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결성 20주년 기념공연 앞둔 봄여름가을겨울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2시 59분


11월 8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데뷔 20년 콘서트 ‘아름답다, 아름다워’를 여는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왼쪽)과 전태관. 사진 제공 마스터플랜
11월 8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데뷔 20년 콘서트 ‘아름답다, 아름다워’를 여는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왼쪽)과 전태관. 사진 제공 마스터플랜
‘봄여름가을겨울’이 결성된 건 1988년 초여름. 드러머와 기타리스트 두 명으로 밴드를 구성한 것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 후 20년. 8집 ‘아름답다, 아름다워’를 내고 11월 8일 20주년 기념공연을 앞둔 봄여름가을겨울을 만났다. 이번 공연에서는 김종진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손에 쥔 클래식 기타로, 전태관이 브라질에서 가져온 ‘가온(Gajon)’으로 20년간의 히트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김종진과 전태관이 회상하는 자신들의 사계절 이야기를 들어봤다.

○ 봄 “국내 퓨전밴드의 출발”

김=1988년 6월에 데뷔 음반 ‘봄여름가을겨울’을 냈는데 12월 31일까지 방송에서 불러주지 않아. 방송을 한 번밖에 안 탔으니 망했구나 싶었죠.

전=그러다가 한영애 씨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갔어요.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을 부르고 내려오려는데 관객의 박수가 장장 3분이나 이어지는 거야.

김=이런 독특한 반응은 처음이었어요. 산사에서 바람소리가 나는 것처럼 나지막이 따라 부르는데 소름이 쫙.

전=대중의 반응을 모른 채 우리만 꽃샘추위에 떨고 있었던 거죠. 봄은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슬며시 왔어요. 당시 제작자가 음반이 잘나간다고 귀띔만 해줬어도 좀 더 비싸게 계약하는 건데….

○ 여름 “샘솟는 음악”

김=2집부터 4집까지, 한마디로 고삐 풀린 때였죠. 음악도 샘물처럼 솟아나왔어요. 반면에 멤버 간의 견해차도 가장 심했던 시기였어요. 전 최신 음악의 흐름인 일렉트로닉펑크를 원했지만 태관이는 레트로펑크를 주장했거든. 결국 황소고집 태관이를 꺾지 못해 5집부터는 실제 연주로 모아졌어요.

전=우린 작곡가이기도 하지만 연주자잖아. 컴퓨터로 찍어내는 음악은 결과는 좋을지 몰라도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가을 “가을바람처럼 떠나는 관객들”

김=1995년에 서울 잠실학생체육관과 부산 사직운동장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었어요. 1만 명을 예상하고 미국에서 연주자까지 불러 모았는데….

전=기획사가 공연을 5일 남기고 도망가 서울엔 2000명, 부산엔 300명이 왔습디다. 공연포스터는 한 장도 안 붙었고 예매처는 한 군데였죠.

김=그때 공연이 정말 비장하지 않았니? 넌 심각하게 그만두자는 얘기까지 했잖아. 아무래도 그때가 우리의 ‘인디언 서머’ 아니었을까 해요. 절망 속에 내려온 한줄기 희망은 아무런 홍보 없이 찾아온 진성 관객이었어요.

○ 겨울 “언제나 겨울, 그리고 다시 봄”

김=1997년 발표한 베스트 음반에 ‘언제나 겨울’이라는 곡을 실었는데 늘 추웠죠. 가수는 곡 이름을 따라 간다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닌가 봐요.

전=그러다가 7집 ‘브라보 마이 라이프’(2001년)가 터진 거지.

김=2003년 한 해 통틀어 제일 많이 방송에 나온 노래였어요. 월드컵이 있던 2002년에도 ‘오! 필승 코리아’보다 횟수가 많았으니 팬들이 히트곡을 만들어준 셈이죠.

전=그러고 보니 정말 가수는 가사 따라가나 봐.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인생을 위해.”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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