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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로 변색된 치아, 집에서 6주만 치료해도 반짝반짝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치아 상태 때문에 마스크 벗기를 주저하는 이들도 있다. 50대 초반의 주부 강선미(가명) 씨도 그런 케이스다. 마스크를 내내 착용했던 2년 사이에 치아가 누렇게 변한 것 같아서다. 강 씨는 동네 치과를 찾아 치아 미백이 가능한지 물었다. 20, 30대의 젊은층이야 치아 미백이 효과가 있겠지만 50대에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의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100% 신뢰할 수는 없었다. 중년 나이에도 치아 미백이 효과 있을까. 관련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진행한 장지현 경희대 치대병원 치과보존과 교수에게 질문했다. 장 교수는 “나이는 큰 상관이 없다”며 “오래된 치아 변색도 제대로 치료받으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년의 치아 미백 증가세 장 교수는 최근 치아 미백 치료를 받은 68세 여성 이명진(가명) 씨 사례를 들었다. 이 씨는 누런 치아가 콤플렉스였다고 했다. 하지만 치과는 충치를 뽑거나 염증을 치료할 때 가는 곳으로만 생각했다. 지인들은 요즘 치아 미백 효과가 좋다고 했지만 이 씨는 주저했다. 그러다 큰맘 먹고 장 교수를 찾았다. 장 교수는 집에서 스스로 하는 치료법인 ‘자가 미백’ 치료를 권했다. 처음 1주 동안은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2주가 지나자 조금 달라진 것 같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3주가 지나자 가까운 사람들이 “좀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4주 지난 후에는 모임에서도 알아봤다. 최종적으로 6주 치료가 끝난 후에는 누런색이 꽤 제거됐고 하얀 빛까지 나기 시작했단다. 장 교수는 “이 씨는 미백 치료가 상당히 모범적으로 잘된 사례”라며 “최근 들어 이 씨처럼 치아 미백을 문의하는 중년 남녀가 많아졌다”고 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중년 이후 남녀가 미백 치료를 받는 사례는 드물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미백 치료를 받는 사람의 10%가 50대 이후다. 장 교수는 “그들 대부분이 심리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 미백 치료를 받는다”며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점이 바로 이것”이라고 했다. 미적 만족감 외에도 정신 건강을 위해 미백 치료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중년 치아 변색의 원인부터 알아야 치아 변색의 원인은 다양하다. 10대의 경우 수유 기간에 엄마가 먹은 항생제 영향으로 치아에 가로로 짙은 띠가 나타나거나 불소가 치아에 달라붙어 변색이 생길 수 있다. 드물게는 혈액 질환이 원인이 돼 치아 변색이 나타난다. 성인이 된 후에도 치아 외상이나 신경 치료 부작용으로 치아 색이 변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치아 변색은 ‘노화’에 따른 것이다. 오래 치아를 쓰니 누런색 혹은 황갈색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치아 변색은 육체적 질병과는 대체로 무관하다. 다만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년 이후 치아 변색은 식습관과 관련 있다. 커피, 와인, 홍차, 한약 등 짙은 색의 음료나 초콜릿과 같은 짙은 음식을 자주 먹었을 때 치아 색이 누런색이나 황갈색으로 변한다. 치석이나 니코틴이 달라붙었을 때도 변색이 나타난다. 이런 습관을 고친다 해도 치아 변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늦출 수는 있다. 우선 가급적 금연하는 게 좋다. 둘째, 커피와 홍차를 마실 때는 입안에 오래 머금지 말아야 한다. 치아에 닿지 않고 바로 삼키는 게 좋다. 빨대 사용이 도움이 된다. 또한 색깔 음료를 마신 후에는 물로 입안을 헹구는 게 좋다. ○“치료 후 한 달부터 효과, 영구적이진 않아”치아 미백 치료에는 과산화수소 성분을 사용한다. 과산화수소는 상처 소독제나 제품 표백제의 성분으로 쓰인다. 과산화수소가 주성분인 미백 약품을 치아에 바르면 분해 과정에서 방출된 활성 산소가 착색된 물질을 제거하는 원리다. 치아 미백 치료는 병원에서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전문가 미백’과 각자 집에서 시행하는 ‘자가 미백’으로 나눈다. 두 방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자가 미백은 병원에서 만든 마우스피스 형태의 트레이를 치아에 부착하는 방법이다. 그 안에 있는 약품이 치아 미백을 돕는다. 매일 4∼6시간을 이어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은 잠잘 때 착용한다. 사람에 따라 불편함이 느껴질 수 있다. 전문가 미백은 변색의 정도가 심하거나 단기 효과를 노릴 때 시도한다. 치아 표면에 미백 약품을 바르는 것 외에 추가로 강한 빛이나 열을 가한다. 보통 1회에 30∼60분 치료하며 2, 3회로 끝낸다. 어느 방법이든지 한 달 전후로 미백 효과가 나타난다. 효과만 놓고 보면 미백 약품의 농도가 높은 전문가 미백이 월등하다. 자가 미백에 사용하는 약품의 농도는 7∼15%인 반면 전문가 미백에 사용하는 약품의 농도는 최대 30%에 이른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것은 흠이다. 의원, 병원 등 규모에 따라 30만∼70만 원이 든다. 또한 치료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다.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다시 변색된다. 이 경우 6개월 혹은 1년마다 다시 미백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치료 도중에 30% 정도는 일시적으로 치아 시림 증세를 경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미백 치약, 약품 농도 낮아 극적 효과는 적어… 시림 개선 치약은 의학적 효과 입증”장지현 교수 기능성 치약 연구결과시중에 판매 중인 ‘기능성 치약’은 얼마나 효과가 좋을까. 장지현 경희대 치과병원 치과보존과 교수는 2020년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저널(저널 오브 덴티스트)에 실렸다. 장 교수팀은 미백 효과가 있다는 치약 3종류를 골랐다. 미백 성분의 농도는 A제품과 B제품이 각각 0.75%였고, C제품은 2.8%였다. 4주 정도 지나자 모든 제품 사용자에게서 ‘일반인도 알아챌 수 있는’ 정도의 미백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미백 치약을 오래 쓴다고 해서 효과가 더 커지지는 않았다. 8주, 12주까지 이런 치약을 써도 4주 당시 미백 효과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미백 약품의 농도가 가장 높은 C제품도 마찬가지였다. 장 교수는 “미백 치약은 의약외품으로 미백 약품의 농도가 3%를 초과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초기에 효과를 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미백 약품의 농도가 효과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제품의 제조연도도 미백 효과를 좌우했다. 장 교수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제품일수록 미백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치약의 경우 미백 성분이 분해되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능성 치약인 시린 치아용 제품은 효과가 있을까. 장 교수는 “현재 시판 중인 시린 치아 기능성 치약의 경우 대부분 의학적으로 시림 개선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치약마다 작용 원리는 조금씩 다르지만 시린 치아 부위에 작용하면서 과민 반응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간 써야 한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장 교수에 따르면 시린 치아용 치약은 매일 2회 이상, 4∼8주를 사용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미백 치약과 마찬가지로 시린 치아용 치약 또한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제품일수록 효과가 적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6-25 03:00
중년 이후 누레진 치아, ‘노화’ 때문… 습관만 고치면 늦출 수 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치아 상태 때문에 마스크 벗기를 주저하는 이들도 있다. 50대 초반의 주부 강선미(가명) 씨도 그런 케이스다. 마스크를 내내 착용했던 2년 사이에 치아가 누렇게 변한 것 같아서다. 강 씨는 동네 치과를 찾아 치아 미백이 가능한지 물었다. 20, 30대의 젊은층이야 치아 미백이 효과가 있겠지만 50대에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의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100% 신뢰할 수는 없었다. 중년 나이에도 치아 미백이 효과 있을까. 관련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진행한 장지현 경희대 치대병원 치과보존과 교수에게 질문했다. 장 교수는 “나이는 큰 상관이 없다”며 “오래 된 치아 변색도 제대로 치료 받으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년의 치아 미백 증가세장 교수는 최근 치아 미백 치료를 받은 68세 여성 이명진(가명) 씨 사례를 들었다. 이 씨는 누런 치아가 콤플렉스였다고 했다. 하지만 치과는 충치를 뽑거나 염증을 치료할 때 가는 곳으로만 생각했다. 지인들은 요즘 치아 미백 효과가 좋다고 했지만 이 씨는 주저했다. 그러다 큰맘 먹고 장 교수를 찾았다. 장 교수는 집에서 스스로 하는 치료법인 ‘자가 미백’ 치료를 권했다. 처음 1주 동안은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2주가 지나자 조금 달라진 것 같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3주가 지나자 가까운 사람들이 “좀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4주 지난 후에는 모임에서도 알아봤다. 최종적으로 6주 치료가 끝난 후에는 누런색이 꽤 제거됐고 하얀 빛까지 나기 시작했단다. 장 교수는 “이 씨는 미백 치료가 상당히 모범적으로 잘된 사례”라며 “최근 들어 이 씨처럼 치아 미백을 문의하는 중년 남녀가 많아졌다”고 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중년 이후 남녀가 미백 치료를 받는 사례는 드물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미백 치료를 받는 사람의 10%가 50대 이후다. 장 교수는 “그들 대부분이 심리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 미백 치료를 받는다”며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점이 바로 이것”이라고 했다. 미적 만족감 외에도 정신 건강을 위해 미백 치료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중년 치아 변색의 원인부터 알아야치아 변색의 원인은 다양하다. 10대의 경우 수유 기간에 엄마가 먹은 항생제 영향으로 치아에 가로로 짙은 띠가 나타나거나 불소가 치아에 달라붙어 변색이 생길 수 있다. 드물게는 혈액 질환이 원인이 돼 치아 변색이 나타난다. 성인이 된 후에도 치아 외상이나 신경 치료 부작용으로 치아 색이 변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치아 변색은 ‘노화’에 따른 것이다. 오래 치아를 쓰니 누런색 혹은 황갈색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치아 변색은 육체적 질병과는 대체로 무관하다. 다만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년 이후 치아 변색은 식습관과 관련 있다. 커피, 와인, 홍차, 한약 등 짙은 색의 음료나 초콜릿과 같은 짙은 음식을 자주 먹었을 때 치아 색이 누런색이나 황갈색으로 변한다. 치석이나 니코틴이 달라붙었을 때도 변색이 나타난다. 이런 습관을 고친다 해도 치아 변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늦출 수는 있다. 우선 가급적 금연하는 게 좋다. 둘째, 커피와 홍차를 마실 때는 입안에 오래 머금지 말아야 한다. 치아에 닿지 않고 바로 삼키는 게 좋다. 빨대 사용이 도움이 된다. 또한 색깔 음료를 마신 후에는 물로 입안을 헹구는 게 좋다. ●“치료 후 한 달부터 효과, 영구적이진 않아”치아 미백 치료에는 과산화수소 성분을 사용한다. 과산화수소는 상처 소독제나 제품 표백제의 성분으로 쓰인다. 과산화수소가 주성분인 미백 약품을 치아에 바르면 분해 과정에서 방출된 활성 산소가 착색된 물질을 제거하는 원리다. 치아 미백 치료는 병원에서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전문가 미백’과 각자 집에서 시행하는 ‘자가 미백’으로 나눈다. 두 방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자가 미백은 병원에서 만든 마우스피스 형태의 트레이를 치아에 부착하는 방법이다. 그 안에 있는 약품이 치아 미백을 돕는다. 매일 4~6시간을 이어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은 잠잘 때 착용한다. 사람에 따라 불편함이 느껴질 수 있다. 전문가 미백은 변색의 정도가 심하거나 단기 효과를 노릴 때 시도한다. 치아 표면에 미백 약품을 바르는 것 외에 추가로 강한 빛이나 열을 가한다. 보통 1회에 30~60분 치료하며 2, 3회로 끝낸다. 어느 방법이든지 한 달 전후로 미백 효과가 나타난다. 효과만 놓고 보면 미백 약품의 농도가 높은 전문가 미백이 월등하다. 자가 미백에 사용하는 약품의 농도는 7~15%인 반면 전문가 미백에 사용하는 약품의 농도는 최대 30%에 이른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것은 흠이다. 의원, 병원 등 규모에 따라 30만~70만 원이 든다. 또한 치료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다.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다시 변색된다. 이 경우 6개월 혹은 1년마다 다시 미백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치료 도중에 30% 정도는 일시적으로 치아 시림 증세를 경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시중에 판매 중인 ‘기능성 치약’의 효과는 시중에 판매 중인 ‘기능성 치약’은 얼마나 효과가 좋을까. 장지현 경희대 치과병원 치과보존과 교수는 2020년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저널(저널 오브 덴티스트)에 실렸다. 장 교수팀은 미백 효과가 있다는 치약 3종류를 골랐다. 미백 성분의 농도는 A제품과 B제품이 각각 0.75%였고, C제품은 2.8%였다. 4주 정도 지나자 모든 제품 사용자에게서 ‘일반인도 알아챌 수 있는’ 정도의 미백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미백 치약을 오래 쓴다고 해서 효과가 더 커지지는 않았다. 8주, 12주까지 이런 치약을 써도 4주 당시 미백 효과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미백 약품의 농도가 가장 높은 C제품도 마찬가지였다. 장 교수는 “미백 치약은 의약외품으로 미백 약품의 농도가 3%를 초과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초기에 효과를 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미백 약품의 농도가 효과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제품의 제조연도도 미백 효과를 좌우했다. 장 교수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제품일수록 미백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치약의 경우 미백 성분이 분해되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능성 치약인 시린 치아용 제품은 효과가 있을까. 장 교수는 “현재 시판 중인 시린 치아 기능성 치약의 경우 대부분 의학적으로 시림 개선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치약마다 작용 원리는 조금씩 다르지만 시린 치아 부위에 작용하면서 과민 반응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간 써야 한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장 교수에 따르면 시린 치아용 치약은 매일 2회 이상, 4~8주를 사용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미백 치약과 마찬가지로 시린 치아용 치약 또한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제품일수록 효과가 적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6-24 11:31
야외 걷기로 당뇨 잡고 심신 안정… 풍경 감상은 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운동을 중단한 사람이 많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헬스클럽과 운동시설 이용이 어려워진 때문이다. 건강이 악화된 사람도 적지 않다. 김영수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64)도 그랬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아들고 충격을 받았다. 당화혈색소 농도가 6.8%였다. 당화혈색소는 당화(糖化)된 혈색소란 뜻이다. 이 농도가 6.0%를 넘으면 대체로 당뇨병 초기로 판단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복 혈당도 dL당 147mg이 나왔다. 정상 수치(dL당 100mg 이하), 공복 혈당 장애(100∼125mg)를 크게 넘어 당뇨병(126mg 이상) 단계에 해당됐다. 사실상 이미 당뇨병 환자인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도 240mg까지 올라갔다. 가까스로 총콜레스테롤 정상 범위(240mg 이하)를 유지했다. 이처럼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온 적은 없었다. 어쩌다 건강이 이렇게 나빠졌을까. 김 교수가 내린 결론은 ‘운동 부족’이었다. ○ ‘코로나 기간’, 당뇨병에 걸리다 2000년 11월 당시 40대 초반이던 김 교수는 안면 신경 종양 수술을 받았다. 양성 종양이기는 했지만 10시간이 걸리는 큰 수술이었다. 이후 한 달 동안 요양하느라 근력이 크게 떨어졌다. 운동으로 체력을 회복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달리기를 했다. 한때 마라톤 하프코스까지 뛰었지만 이후로는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헬스클럽으로 장소를 바꿨다. 매주 3회, 헬스클럽 트레드밀에서 30분을 달렸고, 추가로 30∼5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했다. 이런 운동 습관을 10여 년 동안 유지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다니던 헬스클럽이 간헐적으로 문을 닫았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얼마 후 운동 습관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운동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몸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슴푸레 느끼고는 있었다. 밥만 먹으면 무기력증이 생겼다. 허리둘레가 늘어났고, 배가 볼록 튀어나왔다. 반대로 허벅지는 눈에 띄게 가늘어졌다. 어깨는 축 처졌다. 김 교수는 “운동을 하지 않으니 전형적인 ‘노인성 근 감소’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건강검진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약간의 방심이 당뇨병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10년 동안은 의사 일을 더 해야 하는데…. 정신이 확 들었다”고 말했다. ○야외를 걸으면서 심신을 달래다 이러다 큰일 날 것 같았다. 김 교수는 올 1월 본격적으로 당뇨병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우선 산책을 시작했다. 평일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2, 3회 대학교 운동장 트랙을 돌거나 병원 뒤쪽 중랑천 산책로를 걸었다. 주말 이틀 동안에는 집 근처 한강 둔치로 나가 아내와 함께 걸었다. 주 4, 5회 걷는 습관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시속 5.5km의 속도로 1시간 동안 걷는다. 느릿한 산책보다는 빠르고 파워워킹에는 못 미친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에는 약 8000보가 찍힌다.