 헝가리 출신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에이드리언 브로디)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지난달 5일(현지 시간) 미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드라마)·감독상·남우주연상 3관왕에 올랐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중간에 15분의 쉬는 시간(인터미션)까지 있는, 넉넉잡아 보통 영화 두 편에 해당되는 분량. 10초 안팎의 짧은 영상이 유행하는 ‘숏폼’ 시대에 이런 ‘롱롱폼’ 영화를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브루탈리스트’ 시사회는 영화관 맨 앞줄인 A열까지 다 찰 정도로 평단의 관심이 컸다. 영화 뼈대는 주인공 라즐로가 어느 날 부유한 사업가 ‘해리슨’(가이 피어스)에게 건축물 설계를 제안받으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그렸다. 영화를 보다 보면 실화라 착각할 법하지만 실은 모두 가상의 인물들이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아메리칸 드림’의 명암을 섬세하게 그려낸 점이다. 라즐로는 먼저 미국에 정착한 사촌의 가구점에서 일하지만, 이내 사촌 부인에게 추근댔다는 모함을 받고 쫓겨난다. 해리슨을 필두로 한 미 부유층은 외지인이란 이유로 그를 차별하고 모욕한다. 시대와 인종은 다르지만, 이민자의 삶을 묵묵히 견디는 서사란 대목에서 한국 이민자의 아메리칸 드림을 그린 영화 ‘미나리’(2021년)가 떠오른다.‘믿고 보는’ 브로디의 탄탄한 연기도 영화를 든든히 받치는 축이다. 브로디는 2002년 ‘피아니스트’로 만 29세에 아카데미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공교롭게 두 작품 모두 홀로코스트의 상흔을 그렸다. 실제로 그의 어머니는 헝가리 출신이라고 한다. 브로디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 직후 “라즐로의 여정은 제 어머니와 조상들이 전쟁을 피해 이 위대한 나라로 온 여정과 흡사하다”며 “저는 제 어머니와 조부모님의 희생에 많은 빚을 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미장센이 전하는 시각적 즐거움도 주목할 만하다. 제목 ‘브루탈리스트’는 노출 콘크리트로 차가운 아름다움을 만드는 건축 사조 ‘브루탈리즘’을 따르는 건축가를 일컫는다. 라즐로가 영화에서 선보이는 단순하면서도 현대적인 서재, 콘크리트 틈으로 비치는 빛으로 만든 십자가 등은 왜 좋은 작품은 큰 스크린에서 보는 게 좋은지 깨닫게 한다. 라즐로가 처음 뉴욕에 도착할 때 카메라가 ‘자유의 여신상’을 거꾸로 비춰 혼란스럽고 뒤틀린 주인공의 마음을 전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미국에선 ‘브루탈리스트’가 다음 달 2일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몇 관왕에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성전환 수술로 여성이 된 멕시코 마약상을 그린 ‘에밀리아 페레즈’(13개), 오즈의 나라 마녀 글린다와 엘파바의 우정을 다룬 뮤지컬 영화 ‘위키드’(10개)와 경쟁이 치열하다. 다만 최근 배우들의 헝가리어 대사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보정한 사실이 드러나 수상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도 벌어졌다. 관건은 한국 관객의 반응이다. 최근 국내도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4년)가 관객 20만 명을 동원한 것처럼 홀로코스트 영화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하지만 미 유대인 사회의 이야기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올지는 미지수다. 엉덩이가 아릴 정도로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것도 큰 장벽이다. 좋은 좌석에서 보길 추천한다. 미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평론가 평가 신선도 지수는 93%, 관객 평가 팝콘지수는 80%로 다소 차이가 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캡틴 아메리카가 어떻게 나아갈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를 표현할 때 샘 윌슨이야말로 완벽한 인물입니다.” 12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에서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은 미국 배우 앤서니 매키(47)는 5일 화상 간담회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매키는 두 손을 번쩍 든 채 “캡틴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흥분을 감출 수 없다”고 소리친 뒤 “함께할 수 있어 너무나 큰 영광”이라고 했다. 