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진도군수의 ‘처녀 수입’ 발언 영상을 찾아봤다.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광주·전남이 통합할 때 인구 소멸에 대한 것을 법제화해서, 정 못하면 스리랑카나 베트남이나 그쪽 젊은 처녀들 좀 수입을 해서 농촌 총각들 장가도 보내야 한다.”
2026년 한국에서 공직자가, 그것도 공적 자리에서 한 발언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사람은 사고팔지 않는다. 반인권적이다. 성 경험이 없는 여성이란 뜻을 내포하는 처녀라는 단어도 사라진 지 오래다. 성차별이다. 물론 총각이란 단어도 마찬가지다. 여성을 인구를 늘리기 위한 출산 도구로 봤다. 성차별이다. 스리랑카, 베트남을 여성 공급 기지쯤으로 치부했다. 인종차별이다. ‘71세 한국 남성’인 본인을 제외한 모두를 배제하는 그의 발언이 경악스러웠다.
외국인 13% 넘는 진도군 책임자가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광주·전남 행정통합 타운홀 미팅’에 진도군수로 참석했으니, 발언의 무게를 몰랐을 리 없다.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평소 생각이 여과 없이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한다. 평소 그의 발언이라면 좌중이 고개를 끄덕여 주는 ‘소권력’을 누려 왔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 것이다.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그의 발언이 끝나자 싸늘하게 식을 줄 알았던 장내에선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의 2024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을 보면 전남 진도군은 총인구(2만9448명) 가운데 외국인 주민의 비중이 13%를 넘어섰다. 전국 지자체 평균(5%)의 2.6배에 달한다. 이런 지역의 군수가 ‘혐오 발언’을 당당히 내뱉고, 인권 감수성의 결핍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른다.
비단 김 군수뿐이랴. 지난해 11월 김종훈 당시 울산 동구청장은 “동남아에 사는 것 같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와 같은 주민 발언을 직접 인용하며 “단지 막연한 불안감이라고 얘기할 수 있나”라고 했다. 2023년 5월 양태석 경남 거제시의원은 “외국 사람들은, 특히 베트남 애들, 이런 애들은 관리가 안 된다”며 “베트남 애들 10명 중 1명은 ‘뽕’을 한다”고 했다. 2019년 6월에는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이 다문화 가정 자녀를 향해 “잡종”이라고 불렀다. 그는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 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고 했고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잡종’이라고 했다는 기괴한 해명을 했다. 모든 발언이 사석이 아니라 공적 업무를 보던 중에 나왔다.
울산 동구, 전북 익산, 경남 거제의 외국인 주민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9%, 4.3%, 7.9%였다. 권력을 가진 지역 정치인이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하하거나 잠재적 위협으로 낙인찍는 행위는 사회에 ‘혐오 허가증’을 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외국인 유입이 없으면 존립이 위태로운 지역에서 아직도 이들을 ‘2등 시민’으로 취급한다.
차별 정서에 편승해 갈등 부추겨
2019∼2024년 전국 지자체 10곳 중 9곳에서 외국인 주민이 증가했다. 특히 인구 소멸 지역일수록 외국인 주민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5년간 50% 이상 증가한 곳이 35곳이나 된다. 이들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고 공장이 돌아가지 않으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없다.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다. 이들을 포용해야 마땅한 지자체장과 지역 의원이 외국인 차별 정서에 편승해 공적 폭력을 마구 휘두른다.
김 군수의 발언이 알려지자, 주한 베트남 대사관은 전남도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여성의 존엄과 명예를 존중하는 것이 베트남과 한국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이자 자산이며 원칙”이라고 했다. 절제되고 품격 있는 언어였다. 이런 나라에선 자질 있는 군수를 수입해야 맞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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