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평일과 주말 각각 3∼5개 코스를 만들었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코스를 달리해 걸으면 훨씬 재미있단다.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했다. 요즘은 헬스클럽에 가는 일이 거의 없다.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어서다. 반면 야외 걷기는 티셔츠 하나만 걸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자연 풍광을 즐기며 걷는 건 뒤늦게 발견한 즐거움이다. 김 교수는 “푸른 하늘과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느긋하게 걷다 보면 마음도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근력 운동은 주로 연구실과 집에서 한다. 연구실에서는 매일 1, 2회 팔굽혀펴기를 15회씩 5세트를 한다. 집에서는 매주 2회 TV를 시청하면서 아령 운동을 한다. 4, 7, 10kg짜리 아령을 각각 10분씩 총 30분 동안 이용해 상체 여러 부위의 근력 보강 운동을 한다. 이런 근력 운동은 효과가 있을까. 김 교수는 “5개월 동안 꾸준히 하니 구부정한 등도 펴지고 어깨 근육 뭉친 것도 해소됐다”고 말했다.○식이요법 병행 5개월 만에 혈당 잡았다운동만으로는 당뇨병을 잡을 수 없다. 약도 먹어야 하고 음식 조절도 해야 한다. 김 교수 또한 식이요법을 실천하고 있다. 식이요법의 기본은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다. 김 교수는 쌀, 밀가루, 설탕을 멀리 한다. 식사량을 줄이기 위해 미리 밥을 덜어 먹는다. 그 덕분에 종전보다 30% 정도 식사량이 줄었다. 추가로 매주 한두 번은 저녁 식사를 건너뛴다. 이른바 ‘간헐적 저녁 건너뛰기’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 식사 시간이 길어졌다. 전에는 5분 만에 후딱 식사를 해치웠다. 지금은 최소한 15분을 채운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천천히 식사를 한다. 이렇게 하면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한 5개월. 성적표는 어떨까. 우선 체중과 허리둘레 모두 줄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상쾌함이 커졌다. 낮에도 식후 졸림 증세가 사라졌다. 객관적인 건강 지표도 달라졌다. 김 교수는 인터뷰 당일 혈액검사를 했다. 당화혈색소는 6.2%로 공복혈당은 127mg으로 떨어져 있었다. 당뇨병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을 회복했다. 김 교수는 “물론 약을 복용하고는 있지만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건강이 다시 좋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몸이 더 좋아지면 속도를 높여 달리기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보폭 20cm 넓게 잡고 발뒤꿈치 먼저 땅에… 시선은 약간 위로 걷기운동 제대로 하려면산책도 제대로만 하면 충분한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게 김영수 교수의 운동 철학이다. 무엇보다 걷기를 생활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치매와 파킨슨병 분야의 베스트 닥터다. 그에 따르면 걷는 습관을 정착시키면 이런 퇴행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이뿐만 아니라 설령 병에 걸려도 걷기를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걷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뇌 기능이 떨어진 후에는 걷는 방법을 잊어버릴 수 있다. 김 교수는 “척수 안에 이른바 ‘워킹센터’라는 시스템이 있다. 평소에 많이 걸으면 뇌를 거치지 않고 이 센터가 바로 명령을 내린다. 따라서 파킨슨병에 걸리더라도 보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걷는 것이 좋을까. 워킹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김 교수는 대체로 평소 보폭보다 20cm 정도 더 크게 걷는다. 성큼성큼 걷는 모양새다. 발을 뻗을 때는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게 한다. 이어 발바닥으로 바닥을 누르듯이 한 뒤 발가락 끝으로 바닥을 쳐 주는 느낌으로 걷는다. 다만 보폭을 이렇게 키울 때 엉덩이 관절 쪽이 아플 수 있다. 이럴 때는 스쾃을 20회씩 3세트 정도 해 줄 것을 김 교수는 권했다. 운동 전후에는 스트레칭을 최소 5분 정도는 해 줘야 한다. 또 걸을 때 시선은 약간 위쪽을 향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10∼15분 걸었을 때 등이 저절로 펴진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걷기 덕분에 김 교수는 외래 진료를 할 때 2, 3시간 동안 불편함 없이 등을 곧추세울 수 있다고 한다. 물을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물을 미리 마시면 혈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걷기 전과 후 각각 500cc의 물을 마신다. 여름에는 모자를 착용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6-18 03:00
“코로나 기간 운동부족으로 건강 악화”… 산책으로 당뇨 잡은 의사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운동을 중단한 사람이 많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헬스클럽과 운동시설 이용이 어려워진 때문이다. 건강이 악화된 사람도 적지 않다. 김영수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64)도 그랬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아들고 충격을 받았다. 당화혈색소 농도가 6.8%였다. 당화혈색소는 당화(糖化)된 혈색소란 뜻이다. 이 농도가 6.0%를 넘으면 대체로 당뇨병 초기로 판단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복 혈당도 dL당 147mg이 나왔다. 정상 수치(dL당 100mg 이하), 공복 혈당 장애(100~125mg)를 크게 넘어 당뇨병(126mg 이상) 단계에 해당됐다. 사실상 이미 당뇨병 환자인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도 240mg까지 올라갔다. 가까스로 총콜레스테롤 정상 범위(240mg 이하)를 유지했다. 이처럼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온 적은 없었다. 어쩌다 건강이 이렇게 나빠졌을까. 김 교수가 내린 결론은 ‘운동 부족’이었다. ● ‘코로나 기간’, 당뇨병에 걸리다 2000년 11월 당시 40대 초반이던 김 교수는 안면 신경 종양 수술을 받았다. 양성 종양이기는 했지만 10시간이 걸리는 큰 수술이었다. 이후 한 달 동안 요양하느라 근력이 크게 떨어졌다. 운동으로 체력을 회복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달리기를 했다. 한때 마라톤 하프코스까지 뛰었지만 이후로는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헬스클럽으로 장소를 바꿨다. 매주 3회, 헬스클럽 트레드밀에서 30분을 달렸고, 추가로 30~5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했다. 이런 운동 습관을 10여 년 동안 유지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다니던 헬스클럽이 간헐적으로 문을 닫았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얼마 후 운동 습관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운동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몸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슴푸레 느끼고는 있었다. 밥만 먹으면 무기력증이 생겼다. 허리둘레가 늘어났고, 배가 볼록 튀어나왔다. 반대로 허벅지는 눈에 띄게 가늘어졌다. 어깨는 축 처졌다. 김 교수는 “운동을 하지 않으니 전형적인 ‘노인성 근 감소’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건강검진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약간의 방심이 당뇨병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10년 동안은 의사 일을 더 해야 하는데…. 정신이 확 들었다”고 말했다. ● 야외를 걸으면서 심신을 달래다 이러다 큰일 날 것 같았다. 김 교수는 올 1월 본격적으로 당뇨병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우선 산책을 시작했다. 평일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2, 3회 대학교 운동장 트랙을 돌거나 병원 뒤쪽 중랑천 산책로를 걸었다. 주말 이틀 동안에는 집 근처 한강 둔치로 나가 아내와 함께 걸었다. 주 4, 5회 걷는 습관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시속 5.5㎞의 속도로 1시간 동안 걷는다. 느릿한 산책보다는 빠르고 파워워킹에는 못 미친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에는 약 8000보가 찍힌다.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평일과 주말 각각 3~5개 코스를 만들었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코스를 달리해 걸으면 훨씬 재미있단다.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했다. 요즘은 헬스클럽에 가는 일이 거의 없다.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어서다. 반면 야외 걷기는 티셔츠 하나만 걸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자연 풍광을 즐기며 걷는 건 뒤늦게 발견한 즐거움이다. 김 교수는 “푸른 하늘과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느긋하게 걷다 보면 마음도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근력 운동은 주로 연구실과 집에서 한다. 연구실에서는 매일 1, 2회 팔굽혀펴기를 15회씩 5세트를 한다. 집에서는 매주 2회 TV를 시청하면서 아령 운동을 한다. 4, 7, 10㎏짜리 아령을 각각 10분씩 총 30분 동안 이용해 상체 여러 부위의 근력 보강 운동을 한다. 이런 근력 운동은 효과가 있을까. 김 교수는 “5개월 동안 꾸준히 하니 구부정한 등도 펴지고 어깨 근육 뭉친 것도 해소됐다”고 말했다. ● 식이요법 병행 5개월 만에 혈당 잡았다 운동만으로는 당뇨병을 잡을 수 없다. 약도 먹어야 하고 음식 조절도 해야 한다. 김 교수 또한 식이요법을 실천하고 있다. 식이요법의 기본은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다. 김 교수는 쌀, 밀가루, 설탕을 멀리 한다. 식사량을 줄이기 위해 미리 밥을 덜어 먹는다. 그 덕분에 종전보다 30% 정도 식사량이 줄었다. 추가로 매주 한두 번은 저녁 식사를 건너뛴다. 이른바 ‘간헐적 저녁 건너뛰기’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 식사 시간이 길어졌다. 전에는 5분 만에 후딱 식사를 해치웠다. 지금은 최소한 15분을 채운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천천히 식사를 한다. 이렇게 하면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한 5개월. 성적표는 어떨까. 우선 체중과 허리둘레 모두 줄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상쾌함이 커졌다. 낮에도 식후 졸림 증세가 사라졌다. 객관적인 건강 지표도 달라졌다. 김 교수는 인터뷰 당일 혈액검사를 했다. 당화혈색소는 6.2%로 공복혈당은 127mg으로 떨어져 있었다. 당뇨병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을 회복했다. 김 교수는 “물론 약을 복용하고는 있지만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건강이 다시 좋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몸이 더 좋아지면 속도를 높여 달리기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산책도 충분한 운동…걷는 습관 정착땐 퇴행성 질환 걸릴 확률 낮아”산책도 제대로만 하면 충분한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게 김영수 교수의 운동 철학이다. 무엇보다 걷기를 생활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치매와 파킨슨병 분야의 베스트 닥터다. 그에 따르면 걷는 습관을 정착시키면 이런 퇴행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이뿐만 아니라 설령 병에 걸려도 걷기를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걷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뇌 기능이 떨어진 후에는 걷는 방법을 잊어버릴 수 있다. 김 교수는 “척수 안에 이른바 ‘워킹센터’라는 시스템이 있다. 평소에 많이 걸으면 뇌를 거치지 않고 이 센터가 바로 명령을 내린다. 따라서 파킨슨병에 걸리더라도 보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걷는 것이 좋을까. 워킹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김 교수는 대체로 평소 보폭보다 20㎝ 정도 더 크게 걷는다. 성큼성큼 걷는 모양새다. 발을 뻗을 때는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게 한다. 이어 발바닥으로 바닥을 누르듯이 한 뒤 발가락 끝으로 바닥을 쳐 주는 느낌으로 걷는다. 다만 보폭을 이렇게 키울 때 엉덩이 관절 쪽이 아플 수 있다. 이럴 때는 스쾃을 20회씩 3세트 정도 해 줄 것을 김 교수는 권했다. 운동 전후에는 스트레칭을 최소 5분 정도는 해 줘야 한다. 또 걸을 때 시선은 약간 위쪽을 향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10~15분 걸었을 때 등이 저절로 펴진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걷기 덕분에 김 교수는 외래 진료를 할 때 2, 3시간 동안 불편함 없이 등을 곧추세울 수 있다고 한다. 물을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물을 미리 마시면 혈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걷기 전과 후 각각 500cc의 물을 마신다. 여름에는 모자를 착용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6-17 13:50
탈북민 질병 연구부터 탄소중립 실천까지…“대상-분야 확대”‘ESG 경영’이 산업계의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기업이 수익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 친(親)환경적 사업을 해야 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며, 지배구조를 개선해 투명경영을 하라는 뜻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ESG 경영이 국내 병원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ESG 조직을 신설한 병원들이 부쩍 늘었다. 고려대의료원도 적극적이다. 올해 안암, 구로, 안산 등 산하 3개 병원 모두에 ESG위원회를 만들었다. 기존 병원들 상당수가 임시 기구 형태로 운영하는 반면 고려대의료원은 상설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의 ESG위원회는 다문화 가정과 소외계층의 의료 지원을 넘어 사회공헌 활동 영역을 넓게 잡았다. 가령 장애인과 비(非)장애인 간의 차별을 줄이기 위해 장애인 채용을 늘린다거나 조직 구성원들의 친환경 행동 실천을 적극 권장한다. 의사와 병원은 환자만 잘 치료하면 된다는 생각은 옛날 얘기다.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사회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이 병원의 진짜 설립 취지”라며 “ESG위원회는 이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노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사회공헌 활동 컨트롤타워 필요” 고려대의료원은 지난해 5월 사회공헌사업본부를 발족했다. 고려대의료원 산하 병원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화하고,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하며, 현장 활동을 관리하고 사업을 총괄한다. 사회공헌 컨트롤타워인 셈이다. 박건우 사회공헌사업본부장(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은 “각 병원이 시행 중인 의료 봉사 활동은 그대로 진행하면 된다”면서도 “전염병이나 대형 산불과 같은 국가적 재난 사태 때 체계적으로 움직이려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정점일 때 출범했다. 각 병원의 국내외 의료봉사 활동은 물론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염병 대책, 우크라이나 자원봉사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계획하고 조직했다. 가령 지난달 고려대 안암병원에 세운 ‘모듈병상’이 대표적이다. 이 병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프로그램이다. 또다시 감염병이 유행할 때 감염병 전담병원을 설치하려면 시간도 촉박하고 예산도 부족하다. 이를 대비해 신속하게 모듈형으로 설치해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했다. 이 모듈병상은 현재도 운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을 때 즉각 의료지원단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도 본부였다. 본부는 산하 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지원자를 모집했고, 현지봉사 프로그램을 짰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국내에 왔을 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임신부의 출산을 지원하자는 아이디어도 본부가 낸 것이다. 본부가 가장 염두에 두는 사업이 또 있다. 조직 구성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강제 혹은 의무적으로 하는 봉사로는 안 된다”며 “스스로 베풀고 헌신한다는 가치가 조직문화로 뿌리내려야 봉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본부는 조직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 및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조직원들이 특정일을 정해 봉사 활동을 벌이는, 이른바 ‘나눔데이’도 본부가 연구 중인 아이템이다. 자발적 봉사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박 본부장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장려한다면 자연스럽게 봉사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회공헌 활동, 대상과 지역 모두 확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 병원들의 국내외 사회공헌 활동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대의료원도 여러 활동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본부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통일 의료’다. 탈북주민에 대한 의료봉사에 그치지 않고, 통일 이후의 보건의료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탈북민의 질병 코호트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새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탈북 의사들과 진행할 공동 프로젝트도 이런 사업 중 하나다. 국내에서 의사면허를 딴 탈북자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국내에 들어온 고려인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동부 아프리카 지역에 의료봉사 활동을 떠날 예정이다. 현재 마다가스카르에서 진행 중인 사업을 인근 케냐와 탄자니아, 모잠비크까지 확대한다. 지금은 현지에 정착해 있는 한국인 조직과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단계다. 박 본부장은 “저개발 국가라 하더라도 무작정 가서 도와주겠다고 하면 현지 주민들의 자존심이 상한다”며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쟁터로 변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이어간다. 