히어로 ‘팔콘’ 샘 윌슨으로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눈도장을 찍었던 매키가 캡틴으로 나오는 영화는 처음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년)에서 윌슨은 1대 캡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번스)의 비브라늄 방패를 물려받으며 2대 캡틴의 등장을 예고했다. 2021년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팔콘과 윈터 솔져’에선 캡틴이 되어가는 과정의 고뇌를 그려내기도 했다. 캡틴 영화 시리즈로 시야를 좁혀보면 전작인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국내에서 86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엔드게임 이후 마블 영화들은 연달아 참패해 이번 작품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매키의 피부색 등과 관련해 마블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만 치중한단 지적도 상당하다. 하지만 최소한 이날 매키의 얼굴에선 그런 부담을 찾기 어려웠다. 쾌활한 표정으로 “캡틴이 보기에 동료인 윌슨은 준비가 됐기 때문에 방패를 물려줬다”며 “그 자체가 윌슨 어깨의 짐을 내려놓게 한다”고 단언했다. “윌슨이 로저스의 뒤를 이어 캡틴이 되는 장면이 담긴 대본을 받는 자리에 크리스가 있었죠. 그가 저를 안아주면서 ‘너는 정말 잘할 거야’라고 얘기하더군요, 하하.” ‘슈퍼 솔저’ 혈청을 맞고 초인적 능력을 지니게 된 로저스와 달리, 퇴역 군인인 윌슨은 평범한 인간이다. 이 때문에 캡틴의 힘을 강화하는 슈트의 역할이 크다. 매키는 “다른 슈퍼 히어로를 능가할 기능이 탑재됐다”며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고 했다. 이번 작품엔 벽돌이나 의자 같은 주변 물건을 활용한 액션이 자주 나온다. 줄리어스 오나 감독(42)은 “한번은 매키에게 옆에 있는 벽돌로 사람을 쳐보라고 했는데, ‘그래도 캡틴 아메리카인데 어떻게 그러냐’라며 망설이더니 ‘괜찮다’고 하니 내려치더라”며 웃었다. 이어 “벽돌을 사용하는 장면은 한국 영화 ‘달콤한 인생’(2005년)의 액션 신에 대한 오마주”라며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담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벌써 25년이나 지났네요, 하하.”(박찬욱 감독) 2000년 관객 약 580만 명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았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개봉 25주년을 맞아 영화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영화를 연출한 박 감독과 주연 배우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는 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했다. 박 감독은 “이 자리에 계신 분 중에는 영화 개봉 뒤에 태어난 분도 있을 것”이라며 “벌써 25년이 흘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송강호 배우는 “3일 전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며 “지금 내 눈엔 (젊은 시절 모습이) 너무 젊고 잘생기고 멋지다”며 웃었다. 이영애 배우는 “잊을 수 없는 터닝 포인트가 됐던 작품”이라며 “40년 뒤에도 모두 모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CJ ENM이 문화산업 진출 30년을 맞아 자사 콘텐츠 가운데 대중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비저너리(Visionary·선지자)’ 작품 중 하나로 ‘공동경비구역 JSA’를 선정한 것을 기념해 열렸다. 박 감독과 배우들은 이날 관객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마녀’라고 불리는 여학생이 있었다. 그 곁에 다가가면 남학생들이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다고 했다. 죽음의 법칙이 저주처럼 따라다닌다는 소문도 돌았다. 모든 학생이 여학생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한 남학생은 소문을 믿지 않았다. 불운한 사건이 여학생 탓이라기엔 어딘가 이상했다. 합리적이지 않았다. 여학생은 정말 마녀일까. 혹시 정확한 근거 없이 벌어진 마녀사냥은 아닐까. 남학생은 그 진실을 찾아 나선다.15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방영되는 채널A 드라마 ‘마녀’는 자신을 좋아하는 남성들이 다치거나 사망하자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한 ‘미정’(노정의)과 그를 구하려는 ‘동진’(박진영)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태균 감독(54)은 드라마 속 동진처럼 진중했다. 그는 “드라마 ‘마녀’는 세상의 편견, 혐오가 만들어낸 마녀사냥과 사회적 낙인을 다룬 작품”이라고 또박또박 눌러 말했다.김 감독은 2018년 개봉해 관객 378만 명을 동원한 영화 ‘암수살인’으로 유명하다. 해당 작품으로 청룡영화상·백상예술대상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영화감독이지만, 드라마 연출은 처음. 그는 “비록 ‘마녀’는 겉으론 로맨스지만 숨겨진 진실을 찾는 미스터리란 점에서 ‘암수살인’과 맞닿아 있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라 본능적으로 끌려 연출을 맡았지만, 영화 10편 찍는 것만큼 힘들었다”며 웃었다. 