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유전질환 ‘파브리병’ 숨기지 말고 가족검사 받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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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염색체 통해 다음 代전달
뇌졸중 등 심장계 질환 유발
조기 발견할수록 예후 좋아

파브리병은 X염색체를 통해 다음 세대에 유전되는 질환이다.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가계도를 파악하는 ‘환자 가족 검사’가 중요하다. 동아일보DB
파브리병은 X염색체를 통해 다음 세대에 유전되는 질환이다.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가계도를 파악하는 ‘환자 가족 검사’가 중요하다. 동아일보DB
11만7000명 중 1명에게 발생하는 생소한 이름의 파브리병은 신부전, 심부전, 부정맥, 비대심근병증, 뇌졸중 등 치명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심각한 희귀질환이다. 실제로 투석 중인 남성 환자 1000명 중 약 3명이 파브리병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심장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불명의 좌심실비대나 초기 뇌졸중의 원인 중 하나로도 파브리병이 꼽히고 있다.

파브리병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지만 대개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진단이 어려울 뿐 아니라 희귀 유전질환이라 숨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파브리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환자 가족 검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파브리병은 ‘알파 갈락토시다제A’라는 효소가 부족해지면서 당지질이 축적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다른 질환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전신에 걸쳐 발생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다. 처음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3∼10세 사이로 평균적으로 진단을 받기까지 15년 정도가 걸린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일찍 증상이 발현되며 파브리 발작이라고 하는 일시적인 통증과 마비, 저림 등의 만성통증이 나타난다. 발작과 통증은 발열, 운동, 피로, 스트레스와 급격한 온도 변화 등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원인이 불명확한 신부전, 고혈압이 나타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파브리병으로 심장질환이 발생하는 경우 조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여러 합병증으로 일반인에 비해 기대수명이 남성은 16.5년, 여성은 4.6년 정도 짧다.

파브리병의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는 낮은 인지도와 증상적 특징도 있지만 환자가 질환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파브리병은 X 염색체를 통해 다음 세대에 유전되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염려해 질환을 감추는 경우가 있다.

파브리병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진단받은 환자의 가계도를 파악하고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진단받은 환자를 중심으로 평균 5명의 추가 가족 환자가 발견된다는 보고도 있다. 해외에서는 파브리병 환자 가족의 조기 진단 필요성을 입증하는 다양한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리소좀축적질환 센터 4곳에서 파브리병이 발병한 74건의 가계도를 분석해 357명의 추가 환자를 발견했으며 멕시코에서는 파브리병 진단을 받은 12명의 가계도 분석 결과 24명을 추가로 진단했다. 파브리병이 남성에게서 주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남녀 모두에게 유전 가능성이 있다. 여성 보인자는 60∼70%에서 증상이 발현되며 남성보다는 늦게 발현되는 경향이 있다.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파브리병은 조기 발견해 치료할수록 합병증 등이 거의 없이 좀 더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며 “조기에 치료할수록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는 효소를 정맥을 통해 주기적으로 주사하는 효소대체 요법과 경구용 샤프론 요법이 있다. 효소대체 요법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가 2주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해 긴 시간 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사제가 꺼려질 경우 경구용 제제를 복용하는 방법도 있다. 임상을 통해 효소대체 요법과 동등한 효과를 보였으며 병원 방문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 교수는 “유전질환은 개인의 잘못이 아닌 만큼 환자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다만 가족에게 알려서 조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돕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치료 방법이 다양해지고 치료가 빠를수록 예후가 좋은 만큼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환자 본인과 가족, 다음 세대의 건강과 행복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파브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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