전쟁 와중에 굶고 있는 현지 아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그대로 두면 굶주림은 물론이고 각종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현지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국내에서 만들어 보내는 방안을 찾고 있다. 신(新)의료기술과 장비는 치료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수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계가 병원과 의학의 생리를 더 잘 이해해야 한다. 박 본부장은 “병원과 기업을 연결해주는 것도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라고 했다. 이를 위해 최고위과정을 9월에 선보인다. ○“활동 분야 다각도로 넓혀야” 3월 25일 고려대 의무부총장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고려대의료원 지부장 명의로 발표한 공동 선언이 화제가 됐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이다. 보통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 다루는 의제는 임금을 비롯해 근로 조건과 관련된 것이 많다. 이 공동선언은 이와 무관한 내용이다. 노사는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동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의료원은 각종 설비 장치의 에너지 효율화를 추진하고, 교직원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노사는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교직원 생활수칙’도 발표했다. △재활용 쓰레기를 올바르게 배출하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 이용하기 △메일을 삭제하거나 화면을 절전 모드로 만드는 등 디지털탄소 발자국 줄이기 △난방 온도는 2도 낮추고 냉방 온도는 2도 높이기 △종이타월 대신 개인 손수건을,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기 등이다. 박 본부장은 “앞으로 병원의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한 의료봉사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환경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야 하고, 실제로 그런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부는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 쓰레기와 폐기물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가령 수없이 많은 코로나19 백신 주사기와 플라스틱 약품 통 등이 어디로 갔는지, 그것이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얼마나 많은 의료 쓰레기가 발생하고, 어떻게 처리되며,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이 단순히 의료봉사에만 나설 게 아니라 의료 폐기물을 줄일 방법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에너지를 최대한 적게 쓰는 병원을 운영하는 것 또한 중요한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부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하반기에 대형 심포지엄을 연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6-11 03:00
“아이들의 꿈에 ♥를”… 함박웃음 선물한 아버지들아버지가 없는 아이들에게 ‘아빠의 미소’를 선물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단법인 함께하는아버지들의 ‘아빠미소멘토단’이다. 아빠미소멘토단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꿈과 미래에 대한 멘토링을 한다. 멘토단은 대학생, 축구 코치, 요리사, 경찰관, 방송국 PD, 공무원,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종의 아빠미소멘토 90명으로 구성돼 있다. 1차 멘토링 대상은 동네마다 있는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 조손(祖孫)부모, 다문화, 북한이탈 등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주간 시간대에 이용하는 공부방 시설이다. 롯데지주는 2017년부터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시설을 개선하는 ‘mom편한꿈다락’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80호점까지 늘어났다. 아빠미소멘토단은 꿈다락 사업이 진행된 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3년째 ‘꿈동행’ 멘토링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멘토단은 올 1∼4월 꿈동행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꿈편지’를 쓰면 아빠미소멘토들이 답장을 한다. 답장은 실물 편지로 아이들에게 배달된다. 이어 여러 꿈편지 중에서 멘토들의 호응을 많이 받은 편지를 선정한다. 이때 선발된 아이들에게는 특별 프로그램이 추가로 진행된다. 선망의 대상과 아이들을 연결해주는 것인데, 이것이 심화멘토링인 꿈동행이다. 선발된 아이들은 꿈의 현장을 방문해 자신이 꿈꾸는 일들이 진행되는 과정을 체험해보고 롤모델도 직접 만난다. 올해의 경우 프로축구 선수를 꿈꾸는 아이 5명이 안양FC를 방문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여중생은 사진작가의 스튜디오를 찾았고, 유튜버를 꿈꾸는 여중생은 유명 유튜버와 만났다. 멘토단은 작년에도 셰프, 변호사, 스튜어디스, 만화가를 꿈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작년에는 행정안전부 지원으로 탈북 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멘토링 사업을 진행했다. 2015년 출범한 사단법인 함께하는아버지들은 가족은 물론이고 공동체와 함께하는 아버지들이 주축이 된 비영리단체다. 아버지들의 아빠 역할을 돕고, 생물학적 아버지를 넘어선 사회적 아버지 역할을 통해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든다는 게 이 단체의 미션이다. 어른들이 후세에 물려줄 수 있는 유산(heritage) 중 이른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게 있다. 인간관계를 통해 개인이나 집단에 이익을 주는 무형의 자산이라는 말이다. 일종의 사회적 울타리인데, 아빠미소멘토단이 표방하는 ‘아빠미소’란 바로 이 같은 사회적 자본을 의미한다. 김혜준 함께하는아버지들 대표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요즘 들어 의미가 더 강해지는 ‘아빠미소 꿈 멘토링’ 사업은 개별 단체의 힘으로만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롯데지주의 후원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 행정안전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 등 각종 기관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6-08 03:00
우크라 난민 진료로 생명 구조… 개도국엔 의료기술 전수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지 3개월이 넘었다. 수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이 발생했고, 그들을 돕기 위해 지구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왔다. 종교단체, 의료단체, 시민단체…. 우크라이나 참상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자신의 일이었다. 무기는 총이 아니라 ‘인류애’였다. 사회공헌 활동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춰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 몇몇 단체도 현지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의료봉사단도 눈에 띈다. 3월 중순에는 고려대의료원이 가장 먼저 우크라이나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했다. ○ “국제 재난·재해에 적극 관심 가져야” 고려대의료원은 러시아의 폭격으로 민간인 희생이 늘어나자 곧바로 의료지원단 파견을 검토했다. 개발도상국 의료봉사 경험이 많은 의료진의 참여 신청이 줄을 이었다. 폭격으로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시신이 널려 있는 전쟁터로 의료봉사를 떠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전쟁이 악화되면 의료지원단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파견을 결정한 이유는 명백했다. 위기에 처한 난민과 부상자를 돌보는 게 인류애이며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지원단은 전문의 3명 외에 간호사와 약사, 사회복지사, 행정요원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3월 19일 폴란드에 입국했다. 우크라이나 입국이 허용되지 않아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활동했다. 의료지원단은 현지에 2주 남짓 머물면서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10여 곳의 난민보호소에서 현지 비정부기구(NGO) 단체와 공조해 봉사활동을 벌였다. 한 중년 여성의 목에서 5cm의 혹을 발견하고 폴란드 병원으로 이송해 진료를 제대로 받게 했다. 자정 이후에 심정지로 찾아온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한 의료진은 “넋이 빠진 부모 옆에서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며 “빨리 전쟁이 끝나 평화를 되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지 고려인들에게는 상비약과 방역키트, 고추장, 된장, 김치 등 한국 식품도 전달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면 재건 활동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박건우 고려대의료원 사회공헌사업본부장(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의 이야기다. “우리도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외국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돌려줘야 할 때죠. 의료 봉사 등 사회공헌 활동 무대를 세계로 넓혀야 합니다.” ○ 꾸준한 의료기술 전수-현지봉사 사실 국내 대학병원들은 오래전부터 의료 영역에서 국제사회에 공헌해 왔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꾸준히 우수한 의료기술을 전수해 왔다. 매년 수백 명의 개발도상국 의사가 국내에서 의료 연수를 받는다. 연수 대상이 되는 진료과도 광범위하다. 최근에는 로봇 수술을 배우기 위해 오는 의사들도 많다. 고려대 안암병원의 경우 2018년 53명, 2019년 72명의 해외 의사가 1∼12개월 동안 연수를 받고 돌아갔다. 유럽에서 온 의사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몽골, 필리핀, 베트남, 요르단, 이란, 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 출신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는 국내 교수와 해외 연수 의사의 1 대 1 매칭 시스템을 통해 일종의 사제(師弟) 관계를 맺어 교육을 진행한다. 이런 연수 시스템의 목적은 수익이 아니다. 의료기술이 낙후된 나라에 선진 기술을 전수하는 게 목적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해외 의료진 연수 교육을 총괄하는 정재승 흉부외과 교수는 “개발도상국 의료진을 상대로 한 교육은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의료 혜택을 못 받아 고통 받는 지구촌 형제들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개발도상국 현지로 직접 가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기도 한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2017년부터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메라우케군 울릴린 지역을 매년 찾아 봉사활동을 해왔다. 이 지역은 5000여 가구가 240여 개 마을을 형성한 곳이다. 봉사단은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 여러 진료과 전문의 외에 간호사, 약사, 임상병리사 등으로 구성됐다. 봉사단은 현지의 1차 진료 담당 의사들과 함께 무료 봉사를 진행했다. 3년 동안 현지 주민 1000여 명이 무료 검사와 진료의 혜택을 받았다. 2018년 3월과 2019년 11월에는 캄보디아 프놈펜 헤브론메디컬센터에서 심장수술 의료봉사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흉부외과 외에도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이 봉사단에 합류했다. 총 12명을 수술했고, 30명에게는 심장초음파 검사와 심장 시술을 진행했다. 또 현지 직원들에게 소아 심장수술 후 해야 할 관리 교육을 해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앞서 2012∼2017년에는 몽골, 볼리비아 등에서도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벌였다. 현지에서 설립되는 병원 운영 시스템과 프로세스 구축에 대해 컨설팅을 했고, 현지 의료진을 국내로 초청해 교육도 했다. ○ ‘코로나 막바지’ 글로벌 의료봉사 기지개 이런 병원의 국제적 사회공헌 활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하면서 크게 줄었다. 개발도상국 의사의 국내 연수에서 이 점을 알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의 경우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020년과 2021년 등 두 해 동안 연수를 받은 개발도상국 의사는 총 21명에 불과하다. 고려대의료원이 진행했던 해외봉사 활동 또한 2020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올 들어 코로나 사태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런 국제적 사회공헌 활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단 개발도상국 의사의 국내 연수가 급증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만 하더라도 올 들어 현재까지 40여 명이 연수를 받고 있다. 해외 현지봉사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1∼3월 고려대의료원은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함께 라오스 온드림 실명 예방 사업을 했다. 재단이 비용을 부담하고 고려대의료원은 현지 의사 교육과 수술 지원을 맡았다. 이런 방식을 통해 현지 의사가 직접 백내장을 비롯해 안과 질환을 수술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백내장 153건, 나머지 안과 질환 42건의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별도로 고려대의료원은 2개월 동안 비대면으로 현지 안과 의사 교육을 진행했다. 또 현지 간호사, 교사, 공무원을 대상으로 보건교육도 진행했다. 45세 이상 현지 여성 주민에게는 돋보기를 지원했다. 현지 주민들의 호응은 컸다. 백내장 수술 혜택을 받은 한 현지 주민은 봉사단에게 “항상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흐릿했지만 수천 km 떨어진 병원에 갈 수도 없었고, 수술 비용도 마련하지 못해 포기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5월부터는 마다가스카르에서 라오스 온드림 실명 예방 사업과 유사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캄보디아에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마스크 25만 장을 보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프리카 부룬디의 최정숙여고 졸업생 2명의 국내 한국어 연수를 지원하기도 했다. 부룬디 최정숙여고는 아프리카 부룬디공화국 부반자 지역에 만들어진 부룬디의 첫 국립 여고다. 독립운동가이자 교육가, 의료인이었던 고(故) 최정숙 선생을 기리는 모임이 한국희망재단과 함께 2018년 현지에 세웠다. 최 선생은 고려대 의대 2회 졸업생이기도 하다. 이를 기려 고려대의료원이 졸업생들의 항공편과 어학연수비를 지원한 것이다. 최정숙을 기리는 모임은 졸업생들의 국내 체류 경비를 지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6-04 03:00
살 때도 팔 때도 관리까지 척척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으로 새 자동차를 사려면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신차에서 중고차로 눈길을 돌리며 중고차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검색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중고차 시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급한 물건만 판매하는 ‘레몬 마켓’으로 인식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 언제 어디서나 희망하는 중고차를 앱으로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 거래가 서비스도 좋고, 안전하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KB차차차, 중고차 시장 변화 이끌어KB금융그룹의 여신전문금융 계열사인 KB캐피탈이 운영하는 KB차차차는 레몬마켓인 중고차 시장의 변화를 가져온 대표적인 중고차거래 플랫폼이다. KB차차차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중고차 국민 시세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2016년 6월 출범했다. 당시만 해도 중고차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좋지 않았다. 허위 매물이 많았고, 구매할 때도 성능과 상태를 보증 받기 어려웠다. 또 적정 가격에 중고차를 구매한 것인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고 차를 판매한 것인지도 알기 어려웠다. KB차차차는 중고차에 대한 정확한 시세 제공과 안심할 수 있는 보증서비스를 통해 이런 불안감을 해소했다. 2016년 9월에는 정부의 중고차 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라 중고차 시세 제공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제는 대표적인 중고차거래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국내 최대 매물-AI 시세정보 서비스평균 16만 대 이상의 국내 최대 매물을 갖고 있는 KB차차차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점 더 고도화된 중고차 시세를 시장에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KB가 제공하는 중고차 시세로 거래 가격의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됐다. KB캐피탈은 보다 정확한 중고차 시세를 제공하기 위해 2019년에는 KAIST와 협력해 딥러닝 기반의 AI 시세가 제공되는 ‘KB차차차 중고차시세 고도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월에는 AI 전문기업인 엑스브레인과 중고차 시세 고도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 제휴 협약을 맺으며 가격 정보의 신뢰성을 더했다. 토털 카라이프 플랫폼으로 진화올해 2월 KB캐피탈은 자동차금융 및 자동차 자산관리에 특화된 KB차차차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 ‘차테크’를 선보였다. 중고차거래 플랫폼을 넘어 토털 카라이프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과정이다. KB차차차는 중고차거래 플랫폼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초(超)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화를 시작했다. 차테크는 자동차에 특화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다. 고객의 개인 신용정보와 보유 중인 차량 정보를 분석한다. 