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언덕 누비고 백사장 헤집고… 땡볕보다 뜨거운 KBL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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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즌 맞아 전지훈련 한창
태백서 열흘간 진행하는 KCC… 8km 산악달리기 5번이나 포함돼
모비스는 울산 바닷가서 담금질, 감독 바뀐 LG ‘짧지만 굵은’ 5일

코로나19 시대 프로농구 구단들이 해외 대신 국내 전지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KCC 선수들이 21일 강원 태백 함백산 길에서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하고 있다. 선수들은 8.2km가량의 오르막길을 뛰었다. 태백=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코로나19 시대 프로농구 구단들이 해외 대신 국내 전지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KCC 선수들이 21일 강원 태백 함백산 길에서 크로스컨트리 훈련을 하고 있다. 선수들은 8.2km가량의 오르막길을 뛰었다. 태백=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21일 오후 4시. 오전 웨이트트레이닝을 마치고 쉬던 프로농구 KCC 선수들이 강원 태백의 한 산자락에 모였다. 코칭스태프가 ‘B코스 출발점’으로 이름을 붙인 곳. 선수들은 30분가량 스트레칭을 한 뒤 언덕길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전창진 KCC 감독의 전매특허인 ‘지옥의 산악 달리기’였다.

더위는 한풀 꺾인 시간. 기온은 26도로 한여름치곤 선선했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은 공식 훈련이 허용된 지난달 1일부터 8주 가까이 몸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해발 1000m를 향하는 고지대의 오르막길 코스는 단단히 마음먹은 선수들에게도 쉽지 않았다. 8km가 넘는 코스를 달리던 선수들의 표정은 중반부터 어두워지더니 갈수록 일그러졌다. 도착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이 숨만 가다듬었다.

강원 속초종합운동장 트랙을 돌고 있는 삼성 선수들. 삼성 제공
강원 속초종합운동장 트랙을 돌고 있는 삼성 선수들. 삼성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 사상 첫 시즌 조기종료를 경험하게 해줬다. 금세 잡힐 줄 알았던 확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래도 새 시즌이 다가오는데 팔짱만 끼고 있을 순 없었다.

KCC는 예년 같으면 다음 달에 진행됐을 산악훈련을 20일부터 앞당겨 실시하고 있다. 전 감독도 “보통 10주 훈련을 하고 산악훈련을 했는데 코로나19로 해외 훈련을 할 수 없어 이를 고려해 2주가량 앞당겼다”고 말했다. 2003년 처음 프로팀 지휘봉을 잡은 뒤 해마다 산악훈련을 빼놓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 감독은 “오르막길을 뛰어 허벅지 뒤쪽 근육을 단련시켜 준다. 햄스트링 부상 방지에 좋다”고 말했다. KCC는 열흘간 5차례의 산악달리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다른 프로농구 팀들도 국내 전지훈련을 통해 체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 프로팀 감독은 “선수들이 장기간 구단 체육관에서만 훈련을 하면 자칫 지루해할 수 있다. 훈련 환경을 바꿔주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선수들이 연고지인 울산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스텝 훈련을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 선수들이 연고지인 울산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스텝 훈련을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삼성은 5일부터 일주일간 강원 속초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고 현대모비스도 연고지인 울산에서 6일부터 열흘 동안 백사장 달리기 등을 하며 체력을 다졌다. DB도 19일부터 일주일간 경남 사천에서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새 사령탑을 맞은 LG는 27일 강원 양구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짧지만 효율적인 훈련을 지향하는 조성원 감독의 뜻에 따라 전지훈련은 닷새 동안 진행한다.

지난 시즌 DB와 공동 1위에 올랐던 SK는 구단 숙소가 있는 경기 용인 양지체육관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SK는 자밀 워니(26), 닉 미네라스(32) 등 외국인이 합류해 ‘완전체’가 된 뒤 연습경기를 통한 본격적인 손발 맞추기에 나설 예정이다. 구단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몇몇 팀과 함께 일정을 잡아 꾸준히 연습경기를 하는 걸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백=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농구#kcc#전지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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