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달콤한 인생’ 이병헌의 달콤한 매력

  • 입력 2005년 4월 13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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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너무 멋있어.” 액션 느와르 ‘달콤한 인생’의 주인공 이병헌(극중 선우)을 보고 내뱉는 탄성이다. 하지만 “그가 왜 멋진가”라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그냥.” 줄거리가 아니라 이미지로 말하는 이 영화의 한 컷 한 컷에는 이병헌이 멋지게 보일 수밖에 없는 숨은 장치들이 있다. 일부는 톱 배우 이병헌이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결과물이며, 또 일부는 김지운 감독이 빛(조명)의 마술을 통해 만들어낸 환상이기도 하다. ‘달콤한 인생’ 속 이병헌, 그가 매력적인 이유를 신체 부위별로 잡아냈다.》

이병헌의 ‘입선 처리’는 가히 득도의 경지다. 입술로 캐릭터를 만드니 말이다. 그는 시종 앙다문 입을 통해 명석하고 단호한 ‘선우’를 표현한다①.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떠먹을 때조차 그는 입술을 조종한다. 케이크를 티스푼으로 한 숟갈 예쁘게 떠서 입에 쏙 집어넣은 뒤, 숟갈을 대번에 빼지 않는 것. 빼내기 직전 입술을 살짝 오므려 숟갈을 잡음으로써 ‘여피족’ 같은 깔끔한 이미지와 성적(性的)인 긴장을 동시에 표출한다②. 한편 △“아, 아닙니다” “저 그런 사람(해결사) 아니거든요?”와 같은 대사를 말할 때처럼 냉철하던 선우가 당혹스러워 하는 대목과 △분노를 폭발시키는 대목 ③에서는 입술 우측 상단을 살짝 들쳐 올림으로써 가지런한 입선에 갑작스럽게 불균형을 만든다. 차갑게 닫힌 마음의 문이 열리는 것을 표현하는 것. 그는 단 한 번 활짝 웃는데④, 입을 일부러 촌스럽게 벌려 만든 이 웃음은 선우의 순박했던 사랑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드러낸다.

위대한 배우는 뒤통수로도 말한다. 보스의 애인(신민아)을 보고 미묘하게 흔들리는 선우의 내면은 늘 그의 뒷모습⑤을 통해 제시된다. 눈여겨보면 이병헌의 뒷머리는 좌우상하로 다채로운 웨이브를 갖고 있는데, 감독은 이 장면 직후 수양버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정말 이병헌의 뒷머리 웨이브를 닮았다!)을 끼워 넣음으로써⑥ 선우의 내면적 동요를 이미지화한다. 자다가 희수(신민아)의 전화를 받고 벌떡 일어나 샤워실로 들어가는 이병헌의 뒷모습⑦은 양가(兩價)적으로 다가온다. 찰진 엉덩이는 선우의 다부진 캐릭터를 보여주지만 흉터가 선명한 등은 서글픔을 안긴다.


이병헌은 자신의 손을 2개의 서로 다른 이미지를 극대화하는데 사용한다. 조그만 에스프레소 잔을 엄지와 중지만을 사용해 살랑 집어 드는 순간⑧과 검지를 30도 비틀어 희수의 집 초인종을 산뜻하게 누르는 장면⑨은 도회적이고 차가운 냄새를 풍긴다. 반면 집단 폭력에 피투성이가 된 그가 유일한 무기인 휴대전화 배터리를 부여잡는 손⑩은 절체절명의 위기감과 생존의 몸부림을 투박하고 뜨겁게 드러낸다.

이병헌의 얼굴은 옆에서 볼 때 눈썹 부위가 융기한 형⑪. 어둡고 침울한 느와르 장르에 적합한 얼굴이랄 수 있다. 이병헌에게는 머리 위에서 아래로 ‘때리는’ 하향식 조명이 많이 쓰였는데, 돌출한 눈썹 덕에 그의 눈두덩에는 선글라스를 쓴 것 같은 실루엣 효과가 나타난다⑫. 어두운 눈두덩을 통해 선우의 음울한 내면이 투사되는 것.


사진제공 영화사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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