차량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에게는 자산을 기반으로 최적화된 구매 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차량 보유 고객에게는 최적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시세와 리콜 정보, 정기검사일 등 차량관리 정보를 제공한다. 아울러 고객의 금융자산과 자동차의 통합조회 서비스, 자동차대출 이용 정보, 소비자 생활에 도움이 되는 KB캐피탈의 저금리 대환대출 상품 정보도 제공한다. KB마이데이터, 한눈에 보이는 자산관리마이데이터는 분산돼 있는 고객의 금융 정보를 모아 내 자산에 대한 통합정보 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은행과 증권, 카드, 캐피털 등 여러 금융기관에서 관련 서비스를 하고 있다. KB차차차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차테크’는 KB차차차의 자동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금융자산 통합관리, 자동차 구매, 판매 계획부터 차량 구매를 위한 대출한도 조회까지 자동차에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잘 활용하면 차별화된 자동차 자산과 통합된 본인의 금융자산 현황을 받을 수 있다. 자산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는 데 도움이 된다. KB차차차 차테크의 ‘내차구매’ 서비스는 마이데이터로 연동된 금융자산과 자동차 자산을 분석하고, 구매를 원하는 차량에 대한 구매 시뮬레이션을 제공한다. 원하는 차종을 입력하고 마이데이터를 통해 조회된 금융자산 중 차량구매 예산을 설정하면 최적의 KB차차차 매물 차량을 추천받을 수 있다. 예산이 부족한 경우에는 ‘마이크레딧’ 조회를 통해 자동차 구매에 필요한 대출 금액을 조회할 수도 있다. ‘내차금융’ 서비스는 고객의 자동차대출 이용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상품을 소개해준다. 현재 이용하고 있는 자동차 대출의 원금과 잔액, 월납입금 등을 분석한다. 또 KB캐피탈의 저금리 대환대출 등 월납입금을 낮출 수 있는 상품을 소개한다. 현재 보유 중인 자동차를 담보로 하는 자동차담보대출도 ‘내차금융’ 서비스에서 금융상담 신청을 통해 바로 이용할 수 있다.‘내차고’ 서비스는 본인 소유의 차량번호 입력만으로 차량 시세, 리콜 정보, 정기검사일, 보험사고 이력, 자동차세 정보, 타이어 정보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자동차 종합관리 서비스다. ‘내차고’에 차량을 등록하면 시세가 내 자산으로 반영돼 통합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또 내차구매 메뉴에서 차량구매 시뮬레이션도 할 수 있다. 내차고 서비스는 차량관리 편리성으로 인기가 높아 4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내자산’ 서비스는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통합 조회할 수 있다. 은행, 카드, 보험, 투자 등 금융자산 잔액 정보, 거래 정보 외 보유 차량의 시세정보를 반영한 전체 자산가치도 확인할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5-30 03:00
학교운영부터 아프간인 치료까지… “소외이웃에 재활 꿈 이식”《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쓴 지난 2년 6개월 동안 의료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국내 처음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구 경북 지역에는 자원봉사를 하려는 의료인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감염을 무릅쓴 의료인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에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에만 그랬던 건 아니다. 의료인과 병원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주목받지 못했을 뿐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코로나19 확산기에 잠시 주춤했던 의료인과 병원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동아일보는 고려대의료원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의료 사회공헌 활동’ 시리즈를 게재한다.》 장기간 입원하는 어린이 환자는 학업을 이어가지 못할 수 있다. 또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오랜 입원으로 인한 정서 불안 등의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 부모로서는 이보다 더 큰 걱정이 어디 있을까.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 입원 환자를 위한 특수학급을 운영하는 병원들이 있다. 이른바 ‘병원학교’라 부른다.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치료를 도와 퇴원 후 학교와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만들었다. 병원학교는 병원이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으로 꼽힌다. 현재 여러 대학병원과 국립병원이 이런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주춤한 지금 확대하는 병원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병원학교는 실제로 어린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을까. 고려대의료원이 운영 중인 병원학교 사례를 살펴봤다.○ “아이들에겐 꼭 필요한 병원학교” 초등학교 5학년인 민철(가명) 군은 뼈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 수술도 여러 차례 했지만 여전히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다. 오랜 투병 생활에 민철 군은 지칠 대로 지쳤고 활기도 잃었다. 그런 민철 군이 2019년 7월 병원학교를 다니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민철 군은 휠체어에 의존하기 때문에 교실에 갈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선생님이 직접 병실로 와 보드게임을 하면서 놀이치료를 했다. 민철 군은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곧 흥미를 갖고 놀이치료 시간을 기다리게 됐다. 영식(가명) 군은 구토와 장 마비 증세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8년째 매달 한두 번씩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학교에 빠지는 날도 많아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마음에도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랬던 영식 군도 병원학교에서 놀이치료와 음악치료를 받으면서 달라졌다. 영식 군의 어머니는 “어두웠던 아이가 많이 밝아졌고,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한다”고 했다. 게다가 학교에서 뒤처지기 쉬운 수학, 과학 등의 수업도 함께 받아 더욱 좋다고 한다. 이처럼 병실에 오래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는 병원학교가 ‘탈출구’ 역할을 한다. 실제로 고려대 안암병원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에서 “병원에 가니까 기분이 좋아졌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지석(가명) 군은 “병실에 있을 때도 병원학교 가는 시간만 기다렸다”고 했다. 민지(가명) 양은 “처음엔 긴장했는데, 지금은 퇴원하는 게 싫을 정도다. 밖의 학교보다 더 즐거워서 퇴원한 후에도 많이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의 경우 산하 3개 병원 모두에서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먼저 2008년 구로병원이, 지난해 안암병원이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주춤하면서 올 3월엔 안산병원 병원학교도 출범했다. 1박 2일 캠프나 학부모 프로그램이 별도로 진행된다. 최병민 고려대 안산병원 병원학교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맞춤형 교과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학습할 기회와 심리적 정서적 안정감을 줌으로써 치료와 교육 효과가 커져 일상 회복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대상 의료봉사 기지개 병원들은 그동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도 수시로 의료봉사 활동을 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는 대면 의료봉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의료 사각지대와 취약계층이 가장 컸다. 주로 저소득층, 홀몸노인, 다문화 가정,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고통을 겪었다. 고려대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은 2015년부터 정기적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취약계층을 찾아 봉사 활동을 벌였다. 현지에서 혈액검사, 소변검사, X레이 촬영, 골밀도 검사 등 각종 검사를 진행했다. 필요할 경우에는 외래 진료를 하거나 물리치료를 했다. 복지 상담도 병행했다. 외부 재단(현대차정몽구재단)도 진료 버스를 지원하며 힘을 보탰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5만 명이 이 ‘이웃과 함께 하는 순회진료’ 서비스를 받았다. 고려대 안암병원 농촌봉사단은 2018년 초부터 전국 농촌 8개 지역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벌였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2016년부터 그 지역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고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이런 봉사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서울 구로구의 건강 계단 사업에 동참한 것이다. 구청에 설치된 계단을 이용할 때마다 1인당 20원의 기부금을 적립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50만 명이 이 ‘건강 계단’을 이용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해 말에 기부금을 전달했고, 이 돈은 소외계층의 의료복지에 사용됐다. 올 들어 여러 병원의 사회공헌 활동이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의료원 또한 이웃과 함께하는 순회진료, 농촌 봉사, 안산 지역 다문화 봉사를 재개했거나 하반기에 재개한다.○국내로 들어온 아프간인 정착도 지원 지난해 9월 탈레반의 핍박을 피해 390명의 아프가니스탄인이 국내로 들어왔다. 그들은 아프간 현지에 파병된 우리 군의 병원이나 기지에 근무했다. 이런 경력으로 인해 탈레반 점령 아래에서는 목숨을 잃을 우려가 컸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그들을 국내로 데려온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특별기여자’라 부른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은 입국 당시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생활했다. 장기적으로 그들의 국내 정착을 도와야겠지만 당장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아프간 특별기여자의 80%는 여성과 18세 미만의 아이들이었고, 임산부 7명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치과 분야의 의료 지원이 시급했다. 이때 고려대의료원이 인재개발원에 의료진을 파견해 6주 동안 의료봉사 활동을 벌였다. 컴퓨터단층 촬영(CT), X레이, 초음파 검사 등이 가능한 의료버스 2대도 현장에 배치했다. 고려대 의료진은 임산부 케어에 특히 신경을 썼다. 지속적으로 방문해 몸 상태를 체크했다. 얼마 후 A 씨가 출산을 앞두자 고려대 안암병원으로 이송해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A 씨는 한국에서 첫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이후 고려대 안암병원은 또 다른 임신부 B 씨의 출산을 도왔고, C 씨의 부정맥 시술도 진행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정착을 놓고 일각에선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로 들어온 이상 그들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은 “지금은 이웃의 아픔이 나의 불행으로 귀결되는 ‘초연결사회’”라며 “국적을 떠나 다 함께 살기 위해 의료기관의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5-28 03:00
달리기-자전거-산행 ‘야외3종’… “휴일이 즐거워집니다”한 가지 운동이라도 꾸준히 한다면 건강 증진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며칠 동안 날씨가 나쁘면 야외 자전거 타기 습관은 깨지고 만다. 전날 밤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과음했다면 새벽 달리기는 무너진다. 송광섭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교수(51)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여러 운동을 병행한다. 달리기를 하지 못하면 야외 자전거 타기를 하거나 산에 간다. 이런 식으로 운동해 온 지 16년째다. 한때 부정맥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건강지표가 정상을 가리킨다. 여러 종목을 병행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비결이다. 체중도 놀랄 만한 수준으로 줄였다. 2006년 처음 자전거를 탔을 때 체중은 86kg이었지만 지금은 74kg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이후 음식 섭취량이 늘어 살이 약간 붙은 것이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69kg을 유지했다. ○ “테니스 하고 자전거 타고 헬스 하고” 사실 송 교수는 운동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대학 시절 테니스를 즐겼다. 병원의 테니스 동호회장도 맡았다. 격주로 주말마다 테니스 경기를 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손목에 통증이 나타났다. 테니스를 관둘 수밖에 없었다. 테니스를 한창 즐기던 2006년 자전거에 입문했다. 우연한 기회에 투박한 자전거 한 대를 얻었다. 이참에 건강이나 챙겨 보자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평일 중 하루를 골라 집에서 병원까지 왕복 28km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당시 습관 덕에 요즘도 주 1회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데, 편도로 40여 분이 소요된다. 헬스클럽 1년 회원권을 끊고 운동하기도 했다. 다만 헬스클럽에서의 운동은 썩 즐겁지가 않았다. 1주일에 1회 정도 갈까 말까 했고, 설령 가더라도 30분을 넘기지 못했다. 이것저것 운동기구를 만져 보다 트레드밀에서 달리기를 하다 돌아오거나 목욕만 하고 돌아오는 날이 많았다. 결국 헬스클럽 가는 횟수가 서서히 줄더니 나중에는 완전히 발을 끊게 됐다. 2016년엔 유독 병원 업무로 스트레스가 많았다. 몸도 더 피곤하게 느껴졌다. 밤에 퇴근하던 중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밤에 혼자 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이 필요하다.’ 바로 달리기였다. ○달리기 입문 이듬해 마라톤 풀코스 도전 주중 하루를 골라 퇴근한 후 집 근처 한강공원에서 달렸다. 대략 10km 거리를 달렸다. 혼자 달리다 보니 명상을 하는 기분도 들었다. 운동을 끝내고 나면 개운했다. 짧은 시간에 이처럼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잠도 더 깊이 들었다. 평발이라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든 점을 종합해 보니 만족도가 높았다. 송 교수는 추가로 주말에 10km를 달렸다. 만약 주중에 달리지 못하면 주말에 거리를 15∼20km로 늘렸다. 달리기 습관은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우연히 마라톤에 입문하게 됐다. 지금은 정년퇴직한 선배 교수와 점심 식사를 할 때였다. 선배가 “마라톤 해 보는 게 어때?”라고 제안했다. 이 한마디에 마라톤과 인연을 맺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3개월여 만에 마라톤대회 하프코스(약 21km) 달리기에 도전했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풀코스에도 도전했다. 이 도전 이후 2년 동안 풀코스를 10회 뛰었다. 평소에는 주중, 주말 1회씩 10km 정도를 달리지만 대회를 앞두고는 달리는 횟수와 거리를 모두 늘린다. 송 교수는 “이렇게 달리다 보니 일부러 체중을 빼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한 적이 없는데도 쫙쫙 빠졌다”고 했다. 체중이 69kg까지 떨어졌을 때가 이 무렵이었다. ○“휴일에는 무조건 산과 들로” 송 교수에게는 ‘휴일 원칙’이 있다. 주말 이틀 중 하루는 반드시 야외 활동을 한다. 달리기, 자전거 타기, 산행 등을 적절히 배합한다. 야외로 나가는 날에는 오전에 밀린 일을 끝낸다. 이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야외로 나간다. 평일 달리기는 대체로 오후 8∼10시에 하지만 주말 달리기는 오후 6시 무렵 시작한다. 예전에는 혼자 달렸지만 최근에는 아내와 달리는 날이 많아졌다. 간혹 달리기 대신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출퇴근 용도가 아닌 야외 자전거 타기는 평균 매달 1회 정도 유지한다. 한강변을 따라 보통 30∼40km 거리를 달린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 돌아올 때는 전철을 이용한다. 이와 별도로 4∼6개월마다 강원 춘천을 비롯해 90∼100km의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간다. 이때도 전철을 이용해 늦은 귀가를 한다. 주말 휴일에 하는 활동이 또 있다. 바로 산행이다. 가급적 2주마다 한 번 정도는 산에 오르려고 한다. 주변에 있는 나지막한 산에 오른다. 꽤 빠른 속도로 걷거나 달리면서 시속 7∼8km를 지키려 한다. 이런 식으로 2시간 정도 산을 걷다 보면 땀이 뚝뚝 떨어진다. 최근에는 이 산행도 아내와 자주 하는 편이다. 이와 별도로 분기별로 1회 정도는 고도가 다소 높은 산도 오르려 한다. 송 교수는 “여러 운동을 병행하다 보면 주말 휴일 중 하루는 반드시 밖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며 “이야말로 스트레스도 날리고 건강도 챙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라며 웃었다. 발바닥 중앙이 지면에 닿게 보폭 조절… 상체는 10도만 기울여야 관절 지키는 달리기 자세는마라톤이나 장거리 달리기가 무릎 관절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송광섭 교수는 “정형외과 의사 관점에서 봤을 때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제대로 요령을 알고 달린다면 80대가 돼도 장거리 달리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단 자신의 무릎 상태를 확인할 필요는 있다. △이미 무릎 치료와 수술을 받은 사람 △구조적 문제로 무릎이 휘어진 사람 △달릴 때마다 통증이 나타나는 사람은 의사와 상담한 뒤 달리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이런 사람들은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 대략 10km 정도가 좋고, 더 달리고 싶어도 하프코스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기록에 무덤덤해져야 한다. 송 교수는 “절대로 빨리 뛰면 안 된다. 숨이 차고 헉헉대며, 무릎이 아픈데도 기록을 내려고 달리다 보면 반드시 관절에 무리가 간다”고 말했다. 속도나 기록보다는 오래 부드럽게 뛰는 데 신경을 쓰라는 것이다. 이 경우 달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보폭을 줄여야 한다. 보폭이 크면 발뒤꿈치부터 지면에 닿는다. 이때 체중이 가하는 압박도 커진다. 발바닥 중앙 부위부터 지면에 닿도록 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보폭이 줄어들고, 그만큼 무릎에 가해지는 압박도 감소한다. 달리기에 몰두하고 속도를 내다 보면 상체가 앞으로 기울게 된다. 이 또한 보폭을 늘리고 관절에 가하는 압박을 키우는 원인이다. 상체는 10도 정도만 앞으로 기울여야 한다. 송 교수는 “보폭을 줄이고 상체를 세우는 것만으로도 관절을 잘 지킬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달리다 보면 근육과 뼈에 자극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어 근감소증과 골다공증(뼈엉성증)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운동 전후 스트레칭은 필수다. 특히 운동 후에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뛰고 나면 지쳐 그냥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 무릎과 허벅지를 5분 이상 충분히 마사지해 주면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그는 “사소해 보이지만 이 마사지가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5-21 03:00
