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印 등과 획기적 합의 체결”
한국 정부와 사전 논의없이 언급… 미국산 석탄 대거 수입 압박 가능성
美, 과거에도 ‘에너지제품 구매’ 주장… 탈석탄 기조 韓, 수입 늘릴지 미지수
백악관서 ‘석탄업 활성화’ 행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1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석탄업 활성화 행사에서 짐 그레치 미국 국가석탄위원회(NCC) 의장(가운데)으로부터 트로피를 받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인도 등에 대한 석탄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지난해 한국, 일본, 인도 등과 체결한 무역합의를 통해 미국산 석탄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석탄 수출을 언급한 건 지난해 1월 재집권 뒤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이 관세협상을 최종 타결한 뒤 발표된 ‘조인트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도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한국 정부와 사전에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미 양국이 한국의 구체적인 대미(對美) 투자 이행 방안을 두고 협의 중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석탄’을 거론한 건 향후 미국산 석탄을 대거 수입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전부터 화석 에너지 부흥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재생 에너지 우대 정책을 ‘녹색 사기(Green Scam)’라고 비판했다.
● 미국산 에너지 판매에서 석탄 강조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석탄업 활성화 행사에서 미국이 최근 몇 달간 “한국, 일본, 인도 및 다른 국가들과 석탄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역사적인 무역합의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 세계에 석탄을 수출하고 있다. 우리 석탄 품질은 세계 최고”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자국 내 석탄 산업을 부흥시키려는 노력을 자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런 만큼 한국, 일본, 인도 등에 석탄 수출을 늘리기로 했단 주장도 실제 논의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성과를 내세우려는 의도에서 즉흥적으로 던진 말일 수 있다. 그는 지난달 재집권 1년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선 “아시아로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고 주장했는데, 한국 정부는 “참여 여부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한국과의 관세 및 무역 협상을 큰 틀에서 합의한 직후 트루스소셜에 “한국은 1000억 달러(약 144조3000억 원) 규모로 액화천연가스(LNG)나 다른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미국 에너지 구매를 향후 4년간 1000억 달러로 확대하는 방안이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미국산 에너지 구매 관련 내용 등을 토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미국산 석탄 수입을 대폭 늘리라고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석탄 관련) 발언은 지난해 7월 무역합의 때 공개된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의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이 실제로 미국산 석탄 수입을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석탄 수입은 매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283억3220만 달러에 달했던 석탄 수입액은 지난해 125억837만 달러로 감소해 3년 만에 55.9% 줄었다. 수입 석탄 가운데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4% 수준이다.
● 軍까지 동원해 美 석탄업 부흥 지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석탄은 매우 신뢰할 수 있고 값싼 에너지원”이라며 “더 많은 석탄은 미국 시민의 주머니 속에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의미”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석탄발전소와 새로운 전력 구매 협정을 체결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군까지 동원해 석탄 산업 부흥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
미 에너지부 또한 집권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켄터키,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웨스트버지니아주의 6개 석탄 발전소에 1억7500만 달러(약 2502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쇠퇴해 온 미국 석탄업에 극적인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석탄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많은 대기 오염을 유발하는 만큼 환경 문제가 뒤따를 것으로 우려했다.
댓글 0