드라마는 2013년 연재된 웹툰 ‘마녀’가 원작이다. 강풀 작가 특유의 따뜻한 감성과 미스터리를 섞은 ‘순정만화’ 시리즈로 마녀사냥이란 사회적 문제를 파고든 수작이다. 강 작가가 직접 각본을 맡았던 ‘무빙’(2023년)이나 ‘조명가게’(2024년)와 달리 ‘마녀’는 감독이 웹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김 감독은 “강 작가가 드라마 촬영 현장에 커피차를 보낼 정도로 애정을 표했지만 각색엔 개입하지 않았다”며 “원작의 맥락을 훼손하지 않되 30화짜리 웹툰을 10부작 드라마로 각색할 때 ‘창의적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했다”고 전했다.“웹툰 컷 사이사이에 숨겨진 여백을 채우려고 노력했어요. 예를 들면 경찰 ‘중혁’의 시점에서 주로 진행된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미정을 사랑하는 ‘동진’의 눈빛을 따라갑니다. 또 동진이 미정을 구하는 원작에서 더 나아가 미정이 동진을 구원하는 서사까지 담으려 했죠.”‘마녀’는 보이그룹 갓세븐(GOT7) 멤버 박진영과 아역 배우 출신으로 2021년 SBS 연기대상 신인상을 받았던 노정의가 주인공을 맡아 ‘청춘 배우의 꿀조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이 교복을 입은 스틸컷을 두고 “원작 캐릭터가 현실에 튀어나온 것 같다”는 호평도 많았다. 김 감독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미정과 동진 그 자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대사가 많지 않고 눈빛으로 애틋한 마음을 그려내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를 젊은 배우들이 잘 소화했다”고 칭찬했다. 최근 한국 드라마는 복수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마녀’도 비슷한 선상에 서 있는 작품일까. 김 감독은 곰곰이 고민하다 차분히 말문을 열었다.“보통 가해자와 피해자를 다루는 작품에선 통쾌한 ‘사적 복수’를 담아내죠. 하지만 전 세상에는 다른 대안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동진이 진실을 찾아가고, 미정이 트라우마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치중했어요. ‘마녀’가 시청자들에게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작품이 아니라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인생작이 됐으면 좋겠습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벌써 25년이나 지났네요, 하하.”(박찬욱 감독)2000년 관객 약 580만 명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았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개봉 25주년을 맞아 영화의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영화를 연출한 박 감독과 주연 배우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는 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했다. 박 감독은 “이 자리에 계신 분 중에는 영화 개봉 뒤에 태어난 분도 있을 것”이라며 “벌써 25년이 흘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송강호 배우는 “3일 전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며 “지금 내 눈엔 (젊은 시절 모습이) 너무 젊고 잘생기고 멋지다”며 웃었다. 이영애 배우는 “잊을 수 없는 터닝 포인트가 됐던 작품”이라며 “40년 뒤에도 모두 모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이날 행사는 CJ ENM이 문화산업 진출 30년을 맞아 자사 콘텐츠 가운데 대중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비저너리(Visionary·선지자)’ 작품 중 하나로 공동경비구역 JSA를 선정한 것을 기념해 열렸다. 박 감독과 배우들은 이날 관객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필리핀 복싱선수 매니 파퀴아오, 나영석 PD가 참여하는 예능 프로그램 등 올한 해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프로그램 40여 편을 선보이며 물량 공세에 나선다.넷플릭스는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코리아’를 개최하고 이렇게 밝혔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부문 VP(부사장)는 “올해 넷플릭스는 특별한 취향을 만족시킬 작품, 모두의 ‘인생작’이 될 만한 작품까지 다양하게 엄선해 준비했다”며 “7년 가까이 넷플릭스에서 일했는데 지금껏 보여드렸던 중 단연 최고의 라인업”이라고 했다.먼저 국내에서 해외로 영역을 확장한 ‘피지컬:아시아’엔 필리핀 대표로 파퀴아오가 참여한다. 나영석 PD도 처음으로 넷플릭스에서 신작 예능을 소개한다. 유기환 예능 담당 디렉터는 “나 PD가 최초로 넷플릭스에 오리지널 예능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바둑 기사 이세돌이 출연하는 예능 ‘데블스 플랜2’, 장동민이 출연하는 추리 예능 ‘크라임씬’ 시즌5도 주목할 만하다. 