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처음 쳤던 5세때 회상” 6집 음반 낸 이루마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2시 59분


결혼과 득녀, 제대 후 2년 만에 6집 ‘P.N.O.N.I’를 발표한 이루마. 그는 “다섯 살 때부터 나에게 피아노는 누르기만 하면 소리가 나는 장난감 같은 존재였다”고 말한다. 김재명 기자
결혼과 득녀, 제대 후 2년 만에 6집 ‘P.N.O.N.I’를 발표한 이루마. 그는 “다섯 살 때부터 나에게 피아노는 누르기만 하면 소리가 나는 장난감 같은 존재였다”고 말한다. 김재명 기자
신변의 변화는 뮤지션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2년 동안 군복무, 결혼, 득녀를 한꺼번에 경험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30)에게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작심하고 음악적 갈증을 풀어낼 줄 알았던 새 음반인 6집 ‘피앤오앤아이(P.N.O.N.I)’를 들어봤을 때 놀라움이 앞섰다. 그의 초기작처럼 피아노 연주로만 이뤄진 소박한 소품집이었다.

24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피아노를 처음 쳤던 다섯 살을 회상하며 만든 음반”이라며 “이제 더는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순수해지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다신 피아노 솔로 음악을 내지 않을 거라 결심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 음악이 그 음악 같고 남들도 할 줄 아는 걸 나까지 해야 하나… 짧은 생각이었죠. 당시엔 더 좋은 미래가 있고, 더 좋은 음악을 할 거라 생각했지만 순수했던 처음이 좋은 거 같아요.”

곡만 들으면 예민하고 조용할 것 같았던 그는 의외로 소탈하고 활달했다. 그는 ‘사람이든 음악이든 솔직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게 군 생활 중 얻은 큰 소득이라고 했다.

충남 계룡산 부근에서 해군 군악대 피아노병으로 복무한 그는 각종 만찬 오찬 축제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펼쳤다. 전역 후 달라진 점을 꼽으라는 질문에 “피아노 연주법이 전과 달리 거칠어졌다”며 웃는다.

영국 영주권을 버리고 해군에 자진 입대했던 것을 후회한 적은 없을까.


▲ 영상 취재 : 염희진 기자

“당시 돌파구가 필요했어요. 대중의 성향을 알게 되니 어떤 음악을 하면 대중이 좋아하는지를 알게 되고 음악이 쉽게 나오는 거예요. 큰 결심을 하고 군에 갔는데…. 크게 후회한 건 집에서 혼자 배불러 있을 아내(손혜임 씨)를 생각하며 악기를 끌고 숙소로 돌아갈 때? 내 자신이 뭐하고 있는 건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죠.”

규칙적이고 단순한 생활이 반복되는 군대에서 그가 자주 한 일은 하늘 보기였다. 행여 감성이 무뎌질까 곡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번 음반의 수록곡 ‘스카이’ ‘조이’ 등 대부분은 병장 때 지은 것이다. 딸 로운이의 탄생을 지켜보며 만든 ‘로애나(Loanna)’도 감성적인 멜로디 선율이 도드라진다. 특히 ‘리보나이즈드(Ribbonized)’의 원제는 ‘두 번째 여름이 머물다 간 자리’로 군대 내 연습실 창밖의 나무를 보면서 계절이 바뀌기를 바라며 만든 노래다.

끊이지 않는 군대 얘기와 딸 자랑 속에 뮤지션이 아닌 가장으로서의 부담도 언뜻언뜻 스쳤다.

“결혼하고 애까지 있으니 다른 사람들 눈에는 여유 있어 보이고 능청스러워졌나 봐요. 하지만 저는 항상 곡예사처럼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지금요? 백일을 갓 넘긴 딸 로운이를 보며 ‘이 불황에 음반을 팔아 얘를 책임져야 하는데’ ‘음악이 직업이 아닌 취미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안정감에 책임감이 얹어진 거죠.”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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