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비염-축농증이 외래 진료 전체 1위
방치하면 만성병 돼 삶의 질 하락… 마스크-가습기로 습도 조절 중요
약물마다 사용법과 부작용 달라… 제대로 쓰지 않으면 오히려 악화
맹물 코세척은 건조 부작용 우려… 상태 심하면 수술까지 고려해야
김성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비염, 축농증 등 코질환으로 코막힘을 비롯한 증세가 2주 이상 나타나면 코 내시경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쪽 코만 막히거나 악취가 심할 때에는 종양 등 다른 질환도 의심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코 질환은 우리나라 국민이 병의원을 가장 많이 찾는 병이다. 급성 비염(코감기),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 세 가지만 합쳐도 외래 진료 건수 1위다. 평균적으로 성인은 연간 2회, 소아는 6∼10회 콧병 때문에 병의원에 간다. 급성 비염은 2개월마다, 급성 축농증은 6개월마다 걸린다는 통계도 있다.
코 질환의 대표적 증세는 코막힘, 재채기, 콧물 등 세 가지다. 환자의 30% 정도만 병의원을 찾는다. 나머지는 약으로 자가 해결하거나 그냥 참는다. 그러다 보니 급성 비염이 종종 축농증으로 악화한다. 이때는 항생제를 10∼14일 먹어야 낫는다. 이마저도 그냥 두면 만성이 된다. 삶의 질은 그만큼 떨어진다.
그야말로 ‘국민 질환’이지만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김성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잘못된 의학 상식을 가지고 있는 환자도 꽤 많다”라고 말했다. 코 질환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콧속 습도 조절이 관리의 시작
알레르기 비염일 때는 원인 물질을 피하는 게 최선이다. 급성 비염, 그러니까 코감기는 기침, 재채기를 통해 전염된다.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평소 콧속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콧속 점막은 항상 축축해야 한다. 정상적이라면 매일 1L의 콧물과 2L의 침이 만들어진다. 이 점액은 점막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점막에 주름살이 늘어나는 30대부터 이 점액 분비량이 줄어든다. 60세가 되면 분비량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70세가 되면 30%, 80세가 되면 20%만 나온다.
점액 안에는 면역 물질도 많다. 점액이 줄어들면 면역력도 떨어진다. 농도까지 짙어져 찐득해진다. 이 때문에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기도 한다. 노인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흡인성 폐렴의 원인이 된다.
콧속 습도 조절이 해법이다. 보통 콧속 습도가 50% 이하로 떨어질 때 점막이 마른다. 콧병은 대체로 10월 말부터 이듬해 4월 초순까지가 많이 발생한다. 습도가 낮은 시기라서 그렇다. 코점막만 축축하게 해도 급성 비염을 줄일 수 있다.
습도 조절 방법을 알아두자. 첫째,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쓴다. 감염 예방만이 목적이 아니다. 날숨이 마스크 안에 고여 습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둘째, 실내에서는 가습기를 튼다. 이때 목표 습도가 낮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반드시 50%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
식염수로 된 인공 콧물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스프레이 형태로 돼 있어 사용이 편하다. 30분∼1시간 간격으로 수시로 코안에 뿌려주면 된다. 보습 연고도 좋다. 다만 면봉으로 지나치게 안쪽까지 바르면 점막이 다친다. 손가락에 묻혀 코 입구에만 바르는 게 좋다.
● 약 사용법 알고 쓰자
비염 환자들은 약을 달고 산다.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많다. 대체로 안전하지만, 언제까지고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비염일 때 콧속에 뿌리는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는 전신 부작용이 없다. 따라서 아이나 노인이 써도 좋다. 다만 용법을 지켜야 한다.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는 간헐적으로 쓰면 효과가 없다. 최소한 2주 이상 꾸준히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보통 약 한 통을 한 달에 다 쓰면 된다.
코가 막힐 때 뿌리면 몇 분 이내로 코가 뻥 뚫리는 약의 용법은 전혀 다르다. 이런 약은 효과는 좋지만, 잘못 사용하면 부작용이 크다. 코점막을 강제로 수축시키는 혈관수축제인데, 계속 사용하면 혈관의 ‘자정 능력’이 떨어진다. 혈관이 굳어버리기 때문에 나중에는 효과도 없고 증세만 심해진다. 5일 이내로만 사용해야 한다. 약을 살 때 혈관수축제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항히스타민제는 콧물과 재채기가 심할 때 많이 쓴다. 한 시간 이내에 증세가 크게 줄어든다. 다만 이런 약은 콧속을 건조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스테로이드 약물과 정반대로 간헐적으로만 먹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약을 먹으면 나중에 코점막이 더 말라버린다.
