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공학'석학 獨 레겐스부르크大 알프 짐머 총장 인터뷰

  • 입력 2002년 5월 16일 18시 45분


《한국의 발전에 대한 해외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국제 학술교류가 언어와 역사 중심의 전통적 ‘한국학’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알프 짐머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총장이 첨단과학기술 분야를 포함한 다각적 학술 교류를 논의하기 위해 내한했다. 짐머 총장은 최첨단 학문인 ‘심리공학’ 전문가로 지난해 8월 총장에 취임한 뒤 한국과의 다각적인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짐머 총장을 만나 한독간 학술교류의 의미, 심리공학의 활용방안 등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총장께서는 취임 이후 한국과의 교류에 많은 관심을 보여 오셨습니다. 한독간 교류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두 나라 사이에는 분단의 경험, 유사한 법체계, 그리고 첨단 과학기술 등 공동의 관심을 가지고 논의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유럽에서 한국 관련 학문이라고 하면 한국어와 한국문화 등의 연구에 한정돼 왔습니다. 하지만 레겐스부르크대에서는 언어정보연구소 산하에 한국학 분과를 두고 인문학뿐 아니라 법학, 경영학, 경제학, 공학 등 각 분야에서 한국에 접근하면서 한국과의 교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동국대와 학생들을 교류하고 있고 이번에는 서울대 및 고려대 화학과와 학술교류협정을 맺고 박사후 연구생들을 선발해 연구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밖에도 법학, 원격진료 등에 관한 교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과학기술분야는 아무래도 서구 선진국들이 앞서 있지 않습니까?

“물론 대체로 서구의 자연과학이 앞서 있기는 하지만 서양에서는 자연을 지배한다는 전제 아래서 자연에 대해 접근해 왔습니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시해 온 자연관의 전통이 있지요. 둘 사이에 협조를 한다면 대단히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의 자연과학분야 교류가 중요한 것도 이런 점 때문입니다.”

-총장님의 전공인 심리공학 분야도 교류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우선 심리공학이란 이름이 생소하군요.

“심리공학이란 최근에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이제까지는 인간이 기계를 개발하고 그 기계에 적응하는 식이었지만, 심리공학은 자연환경을 인간에게 잘 맞추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예컨대 비행기, 자동차 등의 기술을 심리공학과 접목시킴으로써 인간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까지의 기계는 예측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융통성 있게 대처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지만 심리공학을 이용해서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인간과 기계와 자연이 함께 살아가도록 친화적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심리공학을 교통문제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하던데, 서울의 복잡한 교통상황에 대해 전문가로서 조언을 좀 해 주시겠습니까?

“서울의 교통시스템은 대단히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도시에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첫째는 물리적인 교통시스템을 ‘정보(information)’를 이용한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원격진료를 이용하면 물리적인 교통량을 줄이면서 여러 병원의 협조를 받아 높은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상황변화에 따른 신호전달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대부분의 교통신호체계는 상황변화와 관계없이 일정하게만 작동했지만, 교통신호가 상황변화에 대응하면서 작동한다면 도로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셋째로 개인에게 교통안내시스템(navigation)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현재 있는 곳에서 인천공항까지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을 안내하는 것입니다. 도로를 많이 만드는 대신 정보(information)를 이용해서 도로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짐머 총장은 동아일보사에서 레겐스부르크대로 보내주는 동아일보를 연구자와 학생들이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의 정부와 기업이 한독간 교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국대 초청으로 13일 내한한 짐머 총장은 서울대, 고려대, 한국국제교류재단, 과학기술부 등을 방문해 교류방안을 논의하고 18일 출국한다.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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