하반기 공개되는 ‘흑백요리사2’에는 기존 심사위원이었던 백종원, 안성재 셰프가 다시 합류한다. 유 디렉터는 “이미 1000명이 넘는 요리사가 지원했다”고 했다.‘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시즌3도 6월 27일 공개된다. ‘더 글로리’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는 올해 중 찾아온다.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의 두 번째 이야기를 담은 ‘나는 생존자다’도 올해 3분기에 공개된다. 연상호 감독은 직접 그린 만화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 ‘계시록’을 올해 1분기 중 선보인다. 유 디렉터는 ‘흑백요리사’에서 유행한 단어 ‘이븐하게’(고르게)를 유머로 섞어 “올해 예능과 다큐멘터리 라인업도 시청자 맞춤형으로 ‘이븐하게’ 깔았다”고 했다.최근 출연료 상승 논란에 대한 입장도 나왔다. 강 VP는 “제작비가 충분히 투입 돼야 좋은 토양을 만들 수 있다. 한국 콘텐츠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또 강 VP는 “가장 중요한 건 제작비가 충분히 들어가야 하는 곳에 들어가고, 서로 책임감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그룹 ‘클론’의 가수 구준엽 부인인 대만 배우 쉬시위안(徐熙媛·사진 왼쪽)이 별세했다. 향년 48세. 3일 대만중앙통신(CNA)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한국에선 ‘서희원’으로 친숙한 쉬시위안의 여동생인 방송인 쉬시디(徐熙娣·서희제)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설 연휴에 가족이 일본에 여행을 갔다가 내가 가장 사랑하고 착한 언니가 인플루엔자(독감)에 걸렸다. 폐렴으로 이어져 불행히도 우리 곁을 떠났다”고 밝혔다. 쉬시위안은 2001년 대만 드라마 ‘유성화원’(한국명 ‘꽃보다 남자’) 여주인공으로 인기를 끌며 한국에선 ‘대만 금잔디’로 불렸다. 2011년 중국 사업가 왕샤오페이와 결혼해 1남 1녀를 뒀으나 2021년 이혼했다. 이후 1990년대 후반에 교제했던 구준엽과 재회해 2022년 백년가약을 맺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백희나 작가(52)의 동명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일본 단편 애니메이션 ‘알사탕’(도에이 제작)이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23일(현지 시간) 제97회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최종 후보로 ‘알사탕’(21분) 등 5개 작품을 선정했다. 영화 ‘어프렌티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다가 트럼프에게 “인간쓰레기(human scum)”라는 비난을 받은 배우 서배스천 스탠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최종 수상작은 3월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발표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3억 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의 자체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세계적인 흥행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넷플릭스는 21일 공개한 ‘2024년 4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지난해 10∼12월 1891만 명이 늘어나며 총 3억163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3억 명을 넘은 건 처음이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 데 기여한 핵심 콘텐츠로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선정했다. 보고서는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오리지널 시리즈 시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시즌2 등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매출도 102억4700만 달러(약 14조7351억 원)로 상승했다. 2023년 4분기 88억3300만 달러보다 약 16%가 늘어났다. 시장조사업체 LSEG의 전문가 예상치인 101억1000만 달러도 넘어서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노오란 샤쓰 입은 말 없는 그 사람이/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로 시작하는 노래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1961년)의 가수 한명숙 씨(사진)가 22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1935년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월남 후 태양악극단을 거쳐 미8군쇼 무대에 오르며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1961년 손석우 작곡가(1920∼2019)가 만든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를 부르며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흔치 않던 ‘힐빌리’(초기 컨트리음악) 리듬의 노래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듬해인 1962년에는 이 노래를 바탕으로 한 영화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에서 주인공을 연기했다. 