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권화섭 '한국경제의 갈등구조'

  • 입력 2000년 3월 3일 19시 17분


▼'한국경제의 갈등구조' 권화섭 지음/ 한경PC라인▼

이 책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다.

저자는 먼저 국제통화기금(IMF)이 아시아 각국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재정긴축, 고금리’의 잘못된 처방을 획일적으로 내렸다고 본다. 이른바 DJ노믹스의 첫 실책은 정치적 도덕성, 관료의 책임감, 기업 효율성 등의 총체적 타락으로 생겨난 한국경제의 병을 고치는데 IMF의 잘못된 처방을 무조건 받아들인 데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특히 비판의 초점이 되는 것은 DJ노믹스의 ‘재벌정책’. ‘한국 재벌해체에서 손실을 입는 것은 한국경제이고 이득을 챙기는 것은 미국의 금융자본’이라는 일본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의 견해를 적극 지지한다. 재벌해체가 한국경제의 구조개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는 이른바 ‘세계화 선순환 효과론’은 제일은행 매각에서 보듯이 한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헐값에 인수하려는 미국의 합리화 발언에 가깝다고 판단한다. ‘내우’보다는 ‘외환’에서 이유를 찾는 논지다.

저자는 재벌경영 비효율성의 대표사례로 꼽히는 ‘선단식 경영’에 대해서도 오히려 선진국 대기업에 비하면 왜소하다며 옹호한다. 그나마 재벌그룹이 있었기에 자동차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서 한국경제의 입지를 확보해 왔다는 것. 거기에 더해 ‘개도국 재벌그룹들은 시장체제의 공백을 채워주고 있으며 성급하게 재벌그룹을 해체하는 것은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논문을 인용한다.

책이 내용이 논쟁적인 것만큼이나 독자들의 반응도 찬반이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비와는 별개로 일관된 논지, 반대입장에 선 학자나 행정가들에 대한 실명거론, 국내외 논문 기사등의 풍부한 인용, 실물경제에 대한 해박한 설명 덕분에 박진감있게 읽히는 맛이 있다. 저자는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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