삼성증권 국내첫 ‘버추얼애널리스트’ 유튜브 채널 론칭삼성증권이 국내 처음으로 ‘버추얼애널리스트’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유튜브 콘텐츠를 최근 론칭했다고 17일 밝혔다. 버추얼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의 모습과 음성 등을 인공지능(AI) 기술로 학습시켜 만든 가상 인간이다. 텍스트만 입력하면 실제 애널리스트가 방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투자 정보를 전한다. 현업에서 활약하는 애널리스트를 복제해 만든 가상 인간이 투자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성증권은 이 버추얼애널리스트를 AI 휴먼 전문기업 딥브레인과 함께 개발했다. 여기에 삼성증권이 서울대 휴먼인터페이스 연구실과 공동 개발한 음성합성 모델도 활용했다. 버추얼애널리스트 영상은 삼성증권 유튜브 채널(SamsungPOP)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말부터 이 콘텐츠를 제공했다. 국내 증시 투자자를 위해 정명지 투자정보팀장을 복제해 만든 버추얼애널리스트가 진행하는 ‘리서치 하이라이트’(사진)는 매일 오후 3시 삼성증권이 발간하는 리포트 중 베스트 리포트를 선택해 소개한다. 4월 19일 첫 방송 이후 누적 조회수가 6만 회에 이른다. 또한 해외증시 투자자를 위해 매일 오전 11시 반과 오후 2시 반, 각각 장효선 글로벌주식팀장을 복제해 만든 버추얼애널리스트가 ‘미국 주식 주간거래 체크포인트’와 ‘미국 주식 주간거래 스냅샷’을 진행한다. 삼성증권은 이 외에도 107만 구독자를 보유한 공식 유튜브 콘텐츠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올 들어 단순 시황 방송을 넘어 ‘워코노미’, ‘MBTI 투자 토크쇼’, ‘투자 동화’, ‘보캐노믹스 & 밈글리쉬’ 등 비시황성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취향 콘텐츠를 내놓았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5-18 03:00
“과도한 탄수화물 제한, 근손실로 이어질 수도”쌀과 면 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품을 유달리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탄수화물 중독’이란 말도 있을 정도다. 건강을 지키려면 탄수화물을 덜 먹고 단백질을 충분히 먹으라는 권유도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옳은 지침도 아니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탄수화물의 충분한 섭취를 주장한다. 특히 60대 이후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제한했다가 심각한 근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탄수화물을 혈당 상승과 체중 증가의 주범으로만 인식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대로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탄수화물 무조건 줄여야 할까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3대 에너지원이다. 지방과 단백질은 인체 조직의 성분으로도 쓰인다. 반면 탄수화물은 거의 모두가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자동차 연료에 비유하자면 탄수화물은 효율이 가장 좋고 부산물은 적은 최상급 휘발유인 셈이다. 탄수화물을 넉넉히 섭취하면 에너지 결핍은 발생하지 않는다. 일부는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됐다가 탄수화물을 제한할 때 보조 에너지로 쓰인다. 물론 이때 지방도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할 때 이런 지방을 꺼내 쓴다면 체중도 줄이고 비만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지방이 아니라 근육의 글리코겐을 꺼내 쓸 때 생긴다. 이 글리코겐마저 바닥이 나면 근육 안의 단백질을 꺼내게 된다. 그 결과 근 손실이 가속화한다. 이른바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마른 비만’ 체형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탄수화물을 줄이면 지방에 대한 유혹이 커진다. 김 교수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은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탄수화물 의존도가 높다”며 “탄수화물 섭취량이 줄어들면 지방으로 대리 만족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고 말했다. 예컨대 밥을 줄이면 기름진 음식이 당기지, 퍽퍽한 살코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 욕구에 굴복하면 지방 섭취량이 늘어난다. 결국 탄수화물을 줄이려다가 지방 섭취량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 탄수화물은 양질의 것을 먹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당지수(GI)가 낮고, 다당류이며 복합당인 식품이 좋다. 이런 식품들은 먹었을 때 서서히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는다. 잡곡이나 통밀, 채소와 해조류가 여기에 포함된다.○ “60대 이후 근육 부족한 체질 많아” 김 교수는 근육과 지방량에 따른 체질을 크게 △1단계(근육량 많고 지방량 적음) △2단계(근육량과 지방량 모두 많음) △3단계(근육량 적고 지방량 많음) △4단계(근육량과 지방량 모두 적음) 등 네 유형으로 나눴다. 젊고 운동을 많이 할수록 1단계와 2단계 유형이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운동량이 줄어들면 근육이 크게 줄면서 3, 4단계로 체질이 바뀔 수 있다. 특히 60대 이후에 3, 4단계가 급격히 늘어난다. 마른 비만 유형 또한 3, 4단계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3, 4단계일 때는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탄수화물을 제한할 경우 대부분 근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60대 초반의 여성 이옥임(가명) 씨는 파킨슨병 초기 환자다. 소화 불량으로 인해 음식 섭취량이 크게 줄었다. 특히 밥의 양이 줄었다. 극도의 탄수화물 제한 식이요법인 셈인데, 결과는 심각했다. 기력이 크게 떨어져 움직이기도 어려웠고, 근육 손실도 빨라졌다. 김 교수는 가장 먼저 영양 섭취량을 늘릴 것을 권했다. 양질의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가족들의 질문에 김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탄수화물을 넉넉히 공급해 줘야 운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단백질을 과잉 공급하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독성 물질로 쌓일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김 교수는 60대 이후 환자들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섭취의 비율을 4 대 4 대 2로 할 것을 주문했다. ○ “당뇨병 환자도 탄수화물 너무 줄이면 안돼” 70대의 강석진(가명) 씨는 당뇨병 환자다. 의사는 운동량을 늘리라고 했지만 강 씨는 거의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혈당을 관리하겠다며 탄수화물 섭취량을 크게 줄였다. 김 교수가 강 씨의 체질을 검사해 보니 3단계였다. 김 교수는 “이런 체질일 때 운동도 안 하고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면 부작용이 커진다”고 말했다.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공급량이 줄어드니 우선 피곤해진다. 처음에는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꺼내 쓰다가 나중에는 근육의 단백질까지 써 버린다. 그 결과 근 손실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혈당도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조절하기 어려워진다. 김 교수는 이 경우에도 탄수화물 섭취량을 늘리는 처방을 내렸다. 우선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한 뒤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도록 했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인슐린의 기능이 좋아져 근육을 포함해 탄수화물이 필요한 적재적소에 잘 공급된다. 당뇨병 환자가 이처럼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어도 괜찮을까. 김 교수는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 당뇨병이 생기거나 악화되는 게 아니다”라며 “그 탄수화물이 적재적소에 가지 못해 혈액에 남아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탄수화물이 무조건 혈당을 올린다는 생각도 틀렸다. 이런 오해 때문에 탄수화물 제한→에너지 부족→근육 감소→만성 질환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양질의 탄수화물을 골라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약을 꾸준히 복용해 인슐린 기능을 향상시키는 게 최선의 치료”라고 말했다. 나는 ‘지방대사’ ‘근육대사’? 무조건적 절식보다 체질 파악이 먼저 탄수화물 섭취 줄여 살 빼려면다이어트를 할 때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김 교수는 “운동량이 많은 사람들에겐 이런 식이요법이 괜찮다. 하지만 운동량이 매우 적은 사람에게는 이런 식이요법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40, 50대의 중년 세대부터는 자신의 체질을 먼저 알고 식이요법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일 때 어떤 사람은 지방, 어떤 사람은 근육의 글리코겐을 1차 보조 에너지원으로 가져다 쓴다. ‘지방 대사’ 체질과 ‘근육 대사’ 체질이 있는 셈이다. 이 체질은 정밀 검사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스스로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평상시에 운동을 많이 했을 때 피로감을 얼마나 느끼는지 체크한다. 피로감이 심하다면 대체로 지방 대사보다는 근육 대사를 더 많이 하는 유형일 확률이 높다. 이 경우에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도로 줄여서는 안 된다. 반대로 피로감이 별로 없다면 충분히 지방을 활용하는 유형이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도 괜찮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장기간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결국에는 근육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적절한 수준에서 제한하는 게 좋다. 둘째, 6개월마다 인바디 측정을 통해 체성분 변화를 체크한다. 만약 근육량이 그대로거나 다소 늘었다면 어느 정도 지방 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도 큰 문제가 없다. 반대로 근육량이 줄었다면 근육에서 에너지를 꺼내 쓰는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줄일수록 지방은 안 줄어들고 근 손실만 커질 수 있다. 셋째, 양손으로 허벅지 둘레를 측정한다. 양손으로 허벅지를 감쌀 수 있다면 근육량이 적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도로 줄이면 근 손실이 올 수 있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게 좋다. 넷째, 체질과 관계없이 대체로 40, 50대라면 균형감 있는 식사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4 대 3 대 3 비율로 섭취할 것을 권했다. 물론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는 양질의 탄수화물이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5-14 03:00
3대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무조건 줄여야 할까?쌀과 면 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품을 유달리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탄수화물 중독’이란 말도 있을 정도다. 건강을 지키려면 탄수화물을 덜 먹고 단백질을 충분히 먹으라는 권유도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옳은 지침도 아니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탄수화물의 충분한 섭취를 주장한다. 특히 60대 이후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제한했다가 심각한 근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탄수화물을 혈당 상승과 체중 증가의 주범으로만 인식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대로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탄수화물 무조건 줄여야 할까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3대 에너지원이다. 지방과 단백질은 인체 조직의 성분으로도 쓰인다. 반면 탄수화물은 거의 모두가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자동차 연료에 비유하자면 탄수화물은 효율이 가장 좋고 부산물은 적은 최상급 휘발유인 셈이다. 탄수화물을 넉넉히 섭취하면 에너지 결핍은 발생하지 않는다. 일부는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됐다가 탄수화물을 제한할 때 보조 에너지로 쓰인다. 물론 이때 지방도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할 때 이런 지방을 꺼내 쓴다면 체중도 줄이고 비만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지방이 아니라 근육의 글리코겐을 꺼내 쓸 때 생긴다. 이 글리코겐마저 바닥이 나면 근육 안의 단백질을 꺼내게 된다. 그 결과 근 손실이 가속화한다. 이른바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마른 비만’ 체형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탄수화물을 줄이면 지방에 대한 유혹이 커진다. 김 교수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은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탄수화물 의존도가 높다”며 “탄수화물 섭취량이 줄어들면 지방으로 대리 만족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고 말했다. 예컨대 밥을 줄이면 기름진 음식이 당기지, 퍽퍽한 살코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 욕구에 굴복하면 지방 섭취량이 늘어난다. 결국 탄수화물을 줄이려다가 지방 섭취량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 탄수화물은 양질의 것을 먹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당지수(GI)가 낮고, 다당류이며 복합당인 식품이 좋다. 이런 식품들은 먹었을 때 서서히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는다. 잡곡이나 통밀, 채소와 해조류가 여기에 포함된다.● “60대 이후 근육 부족한 체질 많아” 김 교수는 근육과 지방량에 따른 체질을 크게 △1단계(근육량 많고 지방량 적음) △2단계(근육량과 지방량 모두 많음) △3단계(근육량 적고 지방량 많음) △4단계(근육량과 지방량 모두 적음) 등 네 유형으로 나눴다. 젊고 운동을 많이 할수록 1단계와 2단계 유형이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운동량이 줄어들면 근육이 크게 줄면서 3, 4단계로 체질이 바뀔 수 있다. 특히 60대 이후에 3, 4단계가 급격히 늘어난다. 마른 비만 유형 또한 3, 4단계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3, 4단계일 때는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탄수화물을 제한할 경우 대부분 근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60대 초반의 여성 이옥임(가명) 씨는 파킨슨병 초기 환자다. 소화 불량으로 인해 음식 섭취량이 크게 줄었다. 특히 밥의 양이 줄었다. 극도의 탄수화물 제한 식이요법인 셈인데, 결과는 심각했다. 기력이 크게 떨어져 움직이기도 어려웠고, 근육 손실도 빨라졌다. 김 교수는 가장 먼저 영양 섭취량을 늘릴 것을 권했다. 양질의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가족들의 질문에 김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탄수화물을 넉넉히 공급해 줘야 운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단백질을 과잉 공급하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독성 물질로 쌓일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김 교수는 60대 이후 환자들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섭취의 비율을 4 대 4 대 2로 할 것을 주문했다. ● “당뇨병 환자도 탄수화물 너무 줄이면 안돼”70대의 강석진(가명) 씨는 당뇨병 환자다. 의사는 운동량을 늘리라고 했지만 강 씨는 거의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혈당을 관리하겠다며 탄수화물 섭취량을 크게 줄였다. 김 교수가 강 씨의 체질을 검사해 보니 3단계였다. 김 교수는 “이런 체질일 때 운동도 안 하고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면 부작용이 커진다”고 말했다.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공급량이 줄어드니 우선 피곤해진다. 처음에는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꺼내 쓰다가 나중에는 근육의 단백질까지 써 버린다. 그 결과 근 손실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혈당도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조절하기 어려워진다. 김 교수는 이 경우에도 탄수화물 섭취량을 늘리는 처방을 내렸다. 우선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한 뒤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도록 했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인슐린의 기능이 좋아져 근육을 포함해 탄수화물이 필요한 적재적소에 잘 공급된다. 당뇨병 환자가 이처럼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어도 괜찮을까. 김 교수는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 당뇨병이 생기거나 악화되는 게 아니다”라며 “그 탄수화물이 적재적소에 가지 못해 혈액에 남아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탄수화물이 무조건 혈당을 올린다는 생각도 틀렸다. 이런 오해 때문에 탄수화물 제한→에너지 부족→근육 감소→만성 질환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양질의 탄수화물을 골라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약을 꾸준히 복용해 인슐린 기능을 향상시키는 게 최선의 치료”라고 말했다. 운동량 적은 사람들, 체질 먼저 알고 식이 요법 해야다이어트를 할 때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김 교수는 “운동량이 많은 사람들에겐 이런 식이요법이 괜찮다. 하지만 운동량이 매우 적은 사람에게는 이런 식이요법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40, 50대의 중년 세대부터는 자신의 체질을 먼저 알고 식이요법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일 때 어떤 사람은 지방, 어떤 사람은 근육의 글리코겐을 1차 보조 에너지원으로 가져다 쓴다. ‘지방 대사’ 체질과 ‘근육 대사’ 체질이 있는 셈이다. 이 체질은 정밀 검사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스스로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평상시에 운동을 많이 했을 때 피로감을 얼마나 느끼는지 체크한다. 피로감이 심하다면 대체로 지방 대사보다는 근육 대사를 더 많이 하는 유형일 확률이 높다. 이 경우에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도로 줄여서는 안 된다. 반대로 피로감이 별로 없다면 충분히 지방을 활용하는 유형이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도 괜찮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장기간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결국에는 근육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적절한 수준에서 제한하는 게 좋다. 둘째, 6개월마다 인바디 측정을 통해 체성분 변화를 체크한다. 만약 근육량이 그대로거나 다소 늘었다면 어느 정도 지방 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도 큰 문제가 없다. 반대로 근육량이 줄었다면 근육에서 에너지를 꺼내 쓰는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줄일수록 지방은 안 줄어들고 근 손실만 커질 수 있다. 셋째, 양손으로 허벅지 둘레를 측정한다. 양손으로 허벅지를 감쌀 수 있다면 근육량이 적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도로 줄이면 근 손실이 올 수 있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게 좋다. 넷째, 체질과 관계없이 대체로 40, 50대라면 균형감 있는 식사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4 대 3 대 3 비율로 섭취할 것을 권했다. 물론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는 양질의 탄수화물이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5-13 11:14
