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앞줄 가운데)가 새해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해 참배했다고 지난달 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국가정보원이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13)에 대해 “후계 ‘내정 단계’로 판단한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4대 세습이 사실상 공식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보당국의 판단이 기존 “후계자 수업 중”에서 한 단계 나아감에 따라 이달 하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9차 노동당 대회에서 주애가 공식 직책을 맡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주애가 공식 후계자로 전면에 등장할 경우 한반도 정세의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9세에 ICBM 발사장 등장 이후 ‘후계 서사’ 축적
주애는 2022년 11월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처음 등장했다. 김 위원장의 손을 꼭 잡고 등장한 9세(2013년생으로 추정) 딸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만 해도 후계 구도 시사보다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대를 이어 지속될 것임을 보여주려는 목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주애가 이듬해인 2023년 2월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 참석하면서부터 후계자설이 본격화됐다. 주애는 당시 귀빈석 중앙에서 김 위원장과 나란히 군부대를 사열했다. 같은 해 9월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원수’ 계급장을 단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주석단 특별석에 앉아 있던 주애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귓속말을 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2024년 이후엔 북한 매체가 주애에게 김 위원장과 같은 ‘향도’(영도) 표현을 사용하고, 주애가 공식 행사에서 사실상 의전 서열 2위에 준하는 위치에 서는 장면이 반복됐다. 특히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주애가 동행한 것이 확인되면서 주애의 후계자설에 힘이 실렸다. 주애는 올해 1월 새해 첫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처음 공개 참배하며 행렬 정중앙에 섰다.
● 국정원 “주애, 일부 시책에 의견 내… ‘후계 내정’ 판단”
국정원은 12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군 행사,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에서 주애의 존재감 부각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애가) 일부 시책에 의견을 내는 정황도 포착됐다”며 “현재 후계자 내정 단계로 들어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고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이 전했다. 여야 간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번 9차 당대회와 부대 행사에서 주애의 참석 여부와 의전 수준, 주애에 대한 상징어와 실명 사용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당 규약을 개정해 후계 구도를 시사하거나 주애에게 공식 직책을 부여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북한이 주애를 후계자로 공식화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많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후계자로 공유되고 직책이 주어지는 단계가 되면 명확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애의 나이가 노동당 당원 가입 최소 연령인 18세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변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김 위원장이 건재하고, 주애가 아직 미성년자인 점을 고려하면 후계 내정 단계 진입 판단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1984년생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후계자 수업을 받다가 25세였던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됐다. 이어 2010년 9월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되며 후계자임을 공식화했다.
한편 국정원은 이날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북한은 한미 팩트시트,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주변 전개에 그때마다 미국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대화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정보위에선 2024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가덕도에서 피습당한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김진성 씨가 강성 보수 성향 유튜버 고성국 씨의 영향을 받았다는 취지의 보고도 있었다고 박 의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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