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새 벙어리뻐꾸기 4691㎞이동경로 첫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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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거쳐 인도네시아까지 109일간 이동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벙어리뻐꾸기.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벙어리뻐꾸기.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여름 철새인 벙어리뻐꾸기가 한반도에서 번식한 후 월동지인 인도네시아로 이동하는 경로가 처음 확인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벙어리뻐꾸기가 한반도를 출발해 필리핀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인도네시아 동부까지 평균 4691km를 날아가는 이동 경로를 8일 공개했다. 아시아와 동유럽 전역에 사는 벙어리뻐꾸기의 국제 이동 경로는 그간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진은 지난해 5월 경기 가평군 일대에서 포획한 벙어리뻐꾸기 6마리에 위치추적용 발신기를 붙였다. 이후 약 9개월 동안 이들의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벙어리뻐꾸기 6마리 중 4마리가 7월 초 한반도를 떠나 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필리핀을 거쳐 10월경 인도네시아 동부 말루쿠 제도의 말루쿠우타라에 도착했다. 이들의 이동 기간은 평균 109일로 하루 평균 43km를 이동한 셈이다. 나머지 2마리는 각각 중국 저장성과 대만 인근 해상에서 신호가 끊겼다.

벙어리뻐꾸기는 흔히 ‘뻐꾹 뻐꾹’ 하고 우는 다른 뻐꾸기와 달리 ‘보보 보보’ 하는 소리를 낸다. 울창한 숲에 서식해 육안으로 관찰하기 쉽지 않지만 소리가 커 울음소리는 비교적 쉽게 들을 수 있다. 일반 뻐꾸기처럼 스스로 둥지를 만들지 않고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아 기르게 하는 ‘탁란(托卵)’ 형태로 번식한다.

철새의 이동 경로 추적은 향후 철새 생태계를 보호하는 정책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국내에 서식하는 벙어리뻐꾸기의 이동 경로와 월동지가 처음 확인된 만큼 앞으로 이와 관련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여름철새#벙어리뻐꾸기#위치추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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