휴일마다 아이들과 점프볼… 가족과 즐기는 ‘만점슛’정철웅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48)는 봉사 활동을 많이 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에는 매년 저소득 국가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올해 가을에는 다시 의료봉사를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남아서 봉사 활동을 하는 건 아니다. 늘 시간에 쫓기며 산다. 환자 진료, 연구 과제 수행, 논문 작성, 학회 업무까지…. 기자와 인터뷰하는 날에도 정 교수는 새벽 수술에 이어 오전 외래 진료까지 마쳤다고 했다. 정 교수도 체력이 떨어짐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3년 전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정 교수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 연구실에서 ‘홈 트레이닝’ 정 교수는 “운동은 습관”이라고 했다. 바쁘니까 운동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핑계에 불과하다. 너무 바쁘니 시간이 생길 때만이라도 운동하는 건 어떨까. 정 교수는 ‘짬’을 내 운동하는 이런 방식에 찬성했다. 다만 앞뒤가 바뀌었다고 했다. 짬이 날 때 운동하는 게 아니라 운동하기 위해 일부러 짬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한두 번 운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속하는 게 어렵다. 얼마 못 가서 “쉬는 시간엔 쉬자”라며 운동을 자연스럽게 중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운동할 시간대를 정하고, 가급적 그 시간대에 운동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중도 포기 없이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정 교수의 첫 번째 운동 철학이다. 정 교수는 오후 6∼7시를 운동하는 시간으로 정했다. 그 전의 2시간은 바쁘게 지나간다. 오후 5시 무렵 병원 구내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6시까지 환자 회진이나 밀린 업무를 모두 끝낸다. 운동은 주로 연구실에서 한다. 정 교수는 “연구실에 소박한 홈 트레이닝 시스템을 설치했다”며 웃었다. 거창하지는 않다. 실내 자전거가 설치돼 있고, 바닥에는 운동용 매트가 깔려 있다. 먼저 10여 분 동안 자전거를 탄다. 그 다음에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종목 위주로 20여 분 동안 운동한다. 모든 운동을 끝내는 데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정 교수는 최소한 매주 2, 3회 이상 이 운동을 한다. 병원 업무가 늦게 끝나거나 갑작스러운 약속 때문에 이 시간대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오후 9∼10시에 집에서 똑같이 운동한다. ○평생 취미, 농구로 활동량 보충 취미를 운동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 교수에게도 그런 취미가 있다. 바로 농구다. 정 교수에게 농구는 홈 트레이닝의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는 보조 수단이다. 정 교수의 키는 183cm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컸다고 한다. 사실 정 교수가 좋아해서 시작한 운동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민첩하거나 날쌔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막상 해 보니 농구만큼 재미있는 운동이 없는 것 같았다. 고교 시절에는 입시 공부 때문에 농구를 별로 하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 맘껏 농구를 즐겼다. 친구들끼리 팀을 만들어 자주 3 대 3 길거리 농구를 했다. 특히 2008년 신장, 간장, 췌장 등의 장기 이식 관련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 임상강사(펠로) 연수를 갔을 때 농구를 자주 했다.2년 후 정 교수는 귀국했다. 이후 다시 바빠졌다. 농구를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함께 농구공을 튕길 동료들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 농구를 계속 하는 게 좋은지 의문도 들었다. 심폐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부상의 우려도 있고 특히 무릎과 어깨 관절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농구와 서서히 멀어져갔다. 그러다가 4, 5년 전부터 다시 농구에 빠져 들었다. 함께 농구를 즐기는 멤버들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아이와 놀기’, 또 다른 최고의 운동법 정 교수는 고1, 고3과 초등 6학년 등 세 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 아빠가 농구를 좋아해서인지 아이들도 모두 농구를 좋아한다. 둘째 아이는 학교 농구 팀에서, 막내 아이는 프로농구의 유소년 농구팀에서 뛰고 있다. 아이들과 놀아주다 보니 정 교수의 의지와 무관하게 휴일마다 농구를 하게 됐다. 대략 30분 정도 뛰는데, 아무리 아이들과의 경기라 해도 운동량이 적지 않다. 운동을 끝낼 때쯤에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다. 서울 근교에 있는 아이들의 외할아버지 댁에 농구대를 설치했다. 덕분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휴일에 시골에 간다. 가끔 아이들의 삼촌 가족까지 모이면 3 대 3 농구가 가능해진단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 탁구대도 마련했다. 농구가 끝나면 탁구 차례다. 이 또한 30분 정도 즐긴다. 정 교수의 영향을 받아 아이들이 농구를 시작했다면, 탁구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아빠인 정 교수가 배웠다. 농구와 탁구에 이어 캐치볼도 한다. 결국 휴일마다 최소한 1시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을 하는 셈이다. 정 교수는 주말 산행이나 골프를 거의 하지 않는다. 혼자만 즐기는 운동은 가족에게 부담만 될 뿐이란 생각에서다. 그보다는 가족과 함께 시골집에 가서 쉬면서 운동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정 교수는 “가족과 유대감도 높이고 운동량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건강법이 아니겠는가”라며 웃었다. 이처럼 가족과 함께 생활 속에서 즐기면서 운동하는 것, 바로 정 교수의 두 번째 운동 철학이다. 운동 시간대 2개 이상 미리 정해 짧은 프로그램 위주로… 가족과 함께 땀 흘리면 정서적 도움정철웅 교수의 건강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가 짬을 내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운동하기 위해 시간을 정해 놓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족과 함께 놀면서 운동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누구나 실천이 가능하다”고 했다. 첫째, 직장인의 경우 낮과 이른 저녁 시간대에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운동할 시간대는 미리 2개 이상 정하도록 한다. 자신의 생활 패턴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출근하기 전인 오전 6∼7시와 퇴근하고 저녁 식사를 끝낸 후인 오후 9∼10시로 잡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운동 프로그램을 짠다. 이때는 20∼30분의 짧은 시간에 마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게 좋다. 그래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운동 프로그램을 짜주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경우 △줄 없이 줄넘기하기 △천장 보고 누워서 발차기 △누운 채로 발뒤꿈치 잡기 △스쾃 △팔굽혀펴기 △등 뒤로 의자에 팔 짚고 팔굽혀펴기(트라이셉스 체어딥) △크런치 △런지 △플랭크 등 9가지 동작을 이어 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셋째, 모자란 운동량은 평소 생활에서 보충한다. 정 교수는 3개 층 이하는 가급적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산책을 할 때도 있다. 넷째, 주말엔 가급적 약속을 줄이고 가족과 어울린다. 운동 종목을 정할 때는 아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게 좋다. 정 교수는 “가족과의 주말 운동은 운동 효과를 떠나서 가족의 유대감을 키워 정신적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5-07 03:00
바빠서 운동 못한다?…“운동은 습관, ‘짬’ 만들어야죠”정철웅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48)는 봉사 활동을 많이 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에는 매년 저소득 국가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했다. 특히 방글라데시에 자주 갔다. 현지에서 의사 교육 외에도 신장 이식과 혈관 수술을 집도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올해 가을에는 다시 의료봉사를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남아서 봉사 활동을 하는 건 아니다. 늘 시간에 쫓기며 산다. 환자 진료, 연구 과제 수행, 논문 작성, 학회 업무까지…. 기자와 인터뷰하는 날에도 정 교수는 새벽 수술에 이어 오전 외래 진료까지 마쳤다고 했다. 정 교수도 체력이 떨어짐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3년 전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정 교수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 연구실에서 ‘홈 트레이닝’정 교수는 “운동은 습관”이라고 했다. 바쁘니까 운동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핑계에 불과하다. 너무 바쁘니 시간이 생길 때만이라도 운동하는 건 어떨까. 정 교수는 ‘짬’을 내 운동하는 이런 방식에 찬성했다. 다만 앞뒤가 바뀌었다고 했다. 짬이 날 때 운동하는 게 아니라 운동하기 위해 일부러 짬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한두 번 운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속하는 게 어렵다. 얼마 못 가서 “쉬는 시간엔 쉬자”라며 운동을 자연스럽게 중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운동할 시간대를 정하고, 가급적 그 시간대에 운동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중도 포기 없이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정 교수의 첫 번째 운동 철학이다. 정 교수는 오후 6~7시를 운동하는 시간으로 정했다. 그 전의 2시간은 바쁘게 지나간다. 오후 5시 무렵 병원 구내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6시까지 환자 회진이나 밀린 업무를 모두 끝낸다. 운동은 주로 연구실에서 한다. 정 교수는 “연구실에 소박한 홈 트레이닝 시스템을 설치했다”며 웃었다. 거창하지는 않다. 실내 자전거가 설치돼 있고, 바닥에는 운동용 매트가 깔려 있다. 먼저 10여 분 동안 자전거를 탄다. 그 다음에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종목 위주로 20여 분 동안 운동한다. 모든 운동을 끝내는 데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정 교수는 최소한 매주 2,3회 이상 이 운동을 한다. 병원 업무가 늦게 끝나거나 갑작스러운 약속 때문에 이 시간대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오후 9~10시에 집에서 똑같이 운동한다. ● 평생 취미, 농구로 활동량 보충 취미를 운동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 교수에게도 그런 취미가 있다. 바로 농구다. 정 교수에게 농구는 홈 트레이닝의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는 보조 수단이다. 정 교수의 키는 183㎝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컸다고 한다. 그 때문에 친구들이 늘 농구장으로 불러냈다. 중학생이 된 후로는 시간만 나면 농구를 했다. 사실 정 교수가 좋아해서 시작한 운동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민첩하거나 날쌔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막상 해 보니 농구만큼 재미있는 운동이 없는 것 같았다. 고교 시절에는 입시 공부 때문에 농구를 별로 하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 맘껏 농구를 즐겼다. 친구들끼리 팀을 만들어 자주 3대3 길거리 농구를 했다. 특히 2008년 신장, 간장, 췌장 등의 장기 이식 관련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 임상강사(펠로우) 연수를 갔을 때 농구를 자주 했다. 연구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현지 한인들과 수시로 농구를 즐겼다. 2년 후 정 교수는 귀국했다. 이후 다시 바빠졌다. 농구를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함께 농구공을 튕길 동료들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 농구를 계속 하는 게 좋은지 의문도 들었다. 심폐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부상의 우려도 있고 무릎과 어깨 관절이 특히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농구와 서서히 멀어져갔다. 그러다가 4,5년 전부터 다시 농구에 빠져 들었다. 함께 농구를 즐기는 멤버들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 이후 농구는 평생 취미가 됐다. ● ‘아이와 놀기’, 또 다른 최고의 운동법정 교수는 고1, 고3과 초등 6학년 등 세 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 아빠가 농구를 좋아해서인지 아이들도 모두 농구를 좋아한다. 둘째 아이는 학교 농구 팀에서, 막내 아이는 프로농구의 유소년 농구팀에서 뛰고 있다. 아이들과 놀아주다 보니 정 교수의 의지와 무관하게 휴일마다 농구를 하게 됐다. 대략 30분 정도 뛰는데, 아무리 아이들과의 경기라 해도 운동량이 적지 않다. 운동을 끝낼 쯤에는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다. 서울 근교에 있는 아이들의 외할아버지 댁에 농구대를 설치했다. 덕분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휴일에 시골에 간다. 가끔 아이들의 삼촌 가족까지 모이면 3대 3 농구가 가능해진단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 탁구대도 마련했다. 농구가 끝나면 탁구 차례다. 이 또한 30분 정도 즐긴다. 정 교수의 영향을 받아 아이들이 농구를 시작했다면, 탁구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아빠인 정 교수가 배웠다. 농구와 탁구에 이어 캐치볼도 한다. 결국 휴일마다 최소한 1시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을 하는 셈이다. 정 교수에게 주말 휴일은 이처럼 가족과 즐기면서 운동하는 날이다. 정 교수는 주말 산행이나 골프를 거의 하지 않는다. 혼자만 즐기는 운동은 가족에게 부담만 될 뿐이란 생각에서다. 그보다는 가족과 함께 시골집에 가서 쉬면서 운동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정 교수는 “가족과 유대감도 높이고 운동량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건강법이 아니겠는가”라며 웃었다. 이처럼 가족과 함께 생활 속에서 즐기면서 운동하는 것, 바로 정 교수의 두 번째 운동 철학이다. 정철웅 교수의 건강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가 짬을 내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운동하기 위해 시간을 정해 놓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족과 함께 놀면서 운동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누구나 실천이 가능하다”고 했다. 첫째, 직장인의 경우 낮과 이른 저녁 시간대에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운동할 시간대는 미리 2개 이상 정하도록 한다. 자신의 생활 패턴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출근하기 전인 오전 6~7시와 퇴근하고 저녁 식사를 끝낸 후인 오후 9~10시로 잡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운동 프로그램을 짠다. 이 때는 20~30분의 짧은 시간에 마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게 좋다. 그래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운동 프로그램을 짜주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경우 △줄 없이 줄넘기하기 △천장보고 누워서 발차기 △누운 채로 발뒤꿈치 잡기 △스쾃 △팔굽혀펴기 △등 뒤로 의자에 팔 짚고 팔굽혀펴기(트리셉스 체어딥) △크런치 △런지 △플랭크 등 9가지 동작을 이어 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셋째, 모자란 운동량은 평소 생활에서 보충한다. 정 교수는 3개 층 이하의 엘리베이터는 가급적 타지 않는다.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산책을 할 때도 있다. 정 교수는 “굳이 헬스클럽에 가지 않더라도 본인이 좋아하고 실천할 수 있는 항목을 정해 하나씩 추가해 나가면 운동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넷째, 주말은 가급적 약속을 줄이고 가족과 어울린다. 운동 종목을 정할 때는 아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게 좋다. 정 교수는 “가족과의 주말 운동은 운동 효과를 떠나서 가족의 유대감을 키워 정신적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가급적 매주, 못해도 2주에 한 번은 ‘가족 운동’을 할 것을 권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5-06 13:58
