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히거나, 숲에서 길을 잃어 고립된 상황에서 자신의 소변을 마시며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된 얘기를 종종 듣는다. 물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소변을 마시는 것은 생존 기술에 속할까.
전문가들은 손사래를 친다. 소변은 수분 공급원이 아니라 웬만하면 피해야 할 선택지라는 것이다.
호주 그리피스대학교의 생명과학자 매튜 바턴 조교수와 본드대학교의 통증 생리학자 마이클 토트로비치 부교수는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소변 마시기는 극한 상황에서도 권장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수분은 우리 몸 전체 무게의 약 60%를 차지한다. 2%만 부족해도 갈증을 느끼며, 3~4%가 모자라면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체중의 6~9%가 감소하면 피부와 점막 건조, 기립 시 혈압 저하, 맥박수 증가 등이 나타나며, 체중의 10% 이상 감소하면 저혈압과 쇼크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소변은 ‘정수된 물’ 아닌 ‘못 쓰는 물질만 걸러낸 폐수’ 우리 몸의 수분 균형을 담당하는 신장은 하루 약 180리터의 혈액 성분을 여과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물질(약 99%)은 다시 혈액으로 돌려보내고, 불필요한 노폐물만 모아 배출한 것이 바로 소변이다.
소변의 구성을 대략 살펴보면, 물이 약 95%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단백질 분해 부산물인 요소(약 2%)와 근육 대사 부산물인 크레아티닌(약 0.1%), 염분과 기타 노폐물 등으로 이루어졌다.
두 과학자는 소변을 우리 몸의 ‘생리적 쓰레기통’에 비유했다.
수분 보충 효과, 조금도 없는 걸까? 이론적으로는 몸이 건강한 상태에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 직후 처음 배출하는 맑은 소변이라면, 아주 제한적으로 물을 보충하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이때 소변은 물이 대부분이다. (물론 요소, 염분, 기타 노폐물은 여전히 포함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제법 오랜 시간 물을 마시지 못한 조난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산과 같은 야생에서 길을 잃은 사람은 땀으로 하루 약 450㎖, 숨으로 하루 약 300㎖의 수분을 잃는다. 더운 환경에서는 손실량이 훨씬 더 커진다.
이때 신장은 수분을 최대한 붙잡기 위해 소변을 극도로 농축한다. 그 결과 소변 속에는 요소와 염분 등 반드시 몸 밖으로 버려야 할 독성 물질이 고농도로 포함된다.
따라서 극한 생존 상황에서 소변을 마시는 것은 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몸이 배출하려 했던 노폐물을 다시 몸에 넣는 행위가 된다. 고농도의 노폐물이 들어 있는 소변을 마시면 요소와 기타 대사 노폐물이 몸에 축적될 수 있다. 이는 특히 신경계 세포에 독성을 보일 수 있다. 그 결과 구토, 근육 경련, 가려움, 의식 변화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할 경우 요독증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소변은 무균’이라는 말도 오해 흔히 “소변은 무균이라 안전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부분적으로만 사실이다. 신장에서 만들어질 때는 무균에 가깝다. 하지만 방광과 요도를 지나며 체내 상주 세균이 섞일 수 있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위산이 이런 세균의 상당수를 없앤다. 하지만 탈수, 영양 결핍 등이 동반된 생존 상황에서는 장 점막이 약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세균이 혈류로 침투할 위험이 커져 치명적인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조난 시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다른 전문가들도 소변 마시기는 최후의 생존법이 아니라며 말린다. 지난 2023년 튀르키예 지진 때 몇몇 생존자가 약간의 물과 소변을 마시고 생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의 모하나 아마르타라자흐 박사는 “분명 소변을 마시고 살았다는 사례가 있지만, 소변을 마시는 것을 권장하진 않는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탈수 상태가 점점 심해지고, 소변의 수분 함량도 내려가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로이터 통신에 설명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교(UW) 응급의학과 스티븐 모리스 교수는 “소변·바닷물·술 등을 마시는 것은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 것보다 더 빨리 탈수를 일으킬 수 있”며 “목이 너무 마르면 어떤 액체라도 마시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생존의 관점에선 적절하진 않다”라고 같은 매체에서 지적했다.
정리하면, 소변 마시기는 생존 전략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쓰레기통의 오수를 마시는 것과 같다. 물 없는 숲에서 조난됐다면, 그늘에서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움직임을 자제하며, 이슬, 빗물, 식물의 수분 등 대체 수분 원을 찾아 먹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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