영화는 관객 10만 명을 동원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에도 노래가 유행하면서 고인이 홍콩과 싱가포르, 태국에서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손 작곡가와 함께 낸 ‘우리 마을’ ‘눈이 내리는데’ ‘센티멘탈 기타’ 등의 노래가 인기를 얻었다. 고인이 생전 발표한 노래는 300여 곡에 이른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고인의 성공에 자극받은 미8군 무대 가수들이 대거 일반 무대로 진입했고, 고인의 활동은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부상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했다. 고인은 성대 수술을 두 차례 받으면서도 198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활동했다. 2013년에도 앨범 ‘청춘! 그 아름다웠던 날들…’을 발표하고 복귀를 알렸다. 2000년 국민문화훈장, 2003년 KBS 가요대상 공로상을 받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사나이∼홍덕수!” 조선 최고이자 최대 여각(旅閣) ‘용천루’. 수습 사환 ‘홍덕수’(김지은)는 말끝마다 자신을 “사나이”라 부른다. 실은 자신이 여성이란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덕수는 의심을 피하고자 ‘아재’처럼 행동한다. 국밥을 먹을 때면 그릇 밑바닥까지 싹싹 비운 뒤 “시원하다”고 외친다. 밥을 남긴 동료들에겐 “왜 이렇게 깨작거리냐”고 면박을 준다. 시비 거는 이들에게도 “사내답게 한 번 붙든가”라고 외친다. 난관이 닥쳐도 굵은 목소리로 호탕하게 껄껄거린다. “사내라면 도전을 마다하지 않지! 하하!”‘남장 여자 사극’ 열풍이 다시 한 번 불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방영 중인 채널A 드라마 ‘체크인 한양’은 최고 시청률 3%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양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 할 수 있는 4인방의 파란만장한 사랑과 성장을 세밀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이 많다. 여기에 남장 여자 사극의 마력이 감칠맛을 더했다는 의견이다. 남장 여자는 한국 사극 드라마에서 꽤나 역사가 깊은 소재다. 배우 문근영이 천재 화가 신윤복을 연기했던 ‘바람의 화원’(2008년)이나 배우 박민영이 성균관 유생으로 분한 ‘성균관 스캔들’(2010년) 등은 당대의 화제를 모았다. 남장 여자 사극은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기 어려운 시대적 장벽을 뛰어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극적 쾌감이 크다. 또 자연스럽게 퀴어 코드를 녹여 내는 효과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성차별이 심한 과거가 배경인 사극에서 남장 여자는 성적으로 억압된 상황을 해소하는 역할”이라며 “남자 주인공과 처음엔 우정을 쌓다가 정체가 들통난 뒤 ‘로맨스’로 자연스레 나아가기에도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물론 남장 여자 사극이라고 다 흥행에 성공한 건 아니다. 여성 주인공이 성 정체성을 숨기려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촌극을 얼마나 맛깔나게 살려 내는지가 성공 여부를 판가름한다. ‘체크인 한양’은 배우 김지은이 자칫 과하고 어색하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을 적절한 완급 조절로 자연스럽게 소화한 점이 높이 평가 받는다. 김지은은 지난해 12월 제작발표회에서 “최대한 인물을 재미있게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특히 친구들과 있을 때 막무가내로 뻔뻔하게 나가는 부분을 웃기게 살려 보려 했다”고 했다. 남장 여자 캐릭터는 대체로 전통 사극보다 대체 역사물인 ‘퓨전 사극’에서 더 빛난다. 시청자가 확실하게 작품을 ‘허구’로 받아들인다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누가 봐도 여성처럼 보여도 그러려니 하며 웃어 넘길 수 있다. 