뼈엉성증 놔두면 내부골절… “키 4cm 이상 줄면 의심을”60대 후반의 이순임(가명) 씨는 최근 키가 줄어든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골다공증(뼈엉성증)에 걸리면 키가 줄어든다더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 골밀도 검사부터 했다.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상 수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뼈 엑스레이 촬영 결과는 달랐다. 뼈 내부에서 이미 골절이 일어나 있었다.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씨는 골다공증이 오래전 시작됐고, 뼈 내부 골절까지 진행된 단계”라고 말했다. 골밀도는 정상이지만 골절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골다공증이 시작되면 골밀도는 낮아진다. 하지만 골다공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뼈 내부 골절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뼈가 납작하게 쪼그라든다. 이런 상황에서 골밀도 검사를 하면 뼈가 압축됐으니 정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60대 이후에는 골밀도와 엑스레이 검사를 병행해 뼈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 4cm 이상 키 줄었다면 골다공증 의심김 교수는 60대 후반 이후에는 키가 줄었는지 체크할 것을 권했다. 가장 키가 컸던 20대에 비해 4cm 이상 줄었다면 이미 골다공증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노화로 인해 척추뼈가 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키가 줄어드는 범위는 보통 1∼2cm 정도다. 김 교수는 “4cm까지 키가 줄어들려면 뼈 내부 골절이 발생하면서 뼈가 찌그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키가 많이 줄어드는 것은 골다공증의 대표적인 전조 증세다. 김 교수는 “일주일에 2, 3명 정도는 키가 확 줄어서 그 이유를 알려고 병원에 왔다가 골다공증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것 말고는 골다공증의 전조 증세가 거의 없다. 몸 여기저기가 쑤시거나 무릎이 아플 때 “뼈가 삭았나?”라고 말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는 근육통이거나 관절염일 확률이 높다. 근육통과 관절염은 골다공증과 관련이 없다. 또한 골다공증 환자라 하더라도 통증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정기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골다공증, 70%가 치료 안 받아”70대 초반의 김순희(가명) 씨는 얼마 전 새벽에 화장실에 가던 중 넘어졌다. 급히 응급실로 이송됐는데, 고관절(엉덩관절) 골절이 확인됐다. 다행히 뼈를 붙이는 수술이 잘 끝났고, 김 씨는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이미 2년 전에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을 확인했다. 하지만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않았다.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김 씨가 그때 치료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일단 골절 발생 확률이 크게 낮아졌을 것이다. 설령 골절을 막을 수 없었더라도 재활 치료 기간이 상당히 줄었을 것이다. 현재 김 씨의 재활 치료는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김 교수는 “골다공증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골절이 일어났을 경우 골절이 재발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10명 중 6명꼴로 일상생활로 완벽하게 복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씨 같은 사례는 흔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70% 정도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 골다공증 치료 기간이 보통 5년 이상으로 긴 데다 치료하더라도 당장 체감하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관절염이라면 진통제나 소염제를 먹었을 때 통증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골다공증은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서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이를 통해 골절 위험을 낮추는 것인데, 효과를 당장 느낄 수가 없다. ○남자들도 골다공증 무시하면 안돼2년 전 60세 남성 강철성(가명) 씨가 김 교수를 찾아왔다.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이 나왔던 것이다. 김 교수가 원인을 따져 봤다. 강 씨는 실내 근무를 주로 한 탓에 비타민D 결핍이 심했다. 또 일주일에 4회 이상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폐경 이후에 골다공증에 많이 걸린다. 하지만 남성이나 젊은층의 경우 △음주와 흡연 △커피나 에너지음료처럼 카페인이 많은 음료 섭취 △과도한 체중 감량 △실내 생활에 따른 비타민D 결핍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 밖에도 짜게 먹는 식습관을 고칠 것을 권했다. 짠 음식을 먹으면 소변으로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뼈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강 씨에게 비타민D를 보충하고 절주(節酒)를 주문했다. 동시에 뼈를 자극할 수 있는 걷기 운동을 권했다. 결과는 좋았다. 생활 습관을 적극 개선한 결과 2년 만에 골밀도 검사에서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강 씨는 골다공증의 위험을 인식하고 제대로 대처한 사례다. 하지만 대체로 남자들은 이 병을 ‘여자들만 걸리는 병’으로 생각한다. 물론 발병 확률은 여성이 크게 앞선다. 하지만 일단 발병할 경우 골절로 인한 중증 발병률과 사망률은 남자가 훨씬 높다. 무관심한 사이에 뼈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돼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남자들도 뼈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걷기-근력운동으로 뼈에 자극 주면 좋아… 우유 등 칼슘 섭취도 도움 골다공증 예방법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뼈에 자극을 가하는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특히 걷기를 추천했다. 걸을 때는 뼈에 좋은 물질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다만 무릎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무릎 관절이 좋지 않다면 오래 걷는 것이 오히려 퇴행성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뼈에 가해지는 자극은 걷기보다 덜하지만 실내 자전거 타기로 대체하는 게 좋다. 수영은 골다공증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몸이 물에 떠있어 뼈에 가해지는 자극이 아주 낮기 때문이다. 근력 운동도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일반적으로 근육량이 줄어들면 뼈에 대한 자극도 약해진다. 또한 건강한 근육에서는 뼈 건강에 좋은 ‘마이오카인’을 비롯해 여러 물질이 분비된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당연히 이런 물질도 덜 분비된다. 지나치게 마르면 골다공증에 취약하다. 체중이 가벼워 뼈에 대한 자극이 약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살이 쪘다면 움직일 때마다 뼈에 대한 자극이 강해져 골다공증 위험을 낮출 수도 있다. 하지만 비만의 부작용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골다공증을 예방하겠다며 살을 찌우는 것은 곤란하다. 김 교수는 “실제로 체중과 골다공증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단백질과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무리한 체중 감량은 영양 불균형을 부르며 칼슘과 단백질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칼슘은 골다공증을 막는 중요한 성분 중 하나다. 가능하면 30대 이후부터 충분히 칼슘을 섭취하는 게 좋지만 50대 이후라도 보충하도록 하자. 칼슘 보충제보다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일반적으로 우유와 같은 유제품에 칼슘이 많다. 매일 우유 2잔, 혹은 고칼슘 우유 1잔 정도를 마시면 400∼500mg 정도의 칼슘을 섭취할 수 있다. 칼슘을 많이 먹으면 혈관이 석회화된다는 속설이 있다. 사실일까. 김 교수는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그럴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저칼슘 섭취 국가다. 음식을 통해 칼슘을 섭취한다면 양의 제한을 두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4-30 03:00
“4cm 이상 키 줄었다면 골다공증 의심…‘걷기 운동’으로 예방해야”60대 후반의 이순임(가명) 씨는 최근 키가 줄어든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골다공증(뼈엉성증)에 걸리면 키가 줄어든다더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 골밀도 검사부터 했다.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상 수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뼈 엑스레이 촬영 결과는 달랐다. 뼈 내부에서 이미 골절이 일어나 있었다.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씨는 골다공증이 오래전 시작됐고, 뼈 내부 골절까지 진행된 단계”라고 말했다. 골밀도는 정상이지만 골절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골다공증이 시작되면 골밀도는 낮아진다. 하지만 골다공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뼈 내부 골절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뼈가 납작하게 쪼그라든다. 이런 상황에서 골밀도 검사를 하면 뼈가 압축됐으니 정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60대 이후에는 골밀도와 엑스레이 검사를 병행해 뼈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 4cm 이상 키 줄었다면 골다공증 의심 김 교수는 60대 후반 이후에는 키가 줄었는지 체크할 것을 권했다. 가장 키가 컸던 20대에 비해 4cm 이상 줄었다면 이미 골다공증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노화로 인해 척추뼈가 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키가 줄어드는 범위는 보통 1~2cm 정도다. 김 교수는 “4cm까지 키가 줄어들려면 뼈 내부 골절이 발생하면서 뼈가 찌그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키가 많이 줄어드는 것은 골다공증의 대표적인 전조 증세다. 김 교수는 “일주일에 2, 3명 정도는 키가 확 줄어서 그 이유를 알려고 병원에 왔다가 골다공증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것 말고는 골다공증의 전조 증세가 거의 없다. 몸 여기저기가 쑤시거나 무릎이 아플 때 “뼈가 삭았나?”라고 말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는 근육통이거나 관절염일 확률이 높다. 근육통과 관절염은 골다공증과 관련이 없다. 또한 골다공증 환자라 하더라도 통증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정기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 “골다공증, 70%가 치료 안 받아” 70대 초반의 김순희(가명) 씨는 얼마 전 새벽에 화장실에 가던 중 넘어졌다. 급히 응급실로 이송됐는데, 고관절(엉덩관절) 골절이 확인됐다. 다행히 뼈를 붙이는 수술이 잘 끝났고, 김 씨는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이미 2년 전에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을 확인했다. 하지만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않았다.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김 씨가 그때 치료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일단 골절 발생 확률이 크게 낮아졌을 것이다. 설령 골절을 막을 수 없었더라도 재활 치료 기간이 상당히 줄었을 것이다. 현재 김 씨의 재활 치료는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김 교수는 “골다공증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골절이 일어났을 경우 골절이 재발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10명 중 6명꼴로 일상생활로 완벽하게 복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씨 같은 사례는 흔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70% 정도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 골다공증 치료 기간이 보통 5년 이상으로 긴 데다 치료하더라도 당장 체감하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관절염이라면 진통제나 소염제를 먹었을 때 통증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골다공증은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서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이를 통해 골절 위험을 낮추는 것인데, 효과를 당장 느낄 수가 없다. ● 남자들도 골다공증 무시하면 안돼 2년 전 60세 남성 강철성(가명) 씨가 김 교수를 찾아왔다.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이 나왔던 것이다. 김 교수가 원인을 따져 봤다. 강 씨는 실내 근무를 주로 한 탓에 비타민D 결핍이 심했다. 또 일주일에 4회 이상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폐경 이후에 골다공증에 많이 걸린다. 하지만 남성이나 젊은층의 경우 △음주와 흡연 △커피나 에너지음료처럼 카페인이 많은 음료 섭취 △과도한 체중 감량 △실내 생활에 따른 비타민D 결핍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 밖에도 짜게 먹는 식습관을 고칠 것을 권했다. 짠 음식을 먹으면 소변으로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뼈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강 씨에게 비타민D를 보충하고 절주(節酒)를 주문했다. 동시에 뼈를 자극할 수 있는 걷기 운동을 권했다. 결과는 좋았다. 생활 습관을 적극 개선한 결과 2년 만에 골밀도 검사에서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강 씨는 골다공증의 위험을 인식하고 제대로 대처한 사례다. 하지만 대체로 남자들은 이 병을 ‘여자들만 걸리는 병’으로 생각한다. 물론 발병 확률은 여성이 크게 앞선다. 하지만 일단 발병할 경우 골절로 인한 중증 발병률과 사망률은 남자가 훨씬 높다. 무관심한 사이에 뼈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돼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남자들도 뼈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골다공증 예방하려면…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뼈에 자극을 가하는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특히 걷기를 추천했다. 걸을 때는 뼈에 좋은 물질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다만 무릎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무릎 관절이 좋지 않다면 오래 걷는 것이 오히려 퇴행성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뼈에 가해지는 자극은 걷기보다 덜하지만 실내 자전거 타기로 대체하는 게 좋다. 수영은 골다공증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몸이 물에 떠있어 뼈에 가해지는 자극이 아주 낮기 때문이다. 근력 운동도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일반적으로 근육량이 줄어들면 뼈에 대한 자극도 약해진다. 또한 건강한 근육에서는 뼈 건강에 좋은 ‘마이오카인’을 비롯해 여러 물질이 분비된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당연히 이런 물질도 덜 분비된다. 지나치게 마르면 골다공증에 취약하다. 체중이 가벼워 뼈에 대한 자극이 약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살이 쪘다면 움직일 때마다 뼈에 대한 자극이 강해져 골다공증 위험을 낮출 수도 있다. 하지만 비만의 부작용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골다공증을 예방하겠다며 살을 찌우는 것은 곤란하다. 김 교수는 “실제로 체중과 골다공증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단백질과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무리한 체중 감량은 영양 불균형을 부르며 칼슘과 단백질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칼슘은 골다공증을 막는 중요한 성분 중 하나다. 가능하면 30대 이후부터 충분히 칼슘을 섭취하는 게 좋지만 50대 이후라도 보충하도록 하자. 칼슘 보충제보다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일반적으로 우유와 같은 유제품에 칼슘이 많다. 매일 우유 2잔, 혹은 고칼슘 우유 1잔 정도를 마시면 400~500mg 정도의 칼슘을 섭취할 수 있다. 칼슘을 많이 먹으면 혈관이 석회화된다는 속설이 있다. 사실일까. 김 교수는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그럴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저칼슘 섭취 국가다. 음식을 통해 칼슘을 섭취한다면 양의 제한을 두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4-29 13:37