콧물이 멈추지 않을 때가 있다. 코점막이 쪼그라들어 신경 조절이 안 되는 경우다. 부교감신경에서 분비되는 물질을 차단하면 되는데, 이것이 항콜린제 약물이다. 미리 코안에 뿌려두면 한두 시간 동안 콧물이 흐르지 않는다. 혈관수축제와 같은 부작용은 없다.
물로 콧속을 청소하는 건 피해야 한다. 수분을 보충하니 괜찮을 것 같지만 오히려 더 건조해진다. 맹물이 점액질의 수분을 빼앗기 때문이다. 딱지가 앉고 갈라져 피가 날 수 있다. 수영장의 물도 마찬가지다. 코 건강이 좋지 않을 때는 수영을 당분간 피하는 게 좋다. 콧속이 답답하다고 해서 휴지를 돌돌 말아 안을 닦아내는 것도 점막을 다치게 하는 행동이니 삼가자.
맹물 코 세척은 안 되지만 식염수 세척은 괜찮다. 식염수 스프레이를 뿌리면 좋다. 스프레이를 뿌렸을 때 콧속이 따끔거린다면 방부제 성분 때문일 확률이 높다. 방부제가 없는 스프레이를 고르면 된다.
● 약물 치료 안 되면 수술까지 검토
만성 코 질환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오랫동안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다.
60대 여성 박정미 씨(가명)는 갑자기 후각을 잃었다. 코감기와 축농증을 방치한 게 원인이었다. 김 교수는 “점막 염증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흉터가 섬유화하고 후각 신경 세포가 손상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를 했다. 다행히 박 씨는 후각을 되찾았다.
수술이 필요할 때도 있다. 50대 여성 이지선 씨(가명)가 그런 경우다. 10년 넘게 축농증을 앓았고, 후각이 떨어져 있었다. 고름과 물혹이 콧속 통로를 꽉 막고 있었다. 이 통로를 여는 수술을 하고 난 후에야 이 씨는 후각 장애에서 해방됐다. 김 교수는 “3개월 이상 축농증을 치료해도 효과가 없거나 여러 개의 혹(용종)이 코를 막고 있으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 질환이 여러 개 겹치면 치료가 복잡해진다. 40대 여성 정이연 씨(가명)는 20년 전 알레르기 비염을 진단받았고, 10년 전 출산 후에 후각을 거의 잃었다. 나중에는 양쪽 코에서 혹도 발견됐다. 2023년부터는 코감기와 축농증이 거의 매달 도졌다. 천식까지 생겼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알레르기 비염, 용종, 천식, 두드러기 등으로 형태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콧속 염증을 억제하는 항체 치료제가 나와 그나마 효과를 보는 환자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정 씨 또한 약물 치료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결국 수술을 고민 중이다.
● 한쪽 코만 막히면 검사 필요
약을 먹었는데도 코막힘이나 코피와 같은 증세가 한쪽 코에서만 2주 이상 나타난다면 다른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통증이 한쪽 코에서만 나타나거나 콧물에서 심한 악취가 날 때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이 경우 반드시 코 내시경 검사로 원인을 찾아낸 뒤 그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치과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잇몸에 염증이 생겼거나,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부위 위쪽 코의 점막이 부어오르면 이런 증세가 종종 나타난다. 냄새를 잘 못 맡거나 천식 증세까지 나타난다면 염증성 물혹이 있을 확률이 높다.
물혹보다 더 위험한 건 종양이다. 콧속 혹은 90%가 염증성 물혹이지만 10%는 종양이다. 이 중 10%는 악성 종양이다. 김 교수는 “코안이 완전히 막히기까지는 종양이 진행돼도 잘 모른다. 양쪽 코가 다 막힐 때도 있다. 특히 악취가 많이 나면 종양 의심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정현 씨(가명)도 몇 년 전 콧병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림프종을 발견했다. 당시 코 양쪽이 다 막혀서 비염 수술을 했다. 하지만 증세가 좋아지지 않았다. 조직 검사를 했더니 림프종이 나온 것. 김 교수는 “콧속은 그물망처럼 혈관 다발이 있어 암세포가 여기에 ‘정착’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일찍 발견한 덕분에 암을 제거할 수 있었다. 5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암은 재발하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2주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면 코 내시경 검사하는 것을 꼭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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