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무기로 ‘부동산 정치’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2018년 경기도지사 시절 발언이 떠올랐다. 만독불침은 만 가지 독에도 침범당하지 않는다는 말로 사실상 어떤 독에도 죽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의 최전선에 섰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했다. 먼저 5월 9일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종료를 못 박으며 다주택자를 상대로 전면전에 돌입했다. ‘날벼락 아니냐’는 반발에는 ‘저급한 사익 추구 집단’, ‘불로소득 돈벌이’라며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이 ‘협박하느냐’, ‘부동산 배급제냐’고 공세를 퍼부어도 이 대통령은 “망국적 부동산 투기 옹호도, 시대착오적 종북몰이도 이제 그만하라”며 반박했다.
만독불침적 대응, 즉 자신을 향한 공격을 투기 세력의 저항, 망국적 투기 두둔으로 규정하고 ‘집값 잡기’ 에너지로 삼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계곡 정비식’ 부동산 정책 집행 의지도 드러냈다. 경기도지사 시절 “엄청난 저항이 있겠지만 저항을 뚫고 해보자”며 계곡 정비를 진두지휘했던 기세로 ‘정부를 거스르기 어렵겠구나’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여기에 무주택자, 청년층의 호응 덕인지 대통령의 60% 안팎의 지지율도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일단 이 대통령의 기세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종료, 임대주택 양도세 혜택 축소 예고 등에 강남권과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늘고 있다. 코스피 5,500 돌파로 이 대통령이 던진 ‘머니 무브’ 패러다임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본의 생리, 투자 욕망을 잘 아는 이 대통령이라면 문재인 정부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다.
‘난공불락’ 부동산과의 승부는 지금부터다. 만독불침 대통령도 혼자서 싸울 수 없다. 청와대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한 문재인 정부와의 차이점에 대해 “입법권과 행정권을 총동원할 수 있는 정부”라고 강조했다. 마음만 먹으면 야당의 온갖 공세에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절대다수 여당,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행정부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 사법개혁안의 입법 속도에 비해 9·7 공급대책 후속 입법 처리 속도는 현저하게 느리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혼자서 문제를 다 들어낼 수 없다”고 토로한 날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스마트폰으로 ‘쇼츠 영상’을 보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대통령은 설 연휴를 앞두고 “다주택자가 버텨서 성공한다면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투기세력이 비집고 들어올 틈새가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그 틈이 집권 여당과 행정부 안에 있는 것은 아닌지, 내부의 독(毒)부터 살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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