조선 시대에 남장 여자 왕이 있었다는 상상에서 시작된 ‘연모’(2021년)나 남장 여자 내시를 그린 ‘구르미 그린 달빛’(2016년)에서 각각 배우 박은빈, 김유정의 ‘어여쁜’ 외모가 도드라지는데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체크인 한양’ 역시 조선 시대에 궁중만큼 거대한 여각이 존재했다는 ‘판타지’ 설정 덕인지, 시청자들은 김지은에게 ‘멋쁨’(멋지고 예쁘다)이란 수식어를 붙이며 환호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드라마 ‘정년이’가 남성 역까지 모두 여성 배우들이 맡는 여성 국극을 다룬 것처럼, 남장 여자 사극은 앞으로도 다양하게 변주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은 조선 시대가 배경인 ‘체크인 한양’을 보며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유리천장’을 떠올린다”며 “시대를 기민하게 반영하는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남장 여자라는 서사는 끊임없이 사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노오란 샤쓰 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로 시작하는 노래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1961년)의 가수 한명숙 씨가 22일 별세했다. 향년 90세.1935년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월남 후 태양악극단을 거쳐 미8군쇼 무대에 오르며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1961년 손석우 작곡가(1920~2019)가 만든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를 부르며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흔치 않던 ‘힐빌리’(초기 컨트리음악) 리듬의 노래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듬해인 1962년에는 이 노래를 바탕으로 한 영화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에서 주인공을 연기했다. 영화는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에도 노래가 유행하면서 고인이 홍콩과 싱가포르, 태국에서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이후에도 손 작곡가와 함께 낸 ‘우리 마을’, ‘눈이 내리는데’, ‘센티멘탈 기타’ 등 노래가 인기를 얻었다. 고인이 생전 발표한 노래는 300여 곡에 이른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고인의 성공에 자극받은 미8군 무대 가수들이 대거 일반 무대로 진입했고, 고인의 활동은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부상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했다.고인은 성대 수술을 두 차례 받으면서도 198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활동했다. 2013년에도 앨범 ‘청춘! 그 아름다웠던 날들…’을 발표하고 복귀를 알렸다. 2000년 국민문화훈장, 2003년 KBS 가요대상 공로상을 받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3억 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의 자체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세계적인 흥행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넷플릭스는 21일 공개한 ‘2024년 4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지난해 10~12월 1891만 명이 늘어나며 총 3억163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3억 명을 넘은 건 처음으로, 계정 1개를 가구 구성원 여러 명이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이용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도 보고서에서 “7억 명 이상으로 파악되는 세계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넷플릭스는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데 기여한 핵심 콘텐츠로는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선정했다. 보고서는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오리지널 시리즈 시즌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게임 사업 부문에서도 ‘오징어 게임: 언리시드’가 107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게임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최대 기대작 역시 ‘오징어 게임’ 시즌3를 꼽으며 “2025년을 낙관적으로 맞이하게 됐다”고 전망했다.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등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매출도 102억4700만 달러(약 14조7351억 원)로 상승했다. 2023년 4분기 88억3300만 달러보다 약 16%가 늘어났다. 시장조사업체 LSEG의 전문가 예상치인 101억1000만 달러도 넘어서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