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초연금 지급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검토한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사실상 여유 있는 ‘중산층 노인’까지 확대되면서 제도 취지가 퇴색되고, 국가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과 관련해 “월 이백몇십만 원 소득이 있는 사람도 1인당 34만 원을 받는 게 이상한 것 같다”며 “연간 몇조 원씩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데 그게 맞느냐”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13일 “기초연금 제도 개편 필요성이 커졌다”며 “수급자 산정 방식 등 지급 체계에 대한 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4년 저소득 노인의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해 도입된 기초연금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된다. 그동안 노년층의 소득 수준은 개선됐지만, 지급 기준은 12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매년 ‘선정 기준액’을 발표하는데, 올해 기준액은 월 247만 원으로 단독 가구 기준 중위소득(전체 가구 소득 중간값)의 96.3%까지 올라섰다. 중위소득 100%에 근접해 사실상 중산층 노인 대부분이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갖추게 됐다는 뜻이다. 게다가 기초연금 수급자의 소득은 실제 버는 돈에서 주거 유지 비용 등 각종 공제 혜택을 제외한 ‘소득인정액’으로 계산된다.
실제로 주택 등 별도의 자산이 없는 홀몸노인은 월 최대 약 468만 원을 벌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부부 가구는 월 최대 796만 원을 벌어도 기초연금 대상자가 된다.
이에 따라 2022년 600만 명을 돌파한 기초연금 수령자는 올해 779만 명에 이어 내년엔 800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초연금 예산 또한 2014년 6조9000억 원에서 올해 27조4000억 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2014년 20만 원이던 기초연금 지급액이 내년부터 40만 원으로 늘어나고, 고령인구 증가 속도도 가팔라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위 70%’인 지급 기준을 단계적으로 ‘기준 중위소득 50%’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럴 경우 2050년 재정 지출이 35조 원에서 18조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에 맞춰 고정 지출인 기초연금을 효율화해야 한다”며 “선별 지급으로 빈곤 노인을 더 지원하는 방향으로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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