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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6월 14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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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15일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의 결과가 크게 주목된다. 국제적 지지기반이 약화된 부시 미국 대통령과 든든한 후원자를 갖게 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기 때문이다.
▼미국▼
14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유럽연합(EU)-미국 정상회담에 참석한 부시 대통령은 교토기후협약 파기 문제에 대한 유럽측의 어떠한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양측은 이날 정상회담이 끝난 뒤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지구온난화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이에 대한 대화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13일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 참석해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폐기와 MD 강행 방침을 재천명했으나 프랑스와 독일의 노골적인 반발에 직면,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회담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미사일 방어기술의 현실성과 재정 조달에 문제가 있으며 중국 러시아도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ABM 협정이 세계 안보의 초석”이라며 탄도탄미사일 확산방지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 주요국 지도자들이 관례를 깨고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한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노골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EU 집행위는 부시 대통령이 유럽대륙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미국의 교토의정서 거부방침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경고성 성명을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결국 ‘상처투성이’가 된 채 미-러 정상회담에 임하게 됐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러시아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외교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4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패권주의와 MD계획에 반대하고 다원화된 국제 신질서 수립을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MD체제에 대한 러시아의 반대 의사를 재차 밝혔으며 장 주석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전략적 안정을 유지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을 지지할 것임을 밝혔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과 장 주석은 이날부터 15일까지 상하이에서 열리는 상하이협정 5개국 회의에도 참석했다. 5개국 회의는 우즈베키스탄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회의 이름도 상하이 협력조직으로 개명해 미국을 견제하는 지역조직으로서의 성격을 부각시켰다.
러시아와 중국, 중앙아시아 3개국 등 5개국 정상이 1996년 상하이에서 만나 국경 획정 및 병력 감축 등을 논의하면서 출범한 이 회의는 점차 지역경제 교류 및 대미 견제를 위한 지역협력조직으로서의 성격을 갖춰왔다.
5개국 정상은 15일 미국의 패권주의와 MD 추진 등에 반대한다는 등의 합의를 담은 성명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AFP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냉전시대의 외교력을 과시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헤리티지재단 모스크바 지부의 예브게니 볼크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중요한 강대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할 것”이라며 “NATO의 동유럽 확장을 묵인하는 조건으로 러시아의 대외부채 경감을 요구하는 것도 푸틴의 주요 구상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종훈기자·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