시몬스침대, 팬데믹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료 기부시몬스침대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삼성서울병원에 소아·청소년 환자의 치료에 써 달라며 최근 3억 원을 기부했다. 시몬스침대(대표 안정호·사진)는 2020년부터 이 병원에 소아암과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투병하는 소아·청소년 환자의 치료를 위해 매년 3억 원을 기부하고 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은 “3년 동안 시몬스침대가 쾌척한 기부금으로 70여 명의 환자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업의 기부 활동은 병원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박 원장은 “당장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고 말했다.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해야 할 중증질환과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의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박 원장은 시몬스침대의 기부협약을 예로 들었다. 박 원장은 “이 협약에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희귀 의약품 지원이 포함돼 있다”며 “덕분에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후 희귀 의약품 지원이 필요한 소아암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과 보호자가 신속하게 투여를 결정함으로써 환자의 치료와 회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심장 기형으로 판정받은 아기가 삼성서울병원에 환자로 온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명예퇴직을 했는데, 당시 받은 퇴직금을 사기당했다. 아버지, 베트남인 어머니, 9세 형과 함께 아기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속에서 살았다. 치료비 마련은 꿈도 꾸지 못했다. 박 원장은 “시몬스침대의 기금으로 아기는 수술과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며 “나중에 아기의 형이 동생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감사 편지를 보내 왔는데,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런 결과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고 했다. 기금을 활용해 어린 환자를 고치는 것을 넘어 가족이 해체되지 않고 다시 뭉치는 것을 봤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병원이 의료기관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의 선한 의지들이 모이고 실행될 수 있는 장(場)이 됐을 때 더 큰 영향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기부 활동은 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박 원장은 “어린 희귀·난치성 환자의 치료비 지원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기업의 도움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병마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많다”며 “그 환자들을 위해 오랜 기간 변함없이 꾸준한 사랑을 보내준 시몬스침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시몬스침대는 코로나19 이후 자칫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서 관심이 멀어질 수도 있었던 시기에도 꾸준히 기부를 지속해 왔다. 박 원장은 “시몬스침대의 기부가 더욱 의미 있도록 환자의 치료와 쾌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4-27 03:00
샌드백 치면 희열감 ‘팍팍’… “권투는 스트레스 해소 챔피언”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종종 있다. 불안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자꾸 나이는 먹는데 이룬 게 없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이런 증세를 ‘미드라이프 크라이시스(Midlife Crisis)’라고 한다. ‘중년의 위기’라는 뜻이다.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중년 이후에 닥치는 심리적 위기감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된다.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50)도 3년 전에 이런 증세를 겪은 적이 있다. 환자는 진료했지만 타성에 젖어 연구나 논문 작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집에서도 멍하니 TV 드라마만 볼 때가 많았다. 이유 없이 지쳤고,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우울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위안이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서 교수에게 중년 위기 극복기를 들어봤다. 서 교수는 치매와 알츠하이머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져 있다. 현재 이 병원 치매융합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 처음엔 줄넘기만 해도 체력 바닥 서 교수의 아내 또한 의사다. 아내는 무기력해 보이는 그에게 운동을 권했다. 종목이 다소 특이했다. 바로 권투. 왜 하필 권투였을까. 부부는 ‘약간의 일탈’이 무기력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 여겼다. 서 교수는 초등학교 때 딱 2개월 태권도를 한 것을 빼면 평생 격렬하게 몸을 움직여 본 적이 없다. 간혹 운동을 하더라도 걷기나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로 했다. 그런 서 교수에게 권투는 ‘일탈’이나 다름없었다. 평소 접한 적이 없기에 도전하면 신선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마침 주변에 권투 체육관이 있었다. 서 교수와 아내, 10대 두 자녀까지 한꺼번에 회원으로 등록했다. 가족이 함께 하면 운동 효과도 높이고 중도 포기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때가 2019년 12월이었다. 매주 1, 2회 체육관에 가서 40분 정도 운동했다. 처음 10분 동안은 줄넘기를 했다. 이어 체육관 관장에게 권투 기본기를 10분 정도 배웠다. 나머지 20분 동안 샌드백을 쳤다. 운동을 시작해 보니 체력이 얼마나 안 좋았는지 깨달았다. 끊기지 않고 2분 동안 줄넘기하는 것도 어려웠다. 10분 동안 줄넘기를 끝내면 체력이 바닥났다. 머리가 텅 빈 것 같았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요즘도 매주 2, 3회 권투장에서 50분 동안 운동한다. 그 어렵던 줄넘기에도 여유가 생겼다. 보통은 3분 줄넘기한 뒤 30초 쉬는 방식으로 3세트로 진행한다.○ 스트레스 해소 목적일 땐 강도 높이면 안돼 사실 그동안 다른 가족은 모두 중도 포기했다. 유일하게 서 교수만 2년 넘게 꾸준히 권투를 하고 있다. 서 교수는 “스트레스 해소에 권투만큼 좋은 운동이 없었다”고 했다. 2020년 중반에는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많았다. 정부 연구과제를 준비하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럴 때면 권투장에 가 샌드백을 쳤다. 효과는 매우 컸다. 서 교수는 “아무 생각 없이 샌드백을 두들기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운동을 끝낸 후에는 꽉 막혔던 업무가 거짓말처럼 술술 풀렸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권투장에 갔다. 운동 시간도 40분에서 1시간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도 이런 경험을 했다. 서 교수는 지난해 4월부터 병원 내 바이오 벤처 창업을 준비하면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여러 차례 했다. 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 샌드백을 쳤다. 그러면 신통하게도 다음 날 아이디어가 딱 떠오르는 게 아닌가. 이토록 권투를 즐기지만 스스로를 권투 초보자라 부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 체육관은 문을 닫았다. 이럴 때면 권투를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권투를 하기 때문에 일부러 강도를 크게 높이지 않는다. 서 교수는 자신의 권투 스타일을 ‘슬로 복싱’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기본 동작을 취하는 게 여전히 어렵다. 두 팔을 옆구리에 바짝 붙여야 하는데, 힘이 들어 1분만 지나면 동작이 흐트러진다. 서 교수는 “좀 더 멋진 폼이 나오면 좋겠는데…”라며 웃었다.○ 아내와 매일 저녁 1시간씩 걷기도 즐겨 권투 외에도 즐기는 운동이 있다. 아내와 함께 야외를 걷는 것이다. 사실 전에도 실내 헬스클럽에서 가끔 걷기는 했다. 하지만 지속적이지는 않았다. 그랬다가 권투를 시작할 무렵 걷기도 병행했다.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권투와 걷기를 동시에 시작한 것이다. 매일 오후 10시가 되면 아내와 집을 나섰다. 시속 4km의 속도로 1시간 동안 집 주변을 걷는다. 2년 가까이 하다 보니 부부만의 코스가 생겼다. 오르막길도 곳곳에 있어서 운동량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란다. 산책에 가까운 이 걷기를 하면서 아내와 일터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 또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단다. 휴일에는 부부가 지하철을 타고 남산에 가서 또 걷는다. 권투와 걷기를 병행한 지 2년여. 서 교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단 체중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 2년 새 83kg에서 70kg으로 크게 줄었다. 인바디 측정 결과도 달라졌다. 체지방량은 크게 줄었고, 반대로 근육량이 크게 늘어났다. 서 교수는 “권투와 걷기의 조합이 최고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절한 강도로 지속땐 치매예방 효과… 머리에 펀치 맞는 건 피해야 50대에 권투 시작한다면50대 이후에 권투를 시작한다면 무리일까. 서상원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추천하는 편이다. 서 교수가 다니는 체육관에는 50대 이상의 회원이 적잖다. 심지어 70대 회원도 있다. 그는 의학적으로 권투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매일 7500보 이상 걸으면 치매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서 교수는 “근력 운동 또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많다”며 “격하게 주먹을 휘두르는 권투도 좋다”고 했다. 다만 격한 만큼 관절 보호에 신경을 써야 한다. 샌드백을 치기 전에 하는 줄넘기는 체중 감량에 큰 효과가 있다. 하지만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샌드백을 치다 보면 어깨 관절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따라서 운동 강도를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머리에 펀치를 맞는 것은 피해야 한다. 서 교수는 “머리에 펀치를 자주 맞으면 치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이 쌓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건강 증진이 목적이라면 굳이 스파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 교수도 스파링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반드시 헤드기어를 착용해야 한다. 운동 강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50대 이후에 새로운 종목의 운동에 입문하면 신선한 느낌이 들어 ‘운동 과잉’이 될 우려가 있다. 특히 격하게 움직이는 권투 종목의 경우 운동할 때는 개운한 것 같지만 운동을 끝내고 나면 후유증이 심하게 올 수 있다. 서 교수 또한 “한창 재미가 붙을 때 샌드백을 오래 쳤더니 어깨에 무리가 가거나 꼭 탈이 나더라”고 했다. 서 교수는 “다른 운동과 병행하면서 너무 강하지 않은 강도로 권투를 지속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상쾌한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4-23 03:00
“중년의 위기 권투로 극복…스트레스 해소에도 최고”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종종 있다. 불안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자꾸 나이는 먹는데 이룬 게 없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이런 증세를 ‘미드라이프 크라이시스((Midlife Crisis)’라고 한다. ‘중년의 위기’라는 뜻이다.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중년 이후에 닥치는 심리적 위기감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된다.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50)도 3년 전에 이런 증세를 겪은 적이 있다. 환자는 진료했지만 타성에 젖어 연구나 논문 작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집에서도 멍하니 TV 드라마만 볼 때가 많았다. 이유 없이 지쳤고,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우울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위안이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서 교수에게 중년 위기 극복기를 들어봤다. 서 교수는 치매와 알츠하이머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져 있다. 현재 이 병원 치매융합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 “무기력 극복 위해 권투 시작” 서 교수의 아내 또한 의사다. 아내는 무기력해 보이는 그에게 운동을 권했다. 종목이 다소 특이했다. 바로 권투. 왜 하필 권투였을까. 부부는 ‘약간의 일탈’이 무기력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 여겼다. 서 교수는 초등학교 때 딱 2개월 태권도를 한 것을 빼면 평생 격렬하게 몸을 움직여 본 적이 없다. 간혹 운동을 하더라도 걷기나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로 했다. 그런 서 교수에게 권투는 ‘일탈’이나 다름없었다. 평소 접한 적이 없기에 도전하면 신선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마침 주변에 권투 체육관이 있었다. 서 교수와 아내, 10대 두 자녀까지 한꺼번에 회원으로 등록했다. 가족이 함께 하면 운동 효과도 높이고 중도 포기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때가 2019년 12월이었다. 매주 1, 2회 체육관에 가서 40분 정도 운동했다. 처음 10분 동안은 줄넘기를 했다. 이어 체육관 관장에게 권투 기본기를 10분 정도 배웠다. 나머지 20분 동안 샌드백을 쳤다. 운동을 시작해 보니 체력이 얼마나 안 좋았는지 깨달았다. 끊기지 않고 2분 동안 줄넘기하는 것도 어려웠다. 10분 동안 줄넘기를 끝내면 체력이 바닥났다. 머리가 텅 빈 것 같았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요즘도 매주 2, 3회 권투장에서 50분 동안 운동한다. 그 어렵던 줄넘기에도 여유가 생겼다. 보통은 3분 줄넘기한 뒤 30초 쉬는 방식으로 3세트로 진행한다. ● “스트레스 해소에 권투가 최고” 사실 그동안 다른 가족은 모두 중도 포기했다. 유일하게 서 교수만 2년 넘게 꾸준히 권투를 하고 있다. 서 교수는 “스트레스 해소에 권투만큼 좋은 운동이 없었다”고 했다. 2020년 중반에는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많았다. 정부 연구과제를 준비하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럴 때면 권투장에 가 샌드백을 쳤다. 효과는 매우 컸다. 서 교수는 “아무 생각 없이 샌드백을 두들기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운동을 끝낸 후에는 꽉 막혔던 업무가 거짓말처럼 술술 풀렸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권투장에 갔다. 운동 시간도 40분에서 1시간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도 이런 경험을 했다. 서 교수는 지난해 4월부터 병원 내 바이오 벤처 창업을 준비하면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여러 차례 했다. 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 샌드백을 쳤다. 그러면 신통하게도 다음 날 아이디어가 딱 떠오르는 게 아닌가. 이토록 권투를 즐기지만 스스로를 권투 초보자라 부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 체육관은 문을 닫았다. 이럴 때면 권투를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권투를 하기 때문에 일부러 강도를 크게 높이지 않는다. 서 교수는 자신의 권투 스타일을 ‘슬로 복싱’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기본 동작을 취하는 게 여전히 어렵다. 두 팔을 옆구리에 바짝 붙여야 하는데, 힘이 들어 1분만 지나면 동작이 흐트러진다. 서 교수는 “좀 더 멋진 폼이 나오면 좋겠는데…”라며 웃었다.● 아내와 매일 저녁 1시간씩 걷기 권투 외에도 즐기는 운동이 있다. 아내와 함께 야외를 걷는 것이다. 사실 전에도 실내 헬스클럽에서 가끔 걷기는 했다. 하지만 지속적이지는 않았다. 그랬다가 권투를 시작할 무렵 걷기도 병행했다.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권투와 걷기를 동시에 시작한 것이다. 매일 오후 10시가 되면 아내와 집을 나섰다. 시속 4㎞의 속도로 1시간 동안 집 주변을 걷는다. 2년 가까이 하다 보니 부부만의 코스가 생겼다. 오르막길도 곳곳에 있어서 운동량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란다. 산책에 가까운 이 걷기를 하면서 아내와 일터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 또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단다. 휴일에는 부부가 지하철을 타고 남산에 가서 또 걷는다. 권투와 걷기를 병행한 지 2년여. 서 교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단 체중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 2년 새 83㎏에서 70㎏으로 크게 줄었다. 인바디 측정 결과도 달라졌다. 체지방량은 크게 줄었고, 반대로 근육량이 크게 늘어났다. 서 교수는 “권투와 걷기의 조합이 최고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50대 이후 권투 도전 괜찮을까 50대 이후에 권투를 시작한다면 무리일까. 서상원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추천하는 편이다. 서 교수가 다니는 체육관에는 50대 이상의 회원이 적잖다. 심지어 70대 회원도 있다. 그는 의학적으로 권투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매일 7500보 이상 걸으면 치매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서 교수는 “근력 운동 또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많다”며 “격하게 주먹을 휘두르는 권투도 좋다”고 했다. 다만 격한 만큼 관절 보호에 신경을 써야 한다. 샌드백을 치기 전에 하는 줄넘기는 체중 감량에 큰 효과가 있다. 하지만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샌드백을 치다 보면 어깨 관절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따라서 운동 강도를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줄넘기를 할 때 충분히 쉬는 게 좋다. 어깨가 아프다면 샌드백을 치는 대신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게 좋다. 머리에 펀치를 맞는 것은 피해야 한다. 서 교수는 “머리에 펀치를 자주 맞으면 치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이 쌓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건강 증진이 목적이라면 굳이 스파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 교수도 스파링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반드시 헤드기어를 착용해야 한다. 운동 강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50대 이후에 새로운 종목의 운동에 입문하면 신선한 느낌이 들어 ‘운동 과잉’이 될 우려가 있다. 특히 격하게 움직이는 권투 종목의 경우 운동할 때는 개운한 것 같지만 운동을 끝내고 나면 후유증이 심하게 올 수 있다. 심지어 일상생활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서 교수 또한 “한창 재미가 붙을 때 샌드백을 오래 쳤더니 어깨에 무리가 가거나 꼭 탈이 나더라”고 했다. 서 교수는 “다른 운동과 병행하면서 너무 강하지 않은 강도로 권투를 지속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상쾌한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2022-04-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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