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규어 하나에 천만 원, 게임팩 하나에 4천만 원… 도대체 왜?[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가끔 경매 사이트를 살펴보다 보면, 이게 정말 맞아? 라고 생각할만한 가격에 눈이 번쩍 뜨일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그냥 옛날 장난감이나 구형 게임 같아 보이는데, 말도 안되는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느낌으로 검색을 해보니, 그 가격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듯 호가와 거래가 모두 치명적일만큼 높은 사례가 곧잘 발견됩니다. ‘아~ 옛날에 나도 이거 가지고 있었는데.. 버리지 말 걸’ 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과거 네오지오라는 게임기의 게임들은 엄청난 프리미엄 가격을 유지해 왔습니다. 특히 이 네오지오에서 구동되는 러닝 슈터 게임 ‘메탈슬러그’는 최근 일본 옥션에서 약 4천만 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귀하다고 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일본 옥션 낙찰가 4,181,100엔에 낙찰된 메탈슬러그 / 일본 옥션 홈페이지 캡처
일본 옥션 낙찰가 4,181,100엔에 낙찰된 메탈슬러그 / 일본 옥션 홈페이지 캡처
옛날에 화질이 좋았다고 인정받는 CRT 모니터들도 이제는 날개 단 듯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일반 CRT TV나 모니터들은 덩치도 크고 해상도 표현 능력도 640x480~ 1024x768 수준이어서 현재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취급을 받습니다. 번개장터나 중고 장터, 당근 마켓 등을 살펴보아도 5만 원이면 구할 수가 있죠.

하지만 반대로 더 낮은 골동품 급인 320x240 해상도를 지원한다 거나, 혹은 그 시절 하이엔드 표현 능력을 갖췄다고 하면 100만 원에서 200만 원이 우습게 거래가가 높아집니다. 과거의 ‘명기’라고 불리우는 소니 트리니트론 TV 중에 화질이 좋은 AV멀티 단자나 RGB 단자를 채택한 기기라면 한 손에 100만 원을 쥐고 어서 달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줄을 섰죠.

나아가 특화된 화질을 가진 방송용 모니터는 일본 옥션에서 천오백 만 원에 판매된 기록도 있습니다. 누가 샀나 살펴봤더니, 글로벌 시장에 돈 많은 갑부 매니아들이 경쟁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X(구 트위터)에 어느 한 베트남 갑부가 구입했다고 인증샷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X에 올라온 소니 방송용 모니터 낙찰 인증 / X 캡처
X에 올라온 소니 방송용 모니터 낙찰 인증 / X 캡처
장난감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창기 80년대 그렌다이저나 일부 희귀한 장난감이라고 하면 몇 백만 원은 훌쩍 넘어갑니다.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플라스틱 쪼가리인데, ‘이게 뭐라고 이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엄청난 가격 프리미엄이 붙게 된 것일까요? 이렇게 귀한 취급을 가진 게임기나 장난감들을 보면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은 80년대 90년대에 당시 청소년들에게 ‘꿈의 제품’ 취급을 받았던 물품들이라는 점입니다. 그 시절은 절대 지금처럼 풍족하지 않았고, 하루 용돈이 몇 백 원 수준이었던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오락실에서 게임 몇 판을 하면 마을버스를 못 타고 걸어서 1시간을 걸어가야 했거나 심지어 밥을 굶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죠.

그런 현실에서 친구 집에 귀한 게임기나 장난감이 있다고 하면 그 아이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반에서는 ‘인싸’(인사이더, 인기있고 사교적인 사람을 일컫는 말)로 취급되었고, 그 친구 집에 가서 ‘나 게임 한판 만’ 하면서 조르기 일쑤였지요. 근사하게 눈에 불이 들어오는 로보트 장난감이나 괴상한 소리가 나는 괴수 장난감 등도 보면 눈이 휘둥그레해졌습니다. 집에 가서 사달라고 졸랐다가 오히려 ‘공부나 하라’라며 구박 받기만 했을 뿐이었죠.

과거 꿈의 게임기로 인식되던 네오지오 게임기. SNK 홈페이지 발췌
과거 꿈의 게임기로 인식되던 네오지오 게임기. SNK 홈페이지 발췌
그런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경제적으로 가장 풍족한 시기인 40대에서 50대가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취직하기 힘들었던 20대와 회사에 치고 아이들 키우느라 날밤을 샜던 30대를 지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40대들이 가파르게 달려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은퇴나 이직 같은 전환점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가 정말 즐거워했던 일을 찾게 되는 현상도 엿보입니다. 회사나 사회생활에서 겪은 퍼석한 일상에서 벗어나, 정서적 안정을 얻기 위해 노력할 때 ‘나 옛날에 이거 정말 가지고 싶었는데, 야 이거 하나 소장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국내는 물론 전세계 그 시대 사람들에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당시 제품의 희소성도 가격과 직결되고 있습니다. 당장 국내 현실만 봐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이사가 잦기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부모님의 이직이나 학군지로의 이동 등 이사를 하면서 옛날 장난감들은 유실되는 경우가 흔했죠. 한 곳에 진득히 살았다면 남아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범 국가적인 재개발 열풍과 함께 이사로 버려지고 또 문방구 등도 사라지면서 많은 게임기나 장난감들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공부 우선주의 문화로, 옛날 장난감 등은 아이들 동의없이 버려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렇다보니 그 물량이 희소해졌고,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게 된 것입니다.

대우 아이큐 2000과 대우 재믹스 V. 옛날 잡지 캡처
대우 아이큐 2000과 대우 재믹스 V. 옛날 잡지 캡처
그래서 치솟게 된 게임 가격은, 당분간 내려갈 여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일례로 국내에서 정식 출시되었던 PC 패키지 게임들은 오히려 시간이 갈 수록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90년대 초만해도 IBM PC를 구입하면 하드 드라이브에 게임을 가득 채워주던 경우가 다반사 였거든요.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뒤늦게 어른이 된 이들이 정품 패키지를 구입하고 싶다는 찾다보니,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창세기전’, ‘프린세스 메이커’ 등 유명 게임들은 100~300만 원 이상으로 부르는 게 값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90년대에 현대나 삼성 같은 대기업이 출시했던 ‘슈퍼마리오’나 ‘바람돌이 소닉’같은 대표 타이틀들도 온전한 그 시절 패키지들을 구하려면 돈 100~ 200만 원은 줘야 합니다. 대우에서 출시한 ‘재믹스’도 가격이 높기로 유명하지요.

문제는 이러한 시장을 그냥 특별한 매니아 시장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복고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출시되는 콘솔 게임들을 보면, 상당수는 다 과거 90년대 게임을 리메이크한 게임들입니다. 옛날 콘솔 명작들을 요즘에 맞게 버전업하거나 혹은 콜렉션으로 내놓으면 일정 수량이 무조건 팔려나간다고 합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적은 제작비로 수익을 낼 수 있으니 좋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책상에 올려놓고 뿌듯해하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더욱 이런 움직임이 강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과거로 돌아가 그 시절의 즐거웠던 추억을 챙기는 것은 사람들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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