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내부통제, 접근방식 재검토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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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 뷰]법령-조항에 따른 접근방식
형식만 갖추면 처벌 면해
위법행위 자체에 책임 물어
내부통제 실효성 높여야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최근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내부통제 부실을 문제 삼아 제재 절차를 시작하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세간의 논란을 이해하려면 먼저 내부통제의 기본 개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고객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고객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런 경우에 기업은 어떻게 행동할까? 비윤리적인 임직원은 고객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회사법은 기업이 임직원들의 행동을 기업 내에서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내부통제 제도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회사에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의 도입이 더욱 강조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유독 우리나라에서 내부통제와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있을까? 아마 이 제도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회사가 내부통제제도를 마련할 것을 의무화하고, 안 지켜지는 경우 회사와 CEO를 제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내부통제 제도를 법으로 의무화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감독 당국은 금융회사의 위법행위에 대해 CEO와 이사회에 감독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단, CEO가 감독자에게 요구되는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것을 입증하면 감독 책임에 대한 제재를 감해주거나 면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1년에 파생상품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골드만삭스에 막대한 규모의 민사 제재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추가적인 심의 과정 후에 회사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제도를 갖추고 이행했다는 것이 입증돼 CEO에게 감독자 책임을 묻지 않고 제재금도 대폭 감면해 주었다.

그렇다면 두 가지 방식 중 어느 쪽이 더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까? 우리나라같이 제도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안 지키면 처벌하는 경우, 규제 당국은 금융회사가 준수해야 하는 세부 조항이 포함된 법령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들은 위법행위를 줄이려는 근본적인 노력은 게을리하고 법령에 기술된 조항들만 형식적으로 갖춰도 처벌을 면할 수가 있다. 따라서 제도는 형식화되고 도입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금융회사는 규제 당국이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최근 사모펀드 부실과 관련하여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취해진 제재에 대하여 금융업계에서 표출되고 있는 불만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과 같이 감독 책임이 있는 CEO에게 법규 위반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 제도 구축에 충분한 노력을 했음을 입증하도록 요구한다면, 규제 당국의 입증 부담은 대폭 줄어들고 최종 결정에 대한 금융회사의 불만도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더하여 CEO와 이사회는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제도 구축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게 된다. 그 결과 내부통제를 법으로 의무화하지 않고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의 금융회사 내부통제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가 이 제도에 대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 됐음을 시사한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금융사#내부통제#접근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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