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터뷰]독서지도 가이드북 '슬픈 거인' 낸 최윤정씨

  • 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51분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하나.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겐 간단치 않은 질문이다. 하지만 아동문학 평론가인 최윤정씨의 대답은 명쾌하다. “아이와 함께 어린이책을 함께 읽다보면 절로 눈이 뜨여요. 책 읽는 부모만이 올바른 독서지도를 할 수 있어요.”

최씨가 최근 낸 ‘슬픈 거인’(문학과지성)은 아동서 비평집이지만 바지런한 부모들을 위한 가이드북으로도 손색없다. 그래서 부제가 ‘어른들을 위한 어린이책 길잡이’. 여기서는 좋은 창작물을 가려 소개했고 어린이책에 대한 여러 문제의식을 담았다. 대개 부모 눈에는 쉽게 띄지 않는 어린이 책속의 남녀 불평등의 문제, 부자와 가난뱅이의 대립 같은 편가르기와 흑백논리 같은 것이다.

마지막장인 ‘독서교육, 어려운 숙제’는 평론가에 앞서 엄마로서의 걱정이 담겼다. 독서지도 열풍의 문제점 뿐만 아니라 어린이 독서문화에 무심한 사회를 꼬집고 있다. 최씨는 “좋은 책을 골라주는 것보다 나쁜 부모가 안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책은 훌륭한 놀이감인데 처음부터 과외공부를 시키듯 강권하면 평생 ‘책〓공부’라고 여기게 된다.

대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줘서 자연스럽게 책 읽는 습관으로 유도하는 것’을 권했다. “추천도서로 선정된 책 가운데도 선뜻 추천하지 못할 것이 많다”면서 “일단 부모가 먼저 읽어보고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볼 만하다 싶으면 괜찮다”고 말했다. 연구한 결론이 아니라 두 아이를 키우면서 터득한 지혜다. 실제로 최씨는 두 아이를 과외학원에 보내지 않고 책과 놀 수 있도록 유도했다. 피아노나 태권도는 잠깐 배우면 그만이지만 책은 평생 동반자란 생각에서 내린 ‘결단’이었다. 그 결과 초등학교 6학년인 첫째 딸아이는 독해력이 부쩍 늘어 학원을 다닌 또래보다 학습력이 더 커졌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책을 고르는 요령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답은 간단했다.

“첫눈에 조악하게 보이는 책, 대형서점 가판대에 깔린 책, 저자나 번역자 이름 대신에 ‘편집부 엮음’이라고 적힌 책치고 권할만한 것이 별로 없어요.”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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