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권형]합당 깬 ‘뉴이재명’ 위력… 구주류와 동거 유지 관건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3일 23시 15분


조권형 정치부 기자
조권형 정치부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무산은 이른바 ‘뉴이재명’으로 불리는 중도·실용 성향의 민주당 지지층이 당 지도부의 의사결정을 뒤바꿀 정도의 세력을 형성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뉴이재명으로부터 합당 반대 문자 폭탄을 받은 의원들 사이에선 “이렇게 화력이 강할 줄 몰랐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뉴이재명이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민주진보 진영의 구주류 지지층에 맞서 자신들의 판단을 관철할 위력이 있다는 점을 당 주도층에 확인시킨 셈이다.

뉴이재명은 조국혁신당에 대해 구주류와의 정서 차이를 드러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가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미지에 반감을, 조국혁신당의 토지공개념 등 진보 의제에 경계심을 보인 것. 구주류는 “원래 한식구였으니 합치는 게 자연스럽다”고 주장했으나, 뉴이재명은 왼쪽으로 여겨지는 조국혁신당과 같이 가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이재명의 규모는 이재명 대통령의 성과에 따라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은 상황에서 코스피 추가 상승과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 경제 성과에 따라 당 지지층도 확대될 수 있는 것. 민주당이 수년간 사실상 포기해 온 2030 남성들이 뉴이재명으로 유입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오른쪽인 ‘윤 어게인(again)’ 지지층으로 기울면서 갈 곳 잃은 중도보수 유권자도 넘어올 수 있다.

문제는 뉴이재명의 몸집이 커질수록 구주류와의 갈등이 첨예화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 뉴이재명의 중도 실용 성향은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으로 표상되는 구주류의 전통적인 이념, 노선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뉴이재명과 구주류의 2차 충돌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와 같이 이 대통령과 당 강경파 의원들 간 이견을 보이는 사안이 잠재적 뇌관이다. 탈원전과 대북 정책, 대일 외교 등 문재인 정부 시절 이념적인 갈등을 야기했던 사안도 발화점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뉴이재명의 ‘비토’ 정서가 구주류로 여겨지는 정청래 대표 등 당내 강경파나 586 운동권 출신을 향해 분출될 수 있다. 이미 이 대통령 팬카페인 ‘재명이네마을’은 정 대표와 친청(친정청래)계 이성윤 최고위원, 최민희 의원을 강제 탈퇴시켰다. 이들은 이 대통령 국정 운영을 전폭 지지하면서 뉴이재명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뉴이재명 세력과 구주류 지지층인 딴지일보, 구주류 스피커인 김어준 씨와 유시민 작가 등의 신경전은 날로 가열되는 양상이다.

정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등의 등판이 거론되는 8월 전당대회에서 뉴이재명과 구주류의 지지 주자가 갈리면서 노선 다툼이 전면화될 수 있다. 이후 차기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갈려 계속 싸워댈 수 있다.

관건은 뉴이재명과 구주류의 이견을 중재하면서 확대된 지지층 연합을 유지하는 당 주도층의 실력이다. 지지층 확대는 드물게 있는 호재이지만, 기존 지지층과의 갈등 관리에 실패하면 분열이라는 저주가 된다. 민주당이 뉴이재명과 구주류의 동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는지가 2028년 총선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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