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피해 없다고…北 SLBM은 ‘도발’ 아니라는 국방장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1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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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부 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1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시험 발사가 도발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난달 15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미국도 도발(provocation)로 보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우리 정부가 임기 말 남북관계를 의식해 지나친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 ‘도발 아닌 위협’이라는 서 장관, 즉답 피한 정 장관
서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SLBM,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가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이라는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 지적에 “저희가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하는데, 북한의 위협이라고 보인다”면서 “도발이라고 하는 건 영공, 영토, 영해와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북한의 SLBM 발사가 전략적 도발이냐’는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질의에 즉답을 피하면서 “전략적 도발에 대한 기준은 ‘한반도의 전반적인 안보 상황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 여부’”라고만 했다.

이는 지난달 15일 청와대가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로 쏴 올리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정세안정이 긴요한 시기 이뤄진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도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 한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앞서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북한이 추가 도발(provocation)을 자제하고 지속적, 실질적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뒤 국산 SLBM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일 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이 ‘도발’을 언급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이날 서 장관에게 “(김여정 논평 이후) 도발이라는 말이 다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정부가 왜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느냐’는 이태규 의원 지적에는 “유감 표명을 하고 그때그때 지적 한다”고 반박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감에서 “북한이 왜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발사하지 않는가. 결정적 파국을 원하지 않는 걸로 볼 수 있다”며 “다른 한 측면에서는 대화를 탐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北 SLBM 초보 단계”
서 장관은 이날 북한이 19일 발사한 SLBM에 대해 “발사 플랫폼(잠수함)과 결합돼야 하므로 초보 단계에서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희는 완전체로서 SLBM 전력화를 앞두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국산 SLBM이 북한보다 5년 이상 앞서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북한이 우리보다 SLBM 기술력에서 5년이나 뒤져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거의 공유하는 수준”이라며 “북한이 3000t급 도산안창호함 설계도와 무기체계, 전투기술을 모두 해킹해서 탈취해갔다. 올해도 대우조선해양이 해킹을 당해 원자력잠수함 정보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치명적인 해킹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이민준 인턴기자 고려대 한국사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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